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이슈 2] 교육활동 방해 학생 즉시분리 담당은 누가? 

2024.02.06 10:30:00

 

지난해는 학교의 오랜 ‘몸살’이 지천으로 공론화되는 시간이었다. ‘교권 4법’과 「아동학대처벌법」이 개정되고 법률에 교원의 생활지도권을 명문화하는 등 각종 관련 법령을 정비하는 전기를 맞았다. 하지만 ‘몸살’은 현재진행형이다. 몇 개의 법령개정만으로 학교라는 복잡한 생태계에 얽히고설킨 ‘몸살’이 치유될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대증요법이 아니라 치유책이 될 수 있도록 후속 조치와 대응이 필요하다. 


지난해 9월 1일 교육부의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이하 ‘고시’라 한다) 제12조(훈육) 제6항 제3호 및 제4호에 따른 분리도 마찬가지이다. 교육활동을 방해하는 학생을 분리할 수 있다는 고시의 규정이 학교의 ‘몸살’을 치유하는 데 의미를 지니려면 무엇이 더 필요한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이러한 검토에 앞서 무엇이 정책의 목표이고 수단이며, 그 수단의 하위수단은 어떠한 것인지 명료히 할 필요가 있다.

 

학술적 의미로서 정책이란 ‘바람직한 사회상태를 이룩하려는 정책목표와 이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정책수단에 대하여 권위 있는 정부기관이 공식적으로 결정한 기본방침'으로 정의된다. 학교가 겪고 있는 ‘몸살’을 해소하려는 일련의 조치들은 「헌법」에 명시된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가진다’는 정책목표를 향하고 있다.


시쳇말로 학생이 말 안 듣는다고 교실 밖으로 쫓겨나게 하는 것 그 자체가 바람직하다고 여기는 사회상태가 아니다. 모든 학생의 학습권을 보장한다는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정책수단으로써 ‘교육활동 방해 학생 분리’가 등장한 것이다. 이러한 논의의 구조를 전제로, 교육활동 방해 학생 분리와 관련하여 반드시 갖추어져야 할 두 가지 조건을 제안한다.

 

법적 정당성을 확보
하나는, ‘교육활동 방해 학생 분리’라는 정책수단이 정책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것이라는 법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현재 수업시간 등 교육활동 중인 장소로부터 학생을 떠나도록 강제하는 조치는 학습권과 같은 기본권 침해를 다툴 여지가 매우 높다. 앞서 언급한 ‘모든’ 학생의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이 모든 정책수단이 지향하는 목표일 것인데, 정작 분리의 대상인 학생은 이 권리를 누리는 것이 일정하게 제한되기 때문이다.

 

설령 분리되는 학생을 제외한 나머지 학생들의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하며 교원이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보호하는 법익이 더 크다고 하더라도, 현재와 같이 교육부고시 형태의 규정으로는 정당화될 수 없다.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은 우리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른 법률유보의 원칙과 제75조 등에 따른 포괄위임금지의 원칙에서 찾을 수 있다.


‘법률유보의 원칙’이란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 등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 제한은 원칙적으로 법률로써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교육활동을 방해하는 학생을 교실로부터 분리하는 것이 나머지 학생들의 수업권을 보장하는 등 질서유지나 공공복리와 같은 필요성이 인정되더라도, 분리 대상 학생의 기본권을 일정하게 제한하는 것이므로 그 근거가 되는 명시적인 법률의 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는 행정부가 자의적으로 기본권 제한 여부와 정도의 정당성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입법자의 결단으로 기본권 제한에 관한 사항을 정하도록 한다는 의미다. 이 경우에도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이 침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법질서의 기본원칙을 따라야 한다.


‘포괄위임금지의 원칙’이란 법률이 하위법령으로 위임하는 사항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지 않고, 일반적이고 포괄적으로 위임하는 것은 금지된다는 것이다. 기본권을 제한하는 내용에 대해서는 이를 위임하더라도 법규명령에 위임하는 것이 원칙이고, 고시와 같은 형식으로 입법위임을 할 때에는 법령이 전문적·기술적 사항이나 경미한 사항으로서 업무의 성질상 위임이 불가피한 사항에 한정된다.

