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교실 강사, 경로당에서 감동의 연속 체험했어요”

2023.11.28 13:59:23

어르신들 품격 높은 배움, 배려, 나눔, 존중 문화 본받고 싶어

 

 

필자는 교직에서 은퇴한 후 제2인생으로 신중년 포크댄스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영통구 경로당 문화교실 건강체조 강사로, 대한노인회 영통구지회 포크댄스 강사로 경로당에서 어르신들을 지도하고 있다. 코로나 이전부터 해마다 서너 곳의 경로당에서 희망회원에게 체조, 댄스를 가르치며 건강증진을 도모하고 있다.

 

얼마 전 광교2차e편한세상 경로당에서 감동의 연속체험을 했다. 그날은 포크댄스 강의 종강일이다. 3월부터 주1회 1시간씩 지도했으니 월 4회 경로당 회원을 뵈었다. 경로당에 도착하니 회원들은 벌써 모여 있고 거실 식탁에는 김밥, 떡볶이, 과일, 과자, 찐고구마 등이 차려져 있다. 이른바 종강파티를 준비한 것. 경로당에서 처음 보는 광경이기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경로당 박상철 회장의 인사말씀에 이어 감사장 전달이 있었다. 경로당 회장으로부터 감사장을 받는 것은 처음이다. 감사장 문구를 보니 ‘경로당 회원들의 건강증진을 위한 포크댄스 프로그램 운영에 열정과 봉사정신으로 지도하여 주셨기에…’라는 문구를 보니 가슴이 뭉클한다. 자그마한 과일 선물도 받았다. 함께 감사의 노래를 불렀다.

 

 

경로당에선 약간의 포도주도 준비하였다. 건배사는 ‘오.징.어’. 무슨 뜻일까? ‘오래도록 징그럽게 어울리자’. 여기 어르신들은 흔히 말하는 꼰대들이 아니다. 시대를 관통하는 유행어를 파악하고 있다. 필자는 감사의 답사를 하고 건배 제의를 하였다. 건배사는 ‘당.신.멋.져’ ‘당당히 살자, 신나게 살자, 멋지게 살자, (때론)져주며 살자’라고 뜻풀이도 해 드렸다.

 

이곳 경로당과의 인연을 생각한다. 코로나 이전에 수원시평생학습관에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월담’ 강의를 2회 개최한 적이 있다. 주제는 포크댄스 배우며 건강과 행복 찾기. 여기에서 교직선배를 만났다. 포크댄스를 재미있게 배운 선배는 필자에게 정중히 제안한다. 경로당에 와서 포크댄스를 재능기부 해달라는 것. 포크댄스 저변 확대가 목마른 필자에겐 정말 반가운 소식이다. 그 자리에서 허락, 좋은 인연을 맺은 것이다.

 

이 인연은 경로당 문화교실 강사와 대한노인회 영통구지회 강사로 이어졌다. 이 경로당에서 받은 가장 큰 감동은 회원들이 평생학습으로 배운 포크댄스를 어린이 캠프를 열어 어린이들을 지도한 것. 평생학습이 전달 전수되어 이어진 것이다. 배운 것을 혼자 알고 그치는 것이 아니라 후대에게 전파하는 위대한 광경을 목격한 것이다.

 

 

이 아파트 경로당에서 배운 것을 필자가 적용한 것도 있다. ‘아파트 8색길’이다. 수원8색길이 있듯이 이 아파트에도 8색길이 있다. 이 아파트 8색길을 벤치마킹하여 우리 아파트 8색길이 탄생했다. ‘우리 아파트 8색길 걷기’는 2021년 수원시민 창안대회에 노력상을 수상하여 두 아파트에 8색길 안내 게시판을 세웠다.

 

회원들이 배운 세계의 포크댄스는 30여 종이 넘는다. 회원들은 포크댄스를 배우고 익히며 ‘하하호호’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포크댄스 시간은 웃음의 시간이다. 엉뚱한 동작이 나오면 웃음바다로 변한다. 경로당 회원들은 배우고 익힌 것을 행사에 참가하여 뽐내기도 하였다. 수원화성문화제 거리 퍼레이드 출연 인기상 수상, 수원컨벤션센터 아파트학교 보고회 공연, 광교위브노인주택 시범공연, 111cm 복합문화공간 시민과 함께 하는 포크댄스 행사가 바로 그것.

 

경로당 회원들은 서로 위해 주고 아껴준다. 음식물을 요리했거나 농산물을 수확하면 경로당으로 바리바리 싸들고 나타난다. 회원들에게 나누어주려는 것. 동료에 대한 사랑과 나눔이 생활화된 것. 필자의 경우, 포크댄스 재능기부를 하는 도중에 운영 요일을 바꾸자고 제안한다. 그 이유를 물으니 회원들이 공동식사를 하는 요일에 점심을 대접하고 포크댄스 배우고 즐기겠다는 것.

 

 

어떤 단체나 헌신적인 분이 있다. 인원이 너무 적어 문 닫은 경로당을 교직 출신 선배님(포크댄스로 인연을 맺은 바로 그분)이 경로당 행정보조 역할을 자진해 맡아 남편과 한마음이 되어 번듯하게 일으켜 세웠다. 화합하는 따뜻한 경로당을 만들었다. 경로당 환경구성을 보면 마치 학급 환경구성처럼 아기자기하다. 경로당의 특색, 목표, 실천내용, 기대효과가 명시되어 있다. 이들의 목표는 ‘웃고 운동하고 봉사하며 나누는 삶’이다.

 

종강파티는 우아한 포크댄스 ‘Good Night Waltz’로 마무리 지었다. 광교2차e편한세상 경로당 회원들은 언행에 품격이 있다. 건강과 배움 프로그램을 도입해 회원들이 배우고 즐긴다. 주민들의 안전과 좋은 환경 만들기에 어르신이 앞장선다. 상대를 배려하는 문화, 나눔과 상호 존중의 문화가 잔잔히 흐른다. 그것을 본받고 싶다. 경로당 회원 어르신이 아름답다. 어르신이 존경스럽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yyg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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