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꽤 봄이 무르익어 가지만, 때아닌 꽃샘추위로 쌀쌀한 날씨에는 사우나가 생각납니다. 뜨끈한 물에 들어가서 몸을 녹이면, 긴장했던 근육이 싹 풀리면서 천국이 따로 없죠. 게다가 땀까지 쫙 빼고 나면 몸이 한결 가벼워지는 것이 다이어트 효과가 있는 듯 여겨지기도 합니다. 이번 호에서는 사우나와 관련된 과학이야기를 준비해 봤습니다. 사우나에도 과학 원리가 있다니 정말 어디에도 과학은 있는 것 같습니다.
Q1. 첫 번째 궁금증! 열탕이나 사우나에 오래 있다 나오면 머리가 핑 돌면서 어지러운데, 왜 어지러운 거예요?
겨울이 되면 사람들은 목욕탕에 가서 열탕이나 사우나에서 몸을 지지는 것을 되게 좋아하죠. 그런데 이런 걸 할 때 항상 경험하는 게 오래 앉아 있다가 나오는 순간, 현기증이 나고 눈앞이 순간적으로 안 보이고 어지러운 경우가 있거든요. 실제로 이런 찜질을 반복할 때 돌연사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고 해요.
사우나와 찜질방에서는 피부 온도가 40도 가까이 상승하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혈관이 확장되고, 땀이 나는 과정에서 혈액순환이 피부로 집중되면서 뇌와 심장으로 가는 혈액량이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 있어요. 사우나와 찜질방에서 ‘핑’ 도는 느낌이 든다면 이건 위험신호로 봐야 합니다. 이는 평소 심장이나 뇌로 가야 하는 피가 피부로 쏠리면서 혈액이 부족해져 어지러움을 느끼기 때문에 생기는 증상인 거죠!
뿐만 아니라 사우나와 찜질을 오래 하면 땀이 많이 빠져나가 몸에서는 탈수증상이 일어나기도 해요. 특히 땀과 함께 미네랄·칼륨 등이 함께 빠져나가면서 전해질 불균형이 일어나 다양한 이상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어요. 즉 ‘투 머치(too much)’는 안 좋다는 거죠. 특히 42도 이상의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면 교감신경이 자극받고, 혈류 속도가 빨라져서 맥박과 혈압이 증가하기도 하는데, 이때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바로 ‘뜨겁다고 바로 냉탕에 점프하는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냉온찜질을 빠르게 반복하면 높은 온도에서 확장했던 혈관이 갑자기 수축하면서 모자랐던 혈액량이 더 감소하기 때문에 심장에 무리를 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심장이 약하신 분들은 각별히 조심하셔야 합니다!
Q2. 요즘엔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찬물 샤워를 많이 한다는데 사실인가요?
우리 몸에는 두 종류의 지방이 있습니다. 하나는 백색 지방 나머지 하나는 갈색 지방이 있습니다. 백색 지방은 보통 우리가 알고 있는 나쁜 지방이라고 보면 됩니다. 이에 반해 갈색 지방은 지방 내에 미토콘드리아라는 세포소기관이 많아서, 갈색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갈색 지방에 있는 미토콘드리아는 계속해서 포도당을 먹고 에너지를 소모하기 때문에 기초대사량을 증가시켜 주고, 노화 억제에도 큰 도움을 준다고 합니다. 중요한 건 이러한 갈색 지방을 늘리는 방법이 바로 추위에 노출되는 것인데, 찬물 샤워를 통해 주기적으로 짧게 추위에 노출이 되면 갈색 지방 형성에 큰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이것뿐만 아니라 중독을 극복하는데도 찬물 샤워가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여러분들이 게임이나 숏폼 영상 등에 중독을 앓고 있으면, 이것은 바로 잘못된 도파민 분비로 인해 생긴 중독 현상입니다. 끊임없이 새로운 자극을 원하는 우리 뇌 입장에서는 새로운 자극에 노출될 때마다 도파민을 분비해서 중독을 유발합니다. 특히 이러한 숏폼 영상 등이 도파민 중독에 최적화된 나쁜 습관인데요. 이러한 중독은 다른 행위를 통해 중독을 극복할 수 있고, 그 방법이 바로 찬물 샤워입니다.
실제 스탠퍼드 연구진이 밝혀낸 사실인데, 찬물 샤워를 하면 노르에피네프린 농도가 올라가고 이는 결국 도파민 분비를 증가시켜 준다고 합니다. 특히 찬물 샤워를 할 때에는 거의 코카인을 흡입했을 때만큼의 수준으로 올라가고요. 또한 마약과 다르게 빠르게 도파민 농도가 떨어지는 게 아니라 3~4시간에 걸쳐서 서서히 떨어져서 여러분들의 기분을 오랜 기간 행복하게 해줄 수도 있습니다.
