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치고 배우고 … AI 교과서가 확 바꾼다

2024.04.05 10:00:00

 

챗GPT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인공지능이 그다지 실감 나게 느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과학기술계에서나 하는 얘기로 치부했을지도 모르겠다. 디지털 전환과 인공지능시대의 도래를 알리는 여러 징후가 포착되었지만, 학교 사회에서 인공지능을 도입하는 것에 대해서는 소극적이거나 부정적인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인공지능을 학교에 어떻게 도입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제는 인공지능을 얘기하지 않고는 미래교육을 논할 수가 없다. Open AI가 다양한 인공지능 기능들을 일반인들도 쉽게 볼 수 있도록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일주일이 멀다 하고 새로운 기능들이 쏟아지는 인공지능 응용기술들을 보고 있노라면 인공지능이 인류 전체의 지능을 넘어서는 기술적 특이점 시대가 예상보다 앞당겨질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바야흐로 인공지능이 주도하는 신문명의 시대가 전개된 것이다.


물론 기술적인 면만으로 인간의 생활을 송두리째 변화시키기는 쉽지 않다. 인간이 그 기술을 수용하여 생활방식의 변화를 통해 기술이 생활 속으로 들어와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공지능과 인간의 상호관계가 얼마나 편리하고 매력적으로 설계되고 운용되느냐에 따라 생활방식·사무환경·교육방식은 변화하리라 생각한다.

 

미래학자 존 나이스비트는 아무리 고도로 발전된 하이테크 기술이라 할지라도 인간을 건강하고, 창의적이며, 열정적으로 유지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하이터치와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했다. 고도로 발달된 정보통신기술과 인공지능이 지원하는 하이테크 기반 교육 역시 교사들에 의한 능동적인 교실수업이 뒷받침되지 않고는 기대하는 교육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다.

 

AI 디지털교과서와 새로운 수업모델
AI 디지털교과서로 수업하는 방식은 비교적 간단하다. 마치 자동차를 운전할 때 내비게이터를 활용하는 것과 흡사하다. 인공위성이 자신이 가는 목적지를 최단 시간 내에 도달할 수 있도록 운행경로를 안내해 주는 것처럼, AI 디지털교과서 역시 학생들의 학습활동을 최적화시켜 준다.

 

교사는 학생들의 학습활동 데이터 분석 결과를 대시보드를 통해 받아 봄으로써 현재 학생들의 학습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 교사는 이 분석정보를 바탕으로 교실수업을 어떻게 이끌어갈지, 학생 개개인에게 어떻게 대응할지 전략을 짜야 한다.

 

기존 교사의 역할이 지식전달자라면 AI 디지털교과서 환경에서는 축구팀 감독이나 코치처럼 학생들을 이끌어 가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단순한 지식전달은 인공지능이 담당하게 함으로써 교실수업에서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했던 학생들을 이해시키고 기억시키는 시간을 덜어주려는 것이다. 여기서 절감한 시간을 토론·발표·글쓰기 등 고차원적 인지과정에 사용할 수 있게 하려는 것이다.


인공지능 시대에는 단순한 지식전달은 큰 의미가 없다. 교사는 학생들이 스스로 지식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 하고, 학생들의 마음을 쓰다듬어주는 사회·정서적 멘토 역할을 해야 한다. 주입식 교육을 멈추고, 끄집어내는 교육으로 대전환을 해야 한다.

 

AI 디지털교과서는 주입식 교육에서 끄집어내는 교육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도록 설계되어 있다. 물론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문제들을 리뷰하는 시간은 당연히 존재한다. 그러나 이 시간은 학생들이 저마다 학습하는 상황을 인공지능이 분석한 것을 토대로 교사가 단원별로 간략히 요약 정리해 주는 시간이다.

 

대부분의 수업은 AI 디지털교과서를 통해 학생들이 공부하는 과정에서 마주치는 개념 중심으로 주제별 토론과 발표, 글쓰기로 진행될 것이다. AI 디지털 시대에 학생들에게 부족할 수 있는 것이 생각하고, 토론하며, 발표하는 능력들이다. 글쓰기 교육도 중요하다. 교사는 학생들의 발표를 토대로 팀 프로젝트 결과물을 글쓰기 형태로 제출케 할 것이다.


