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서울서이초 교사 사망 이후 정부가 교권 보호 종합대책을 내놓고 국회도 신속하게 ‘교권 입법’을 진행하지만, 안타까운 비극은 그치지 않고 있다. 교권 추락에 대한 문제가 임계점을 넘은 것으로 파악된다. 무너진 교권은 학생과 학부모뿐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교원에게 웃음을 찾아주는 일이 가장 시급한 과제인 이유다. <편집자 주>
이달 들어 교원들은 또다시 안타까운 소식을 듣게 됐다. 대전, 청주, 제주에서 교원들이 잇따라 세상을 떠났다. 특히 대전의 40대 교사는 수년 동안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시달려 우울증 약을 먹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에도 경기, 서울, 전북에서 비보가 전해진 터라 슬픔은 더욱 크게 다가왔다. 교원들의 눈가는 마를 날이 없는 요즘이다. 서울서이초 교사 추모행사를 앞두고는 전국에서 20만 명이 넘는 교육 가족들이 거리로 쏟아졌다. 오랜 기간 쌓이고 쌓인 무게에 짓눌리던 스트레스가 동시다발적으로 표출되는 상황인 것으로 풀이된다.
교육부가 김웅 국민의힘 국회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6~2021년 재직 중 사망한 교사 687명 가운데 스스로 생을 마감한 경우는 11%인 76명이다. 우리나라 전체 사망자 가운데 극단 선택의 비율(4.2%)과 비교하면 3배 정도에 이른다.
사실 교원사회의 위험신호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한국교총 등 교육계가 여러 통로로 보고해왔으나 대책 마련이 미뤄졌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 국가공무원으로서의 사명감으로 참고 또 참아왔을 뿐이라는 것이 현장 교원들의 목소리다.
한국교총이 스승의 날을 맞아 매년 진행하는 전국 교원 설문조사에서 ‘교직에 만족한다’에 대한 응답이 올해 사상 처음으로 20%대로 추락했다. 23.6%에 그친 것이다. ‘다시 태어나면 교직을 선택하겠다’는 답변도 역대 최저인 20.0%였다. ‘선생님은 수업·생활지도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인가’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의 68.3%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교총이 그에 앞서 발표한 ‘2022년도 교권 보호 및 교직 상담 활동’ 보고서를 살펴보면 지난해 전면 대면수업으로 전환한 뒤 학교에서 교권침해 건수가 급증했다. 최근 6년 동안 최고치를 기록했다. 10년 전에는 300건 대였던 것이 계속 늘어나 500건 대를 꾸준히 유지했다. 코로나19로 온라인 수업이 많아지자 400건 대로 잠시 주춤했던 수치가 다시 500건대(520건)로 늘었다. 교권침해 주체는 학부모에 의한 피해가 절반에 육박하는 241건으로 가장 많았다.
교육계는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와 악성 민원 등으로 곤경에 빠진 교원, 그리고 이에 따른 마음의 병을 갖게 된 교원에 대한 전수조사부터 시행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교총은 “위기의 교원들을 파악한 뒤 직접 찾아 나서 적극적인 치유와 법적 지원을 해야 할 때”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