 

 예외적으로 행정규칙의 대외적 구속력이 인정되는 경우에도 상위법령의 위임한계를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 있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와 같이 「초·중등교육법」 제20조의2(학교의 장 및 교원의 학생생활지도) 제1항 및 이에 따른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40조의3(학생생활지도) 제2항을 법령의 포괄적인 위임을 근거로 고시 규정에 따라 분리에 관한 사항을 규율하는 것은 반드시 정비되어야 할 대상이다.

 

실질적 정책수단
다른 하나는, ‘교육활동 방해 학생 분리’가 실질적 정책수단(substantive policy means)으로서 정책목표를 달성하도록 효과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실행적 정책집행수단’이 갖추어져야 한다. 실질적 정책수단은 상위목표에 대해서는 수단이지만, 다시 그 하위수단에 대해서는 도구적 목표가 된다.

 

위에서 논의한 것처럼 입법의 기본원칙에 비추어 볼 때 불충분하기는 하나, 현재와 같이 교원의 생활지도 수단으

로 학생의 분리를 강제할 수 있도록 하더라도 이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학생이 분리된 시점부터 후속과정까지 담당할 조직체계·인력·재원 등이 있어야 한다. 이처럼 실질적 정책수단을 실현하기 위한 ‘실행적 정책집행수단’이 확보될 때, 도구적 목표 달성뿐만 아니라 상위 정책목표 달성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교육부는 고시로 분리 지도의 근거를 마련하고, 그 세부사항에 대해서는 지난해 연말까지 학칙으로 정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후속적으로 필요한 인력·공간 등 자원은 별도로 지원하지 못했다. 물론 2024년에는 특별교부금을 활용하여 학교 현장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그 규모도 제한적일 뿐만 아니라 한시 재원의 특성상 안정적인 보조수단이 되기 어렵다고 판단된다.

 

특히 특별교부금으로 인력 방안을 강구하는 경우 이전의 ‘방과후학교 학부모 코디네이터(전담보조인력) 사업’의 사례와 같이 일시적·한시적 성격을 가지게 되고, 종료 후 정착시킨다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불필요한 갈등 소요가 예상된다. 결국 학생을 분리한 후에 교육적 지원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교원수급 방안이 강구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인다. 


교장·교감·교사 등 기존의 교원업무 외에 분리 지도에 관한 사항을 병과시키는 방식은 교육활동을 보호하고 교원이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근거 법령 정비의 취지와도 배치된다. 또 일부 언론에 보도되었듯이 학교 현장의 한정된 내부자원을 재배분하는 과정에서 내홍이 커진 사례도 있다. 안정적인 ‘실행적 정책집행수단’이 확보되지 않고는 분리 대상 학생을 포함한 모든 학생의 학습권을 보장하는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운 것이다.

 

이에 중장기적으로 수석교사제도를 활용함으로써 교육활동 방해 학생 분리를 비롯한 생활지도 전반에 관한 사항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인력과 조직을 두는 방안을 제안한다. 이는 최근 학교폭력문제의 교육적 해결을 위하여 ‘생활지도 수석교사’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과도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기존 교원 중 생활지도 전문성이 높은 경력교원을 수석교사로 선발하는 경우, 논란이 되는 분리 대상 학생의 학습기회를 효과적으로 보장하는 등 교육적 지원의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단계적으로 수석교사 선발을 대폭 확대할 필요가 있고, 그 인원만큼의 교원 증원도 필요하다. 


아울러 안정적인 생활지도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수석교사실을 필수적으로 확보하고, 「교육공무원임용령」 제9조의8(수석교사의 우대)의 개정을 검토하여 수업시수를 대폭 경감하는 조치 등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다행히 지난해 4월 교육부가 발표한 ‘2024~2027년 중장기 교원수급계획’은 단순한 ‘양적 교원 수급’ 모델의 한계를 넘어서고, 주요 국정과제에 따른 교원 수요를 적극 반영하겠다는 의지가 이미 반영되어 있다.

 

김범주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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