강의식 교수법은 가능하면 최소화하는 것이 좋다. 집단적 학습상황에서 동일한 내용을 동일하게 공유해야 할 상황이 아닌 한 개별화교육 혹은 탐구적 방법을 통해 질문하고, 토론하며, 다른 생각을 표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강의식 교육법은 표준품을 대량 생산해야 하는 산업현장에 적합한 방식이다.

 

새로운 것, 오리진(origin)이 요구되는 시대에는 창의적인 사고와 혁신이 필요하다. 아동·청소년기에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는 학교 교실에서 주입식 교육은 학생 개개인의 사고를 획일화시킬 수 있다. 길들여진 두뇌는 창의성을 상실하게 된다. 모두 같은 생각을 강요하는 것은 교육이라 할 수 없다.

 

따라서 AI 디지털교과서를 통해 변화시킬 교실의 수업 모습은 주입식 강의시간을 대폭 줄이고, 끄집어내는 교육, 만드는 교육, 발표하고 토론하는 교육, 글로 표현하는 교육이 되어야 할 것이다. 친구들과 팀을 구성하여 팀워크를 체험하고 다른 팀들과 경쟁과 화합을 통해 공동체 일원으로서 경험하도록 하려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학생들은 인공지능과 디지털 세계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의 리터러시나 윤리의식을 깨우치게 될 것이다.

 

AI 디지털교과서가 도입된 교실수업의 모습
AI 디지털교과서가 도입되면 학생들이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오늘 수업할 내용에 대해 노트북을 열고 AI 디지털교과서의 관련 부분의 문제를 풀게 된다. 미리 집에서 풀고 온 학생들도 있을 것이고, 수업 시작하면서 처음 문제를 푸는 학생들도 있을 것이다.

 

기본 문제를 풀게 함으로써 학생들이 오늘 배울 내용의 기본개념을 어느 정도 이해하는지 측정할 수가 있다. 학생들이 문제풀이를 하는 동안 교사는 실시간 자동 분석되어 전해지는 학생들의 학습상태를 확인하고 학생들의 지식상태와 오늘의 감정상태를 확인한 후 프로젝트 수업을 위한 모둠을 구성하게 된다. 교사는 20명 내외의 학생들이 오늘 수업을 위해 어떤 준비 상태에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으므로 수업은 학생들이 서로 다른 지식상태라는 점에서 출발하게 될 것이다.


수업시간 중에는 개념 위주의 토론수업을 중심으로 진행하게 된다. 먼저 AI 디지털교과서에서 풀이한 문제들의 핵심 개념들의 이해를 위해 모둠별로 서로가 이해한 것을 발표하고 질문케 한다. 개념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은 학생들이 있다면 이들 학생에 대해서는 개별적인 설명이 필요하다.

 

그리고 대시보드에 나타난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유형의 문제나 개념은 리뷰를 해주고 수업을 진행한다. 학생들은 기본 개념을 파악한 후 동료학습을 통해 자신들의 사고체계 속에서 구성주의적인 접근을 하게 될 것이다. 교사는 학생들이 기본개념을 파악한 것으로 확인하면 응용사례를 주어 팀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한다. 팀 내에는 역할을 나누는 것이 필요하다.

 

교사는 이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는지를 확인하고 조언이나 격려를 하게 된다. 팀별로 프로젝트가 끝나면 발표하고 질문을 하게 하는데, 교사는 학생들의 참여를 최대한 끌어내야 한다. 질문을 통해 지식을 확인하고 창의적인 생각을 유도해 내는 것이다. 팀별로 발표를 한 후에는 글쓰기를 하여 노트북에서 업로드하거나 칩이 내장된 펜을 사용하여 A4 용지 등에 글로 써서 제출하도록 한다.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대부분의 학습활동을 디지털화하는 것이다.


수업이 끝난 후에는 인공지능의 학습분석 결과를 토대로 학생 개인별 진단과 처방이 나가게 된다. 학생별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주는 학습과제가 나가거나, 인공지능의 맞춤형 추천 자료들이 학생들의 학습계정에 나타나게 될 것이다. 그리고 학생들의 학습진도와 정서적인 상태를 확인하여 상담이 필요한 학생이나 혼자서 학습이 어려운 학생에게는 기초학력 전담교사나 대학생 멘토링을 지원하여 수업을 포기하지 않고 끝마칠 수 있도록 지원하게 된다.