당연히 심혈관이 약하신 분들은 주의하셔야 합니다. 저도 보통 유산소 운동 후, 마무리 샤워할 때 찬물 샤워를 합니다. 또한 이러한 도파민 농도는 본인이 찬물 샤워를 할 때 차갑다고 느끼는 동안 많이 분비됩니다. 찬물 샤워를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차가움이 느껴지지 않게 되는데요, 차가움이 느껴지지 않으면 더 이상 도파민 농도는 올라가지 않는다고 해요. 그래서 차가움이 느껴지는 순간까지만 찬물 샤워를 하고, 그 후엔 미지근한 물로 마무리하시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Q3. 일부러 찜질방이나 사우나에 가서 땀 쫙 빼는 다이어트를 하시는 분들이 계신데 이거 진짜 효과가 있나요?
이렇게 가만히 앉아서 땀만 흘린다고 살이 빠지는 게 아니에요. 당장 땀 빼고 몸무게를 재보면 몸무게가 줄어 있어서 살이 빠진 것처럼 착각하지만, 우리 몸은 항상성이라고 해서 항상 모든 조건은 일정 기준을 맞추려고 해요. 즉 우리 몸의 체액이 땀으로 많이 배출되면 당장은 몸무게가 줄어든 것처럼 보이지만, 그건 그냥 물이 빠져나간 거지 진짜 우리 몸의 체지방이 줄어든 건 아닙니다! 결국엔 균형을 맞추려고 다시 흘린 땀 이상의 물을 마시게 됩니다. 말짱 도루묵이라는 거죠.
이것과 같은 맥락이 저염식 다이어트에요. 염분 섭취를 줄이면 결과적으로 우리 몸에 염분이 떨어져요. 염분은 삼투현상으로 물을 끌어들이는 성질이 있는데 저염식으로 먹다 보니 우리 몸에서 물이 계속 빠져나가서 단기적으로는 살이 빠지는 것처럼 보여요. 하지만 우리 몸은 항상 일정한 염분 미네랄 농도를 유지하려고 하므로 저염식 식단은 한계가 있는 거죠. 계속 이렇게 저염식으로 먹으면 건강에 이상이 오고, 결국 우리 몸에서 계속 염분 섭취를 갈구합니다. 결국엔 염분 섭취를 해야만 하고 그로 인해 빠져나갔던 물들이 재흡수가 되는 거죠. 결국 다시 돌아옵니다.
실제로 너무 저염식을 하다 보면 ‘저 나트륨 혈증’, 즉 혈액 내에 나트륨양이 너무 적어져 목숨이 위험해지는 경우도 있으니 극단적인 다이어트는 금물입니다! 그래서 요즘에는 저염식 식단이 아닌 건강하게 다이어트하는 게 떠오르고 있기도 해요.
Q4. 엑소쌤이 얘기해 줘서 문득 궁금한 게 생겼는데 그럼 우리가 운동할 때도 땀 많이 흘리고, 사우나에서도 땀 많이 흘리잖아요? 근데 엑소쌤이 말한 것처럼 땀이 배출된다고 살이 빠지는 게 아니면 도대체 살은 어떻게 빠지는 거예요?
여러분 놀라지 마세요. 우리가 숨을 쉴 때 들숨 날숨이 있죠? 이 들어오고 나오는 공기의 무게가 거의 0인 것 같지만, 생각보다 무게가 나갑니다. 우리가 운동을 엄청 열심히 하면 날숨에서 고농도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는데요. 이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들이 사실 우리 몸의 살들이랍니다.
이 살들이 운동에너지와 열에너지로 분해되면서 이산화탄소로 전환되고, 이 전환된 이산화탄소가 날숨으로 나오면서 살이 조금씩 조금씩 빠지는 거죠! 그래서 사우나를 할 때 살이 전혀 안 빠지는 이유가 땀은 흐르지만, 격렬한 운동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상대적으로 적어, 결국 살이 안 빠지는 거예요. 반대로 운동 같은 경우는 땀이 흐르는 거랑 별개로 유산소 운동을 열심히 하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아져서 살이 빠지는 것이고요.
실제로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학 연구팀이 ‘영국 의학저널’에 밝힌 새로운 연구결과에 의하면 체중이 감소할 때 감소된 체중의 대부분은 이산화탄소로서 우리가 열심히 유산소 운동을 할 때 나오는 이산화탄소가 체중을 빠지게 한다고 밝혀냈어요! 사람들은 살이 빠지는 이유가 지방이 열이나 에너지로 연소하거나, 지방이 대변으로 배출되거나, 근육으로 전환되기 때문이라고 알고 있었지만, 연구결과 지방 10kg이 빠질 때 무려 8.4kg이 폐를 통해 이산화탄소로 전환 배출되며, 1.6kg이 물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해요. 즉 ‘다이어트에는 왕도가 없다! 유산소 운동과 식단이 답이다’라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