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대전환 시대 직업계고 미래는

2024.09.05 10:00:00

 

들어가며
19세기 말, 당시의 주요 운송수단은 말(horse)이었다. 1872년에는 지독한 말 독감이 유행했고, 1880년에는 뉴욕시에서 1만 5천 마리의 말 사체가 길거리를 덮을 정도로 사회적 문제였다. 말 배설물의 역겨운 냄새와 가스로 인해 19세기 말에는 ‘말똥 대위기’가 생길 것이라고 걱정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1912년의 뉴욕에는 차량이 말보다 더 많아졌고, 1917년에는 뉴욕의 말 트램이 말 운송 역사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2차 산업혁명 시기에 말이 자동차에 밀려났듯이 인간도 기계에 밀려나지 않을까 걱정하기 시작했다. 1930년대에 존 메이너드 케인스(John Maynard Keynes)는 ‘기술적 실업’1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이러한 위기를 알렸다. 이는 기술발전으로 인해 일자리가 사라지고, 인간의 노동력이 불필요해지는 상황을 의미한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봤을 때, 기술의 발전은 새로운 직업과 기회를 창출하기도 했다. 따라서 우리는 기술적 변화에 적응하고, 미래를 대비하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상상력 사전>에서 인류 자존심에 상처를 준 세 가지 사건을 이야기한다. 다윈의 ‘진화론’,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이 그것이다. 만약 AI에게 인간이 진다면 또 한 번의 상처를 주지 않을까? 베르베르의 관점에서 보면, 기술의 발전과 인공지능의 발전은 우리의 자아와 정체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불가피한 것이며, 우리는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고 발전하는 데 주저하지 않아야 한다. 인간과 기계가 공존하는 미래를 위해 우리는 융통성 있게 변화에 대응하고, 기술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디지털 대전환 시대의 직업교육
학령인구 감소와 디지털 대전환 시대의 요구가 맞물리면서 중등단계 직업교육이 큰 변화를 겪고 있다. 대한민국은 저출산으로 인해 자녀의 학습능력·적성을 고려하지 않고 대학 진학을 기본으로 인식하는 사회가 되었지만, 직업계고는 학령인구 감소에 맞춰 학교수·학급수·학급당 학생수 감축에 소극적이었다. 그 결과 대부분의 직업계고가 학생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직업계고는 로봇·반도체·AI 등 신기술을 제대로 가르칠 교사를 양성하지 않은 채, 신입생 유치를 위해 무분별한 학과개편만 진행하고 있다. 쏟아지는 업무로 인해 신기술 변화를 따라잡을 교과 전문성을 갖추기 위한 연찬의 기회마저 얻기 힘든 교사들이 신기술 학습역량이 부족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로 인해 산업체의 요구에 맞는 인력을 양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초학력 부족 상태에서 입학한 직업계고 학생들은 기초학력을 극복하지 못하고 주요 과목에 대한 학습의욕을 잃는 경우가 많다. 전공 분야 실습 위주의 교육을 받아 전공 관련 기능사 자격을 취득하고 졸업하지만, 전공과 무관한 업체에 취업하여 직업계고에서 배운 업무와는 상관없는 단순업무에 지치게 되는 경우도 많다. 또한 학력 차별로 힘들어하며 잦은 직장 이동을 하거나, 대학 진학을 선택하기도 한다. 대학 진학 후에는 기초학력 부족과 경제적 어려움으로 무늬만 대학생이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떻게 할 수 없다는 패배감을 느끼기도 한다.

 

직업계고를 바라보는 참혹한 외부의 시선
직업계고를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은 더욱 참혹하다. 직업계고를 졸업하고 일터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직업계고 출신 작가들이 출판한 책에서 직업계고 출신 직장인이 겪는 편견과 무시를 쉽게 마주할 수 있다.

 

어떤 영화나 드라마, 소설이나 만화에서도 이십 대는 다 대학생이었고, 직장인은 모두 양복을 입고 있었다. 작업복을 입고 공장으로 출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구전으로나 전해지는 동화 같았다. 누군가의 경험담으로 가늠해 보는 게 최선이었고, 그마저도 모호하고 비어있는 부분이 많았다. 그러나 죽음에 관한 이야기는 계속 들어왔다. 2016년 구의역 스크린도어 정비업체 직원 사망사고, 2017년 제주 현장 실습생 사망사고,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 사고…. 비극적 사건을 통해서야 그들의 삶은 겨우 신문과 뉴스에 파편화되어 흩어지는 정보로 남았다.  

- 허태준, <교복 위에 작업복을 입었다>, 2020.

 

직업계고를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은 ‘편견’으로 가득 차 있다. 대개의 편견이 그러하듯 ‘잘 모름’에서 생겨나고, 그러한 편견은 ‘접촉 없음’으로 강화된다. 현장실습을 나간 직업계고 학생이 자살한 사건이 있었다. 직업계고에 다녔다는 것, 자살했다는 것, 두 가지 사실로 사람들은 간편하게 시나리오를 썼다. 가난하고 불행한 환경에서 자랐을 것이고, 부모와 사이가 안 좋았을 것이며, 어둡고 심약한 아이였을 것이라는 말들을 무심히 해댔다. 푸릇한 나이에 왜 죽어야만 했나 질문하지 않고 이래서 죽었을 것이라고 단정했다. 
- 은유,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 2020.  