개인학습을 하는 경우에는 AI 디지털교과서에 내장된 AI 튜터의 도움을 받아 자기주도학습을 하게 된다. AI 튜터에는 어댑티브러닝 시스템이 내장되어 있어 학생들의 반응에 잘 대응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학생이 어려워하는 문제는 학생의 수준에 맞게 설명해 주고, 지루해할 때는 게임과 같은 것으로 학생에게 재미를 선사하기도 한다. AI 튜터는 학생의 친구이자 보조교사로서 학생의 학습과정을 따라다니는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하게 된다.

 

AI 디지털교과서의 구성요소와 기능
AI 디지털교과서에는 어댑티브러닝 시스템과 러닝애널리틱스, 그리고 학생중심 학습디자인을 주된 구성요소로 하고 있다. 학생들의 지식수준과 학습상태에 따라 실시간 개별적인 대응을 가능케 해주는 어댑티브러닝은 학생맞춤형 학습을 위해 필요한 기능이다.

 

학생의 지식상태를 미세하게 분할하여 각각의 상태에 대응하는 문제를 적시에 제시하여 학생이 반응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AI 디지털교과서는 개인별 수준에 맞도록 맞춤형으로 알고리즘이 설계되어 있어 학생 누구나 각자의 지식수준에 따라 서로 다른 경로를 통해 학습진도를 나가게 된다.


학생들의 학습활동 데이터와 학습콘텐츠 데이터, 프로필 데이터 등을 활용하여 실시간 인공지능 알고리즘으로 분석을 해주는 러닝애널리틱스 기능도 탑재된다. AI 디지털교과서에는 개인별 맞춤형학습이 되도록 설계되어 있어 학생이 사용하는 동안 남긴 흔적을 추적하여 분석함으로써 학습자의 학습상태와 지식수준을 정확히 파악해 낼 수 있다.

 

학생의 학습활동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하기 때문에 학생의 기기 사용 시간이 길어질수록, 학습활동 데이터가 쌓일수록 그 분석은 더욱 정확해진다. 학습자의 학습패턴을 분석할 수 있게 됨으로써 학생이 취약한 분야, 틀린 문제의 유형, 문제를 푸는 습관, 공부하는 행태 등을 실시간 파악할 수 있다.

 

만일 분석된 결과가 학생이 맞힐 수 있는 문제인데 틀린 경우에는 학생에게 다시 풀어보도록 지도하고, 몰라서 틀린 경우에는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도록 다시 지도하며, 찍어서 틀린 경우에는 문제를 스스로 다시 풀어보도록 지도함으로써 교사와 학생 간의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해줄 수 있다.


AI 디지털교과서는 학생들이 학습하기에 가장 적합하도록 디자인되어 있다. UX나 UI 구성에 있어서 학생들이 불편하거나 어려움이 없도록 보편적인 디자인 방식을 채택하도록 했다. 학생들의 지식수준뿐만 아니라 학습행동과 습관들도 데이터로 분석하여 개별학생들에게 가장 적합한 학습경로를 설정하여 학생들이 포기하지 않고 해당 수업을 완료할 수 있도록 이끌어가게끔 설계되어 있다.

 

따라서 코스웨어 상에서 학습경로를 이탈하거나 패턴에서 예외적인 반응이 나오는 경우 그에 대한 인공지능 처방이 나오고, 새로이 경로가 형성되기 때문에 학생마다 개인차에 따라 서로 다른 경로를 통해 학습하게 됨으로써 중도 이탈을 막고 해당 과정을 완료할 수 있도록 하여 교육격차 완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

 

마무리
AI 디지털교과서는 교실에서의 수업방식을 혁신하기 위한 수단이다. 기술이나 사양보다 이를 수업에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중요하다. 기술은 동시대의 보편적인 기술 수준에 맞추게 될 것이다. 인공지능뿐만 아니라 인프라나 데이터 활용 등의 문제들도 지적되지만 하나씩 해결되고 있다. 처음부터 완벽할 수는 없다.

 

교사연수를 하고, 시범학교사업을 한다고는 하지만 코로나 사태 발발 이후 첫 한 달처럼 혼란스러운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행인 것은 교사들의 수준이 높아 혼란은 조기에 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일선 학교뿐만 아니라 교육부와 시·도교육청 그리고 연구기관 모두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시행에 앞서 시나리오별로 체크하고 준비한다면, 세계에서 가장 먼저 인공지능 시대의 새로운 수업모델과 교수법으로 교실혁명을 이끌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

박승재 전 교육부총리 정책자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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