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은 교육공무원으로 정년퇴직을 했다. 그리고 지금은 계약직 교사로 근무하고 있다.
다같은 직장생활이지만 나의 내면세계는 참 많이 달라졌다. 정규직으로 있을 때는 어줍잖은 사명감에 짓눌려 여유가 없었다. 그때는 조직 생활의 무한 책임과 삶의 무게로 인해 늘 허덕인 것 같았다. 수입은 노력의 결과물이지 내가 소득활동을 한다는 생각을 못했다. 그런데 지금은 반밖에 안 되는 수입이지만 이제야 내가 돈을 벌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퇴직 후에도 왜 학교를 못 떠나는지를 곰곰 생각해 보았다. 먼저 연금소득 외에 추가로 들어오는 것은 금액에 관계없이 덤으로 얻는 소득이다. 세계는 넓고 갈 곳은 많아서 끊임없이 떠나고 싶은 곳이 생기니 그래서 좋다.
다음으로 학교에서는 기간제 교사를 구하지 못해 많은 어려움이 있다. 인구 절벽으로 인해 학생 수가 줄어들어 교육청에서는 정규직 발령을 100% 내지 못하고 부족인원을 계약직으로 충당하다보니 기간제 교사는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퇴직할 때는 그 누구도 다시 학교에 나가리란 생각이 없었을 것이다. 밤사이 변한다는 것이 사람의 마음인지라 본인도 기간제 교사를 하게 될 줄은 짐작도 못했으니까. 그런데 학교 사정을 빤히 알고 있으면서 또 개인적으로 잘 알고 있는 관리자들이 부탁할 때는 거절하기도 쉽지 않다. 그리고 그것이 꼭 학교를 위해서만은 아니지 않는가? 퇴직 후 무료할 즈음에 개인의 생활을 보다 윤택하게 하고 직장에 대한 자부심도 느껴졌다. 그것이 국가가 필요로 할 때 내가 기여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담임이 아니어서인지 아이들과의 교감이 나에게는 활력을 준다. 나를 잘 따르고 아이들이 하는 작은 말 한마디도 힘이 되고 기쁨을 준다. 평생 해 온 수업이라 지극히 자연스럽고 이것이 나의 천직이란 생각마저 든다.
이러한 것들은 예전 정규직 시절에는 예상할 수 없었던 경험이라 생각되며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누리는 경제원칙에도 부합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아직도 학교로 출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