 

디지털 대전환 시대의 직업계고 정책 제안
교육부는 2027년까지 현재 54개인 산업수요맞춤형고(마이스터고)를 65개로 늘리고, 협약형 특성화고 35개를 지정할 계획이다. 이러한 마이스터고와 협약형 특성화고를 통해 졸업 후 바로 취업할 수 있는 산업인재를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협약형 특성화고로 지정되면 마이스터고 수준의 지원(학교당 최대 45억)을 받게 된다. 그 외에도 산업통상자원부 지원을 통해 직업계고와 산업체 연결을 쉽게 하는 정책도 진행 중이다. 디지털 대전환 시대를 맞이한 직업계고와 관련하여 몇 가지 정책을 제안하고자 한다. 

 

● 첫째, 직업계고 적정화 정책
학령인구 감소를 반영하여 연차적으로 직업계고 학교수·학급수·학급당 학생수 감축 정책이 필요하다. 다만 학급수 감축으로 소규모학교가 되었을 때, 교육과정 운영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학급수 감축에 앞서 학급당 학생수 감축부터 해야 한다. 다양한 교육활동이 가능한 직업계고의 적정 학급당 학생수는 16명 정도로 생각한다.
노동시장의 특성, 산업 및 지역 여건, 학교 여건 등을 다각도로 고려하여 효과적인 직업교육이 가능할 수 있도록 거대 학급을 8~10학급 정도의 적정 학급으로 감축해야 하며, 단순 학급 감축이 아니라 노동시장 유연성을 고려하여 탄력적인 학급수 증감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지속해서 현저하게 신입생 충원율이 떨어지는 공립 직업계고부터 연차적으로 통폐합하는 방식으로 학교수를 감축해야 한다. 통폐합으로 생긴 유휴학교는 중학교의 진로교육을 종합적으로 지원하고, 상시적인 진로체험이 가능한 곳, 직업계고 학점제 시행으로 필요한 공동실습소, 노동인권교육 등 직업계고 교사의 재교육 공간 또는 직업계고 학생들의 현장실습 공간 등으로 활용하는 정책의 전환이 필요하다. 좀 더 문턱을 낮춰, 유휴공간을 노동자 재교육 차원의 평생교육 공간, 학교 밖 청소년의 대안 직업교육기관으로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 둘째, 신입생 선발 정책
현재의 직업계고 입학전형인 미래인재전형(특별전형) 정책은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특별전형은 중학교 내신성적과 무관하게 선발한다. 본인의 소질과 적성을 살려 선발하겠다는 취지와 달리, 서열화된 직업계고 상위학교에 지원하여 떨어지면 다음 단계의 학교에 지원하는 방식으로 이용되고 있다. 중학교 3학년 학생수가 급격히 줄어들어 마이스터고와 전통적인 명문 특성화고도 정원을 채우기 어려운 상황에서, 미래인재전형은 소수의 우수 직업계고를 살리기 위해 다수의 직업계고를 황폐화하는 결과를 낳았다. 


지역의 직업계고는 외국인 학생 유치를 통해 신입생 모집의 어려움을 극복하려는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강원도의 경우, 신입생 모집이 힘든 직업계고 중 한 곳을 ‘국제직업고’로 전환하여 외국인 학생들이 직업교육을 배우고, 졸업 후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하여 지역의 인구 증대와 노동력 확보를 도모하고 있다. 머지않아 수도권의 직업계고에서도 외국인 신입생 모집의 바람이 불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을 중등단계 직업교육 대상으로 확대하기 전에 법적·제도적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


우수 신입생 유치를 위해 취업진로직업센터의 기능을 확대 개편하고, 졸업 후 취업정책과 더불어 신입생 유치정책도 강화되어야 한다. 단위학교에서 진로지도란 명목의 중학교 홍보활동은 직업계고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하며, 다수 교사의 출장으로 인해 2학기 교육과정이 비정상적으로 운영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교육청 차원에서 중학교 단계의 진로지도를 강화하고, 취업진로직업센터에 신입생 모집을 전담할 별도의 조직을 두어 단위학교에서 하는 비교육적인 홍보활동을 대체할 필요가 있다.

 

● 셋째, 직업계고 교원정책
현재 직업계고는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명예퇴직을 고민하는 베이비붐세대와 40대 이하 교사 비율이 아주 높다. 40대 중반에서 50대 초반의 교사 부족, 특히 남교사 부족은 직업계고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심각하다.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40대 후반 50대 초반 교사들은 각종 업무로 수업을 제대로 할 수 없는 현실이다. 향후 1~2년간 베이비붐세대가 퇴직하는 자리는 대부분 20대 후반 30대 초반의 젊은 교사들이 채울 것이다. 결혼과 출산에 따른 휴가·휴직으로 지금도 기간제교사의 비율이 굉장히 높다. 디자인·서비스 계열 등의 직업계고는 이미 기간제교사의 비율이 50%를 넘긴 학교도 있다. 


