교육부가 사교육 경감 차원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출제 시 ‘킬러문항’을 배제하고 적정 난이도와 변별력 유지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학생들이 공교육 안에서 대학 입시를 준비할 수 있도록 학교와 교원 지원을 확대한다. 유아 사교육에 대해 체계적 대응을 위해 관련 조사를 신설한다.
교육부는 지난달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사교육 경감 대책'을 발표했다. 2022년 초‧중‧고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41만 원으로 2007년 조사 시작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과도한 사교육으로 학생, 학부모, 교사 모두 어려움을 겪는 와중 학원만 이익을 취하는 상황을 근절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날 교육부는 최근 3년간의 수능 시험과 이번 6월 모의평가에서 제출된 총 22개의 킬러문항 사례를 공개한 뒤 “공교육 과정을 벗어난 초고난도 문항”이라고 소개했다. 이는 사교육을 통해 문제풀이 기술을 익히고 반복적으로 훈련한 학생들에게만 유리하기 때문에 핀셋으로 제거한다는 계획이다. 공교육 과정 내에서 변별력을 갖춰 ‘공정 수능’을 확립하겠다는 것이다.
출제단계에서부터 집중적으로 점검하기로 했다. 교육과정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현장교사들을 중심으로 가칭 ‘공정수능평가 자문위원회’를 운영하고, 독립성이 보장되는 ‘공정수능 출제 점검위원회’을 신설한다.
학생‧학부모의 불안감을 자극하는 허위‧과장 광고 등 부조리 신고를 접수‧처리하기 위해 사교육 카르텔‧부조리 신고센터를 설치해 2주간 집중신고 기간을 운영한다. 한국인터넷광고재단과 협력해 부당 광고에 대한 모니터링도 진행한다.
논술·구술 등 대학별고사, 학교 수행·지필평가 등도 교육과정 내에서 이뤄지도록 점검한다. 선행학습 영향평가도 강화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EBS 유료 강좌인 ‘중학 프리미엄’을 무료로 전환하기로 했다. 수준별 학습 콘텐츠 확대도 나선다.
최근 증가하는 유아 사교육에 대해서도 체계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안도 드러냈다. 초등 입학 대비 유-초 연계 이음학기 운영, 영어·예체능 등 수요가 높은 방과 후 과정 운영 등에 대한 재정 지원을 늘린다. 숲‧생태‧아토피 치유 등 다양한 테마형 유치원도 지정한다. 유아 사교육비 조사를 신설하고, 일부 유아 영어학원 등의 편법 운영에 대해 교육청 차원에서의 소통을 통해 정상화를 유도한다.
이에 대해 한국교총은 “강력한 사교육 경감 대책은 시의적절”하다며 “학교 여건을 반영해 내실 있게 추진할 수 있도록 획기적인 행‧재정 ‘지원’과 교원 업무 경감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다만 사교육 대책에 대한 풍선효과는 없는지 촘촘히 살피고 계속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학벌주의 타파 등 근본적인 대책도 요구했다.
교총은 “사교육비 문제는 수능뿐만 아니라 복합적인 요인이 얽혀있는 데다 근본적으로는 학벌주의가 견고하고 좋은 직장은 ‘좁은 문’인 사회 취업‧노동환경에 원인이 있다”며 “교육정책과 함께 사회‧노동정책이라는 틀에서 멀리 보고 종합적인 정책을 펼 때 경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차제에 국가교육위원회에서 사회적 논의와 합의를 통해 종합적인 비전, 방안 수립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