신규교사의 여성화와 더불어 이들의 성장 환경은 직업계고를 선택하는 학생들의 생활환경과 괴리감도 커지고 있다. 2023학년도 서울의 신규 중등교사 대상 교직에 대한 인식 조사에 따르면, 신규교사들은 교사라는 직업에 대한 긍지가 0%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들이 교직을 선택한 이유는 배우고 가르치는 일(35.3%)이 좋거나 학생과의 만남(35.3%)이 좋아서였다.

 

안정적이고 정기적인 월급 때문에 교직을 선택한 교사들도 29.4%였다. 월급 받는 안정적인 직장인 교사와 여러 가지 상황으로 늦은 시간까지 아르바이트를 하고 늦게 등교하거나 아르바이트 때문에 일찍 하교해야만 하는 학생 사이의 간극이 더 벌어지고 있다. 학생들을 보듬어 줄 수 없는 교사, 교사들을 적대시하는 학생이 만들어내는 직업계고는 단절되고 파편화된 불통의 공간이 돼 버렸다. 


직업계고 교사는 직업계고에 진학하는 학생에 대한 이해, 그들의 부모에 대한 이해, 졸업하고 취업할 산업체의 이해, 노동시장 변화에 대한 이해, 미래 기술혁신 사회에 대한 이해, 인간에 대한 인문학적 이해 등을 바탕으로 미래 교육과정을 편성할 수 있는 전문성 신장이 필요하다.

 

특히 노동인권교육 강화 정책이 필요하다. 교육청에서는 노동인권교육을 강조하지만, 교육청에서 보내온 각종 노동인권교육 수업자료들은 배부되지도 않고 교무실 쓰레기통 주변에서 뒹굴다 결국 폐기되는 경우도 많다. 애써 만든 노동인권 관련 수업자료가 잘 활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교육청이 수업료의 50~80%를 지원하는 혁신 전공 대학원, AI 대학원처럼 노동인권 대학원 지원정책이 필요하다. 


2022년부터 모든 직업계고에서 고교학점제가 시행되었지만, 단위학교의 현실은 시설 등 인프라 부족, 교사들의 이해 부족, 다(多)교과지도에 따른 교사들의 노동 강도 심화와 그에 따른 수업의 질 저하가 나타나고 있다. 교사들은 직업계고 학점제 도입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학생들의 다양한 선택을 지원할 수 있는 교사 수급 문제에 대한 우려가 크다. 다교과수업으로부터 교사의 노동 강도를 완화하고 수업의 질을 제고하기 위해 교원자격이라는 높은 문턱을 낮추는 방안에 대해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되어야 한다.

 

● 넷째, 취업정책
모라벡의 역설2에 기반한 취업정책 수립이 필요하다. 급진적 기술진보에 따른 노동시장의 양극화는 중간 숙련 일자리를 사라지게 한다. 다수의 졸업생은 저숙련 플랫폼 노동시장으로 진출할 수밖에 없는 미래가 곧 다가올 현실이 될 수 있음을 직시하고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저임금·저숙련, 열악한 근무환경과 사회적 대우 등 직업계고 직업교육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확대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고부가가치·고기능 중심의 직업교육을 통해 인식 개선을 도모하며, 우수 신입생 확보라는 선순환의 틀로 전환하고 싶은 마음이 앞서 ‘미래 신산업의 고숙련 일자리에 적응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 중심으로 직업계고를 개편하는 것’은 희망 고문이 될 수도 있다.

 

왜냐하면 이러한 전환은 노동시장 전반의 열악한 근무환경과 사회적 대우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 없이 무한경쟁사회에 직업계고를 방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가 최고로 발달한 미국의 경우, 전통적인 배관공·전기공 등이 높은 소득을 올리고 있다는 것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취업 지원 인력의 확충과 그들의 노동 안정성 강화 정책도 필요하다. 서울 지역의 경우, 그간 서울시가 지원했던 직업계고 취업지원인력사업이 2023년에 종료됨에 따라 더 이상 예산지원이 없다. 학생들에 대한 취업정보 제공 및 현장실습 등의 행정업무 보조 인력지원이 하던 행정업무를 취업업무 담당부서에 배정된 교사들이 수업전문가로서의 역량을 발휘하면서 동시에 취업전문가의 역할을 해야 하는 과도한 업무부담을 겪고 있다. 취업 지원 인력을 주무관으로 채용하여 재학생의 진로개척과 졸업생의 유지 취업률을 증가시키는 등 장기적인 관점에서 취업을 지원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경기도교육청은 2023년, 취업전문교사 73명을 선발하여 배치함).


정부와 민간의 취업지원 협력체제 구축을 위한 교육부 차원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 우선 정확한 취업률 및 진학률에 관한 DB 구축과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이를 기반으로 정부의 직업계고 취업장려정책이 수립되어야 하고, 민간에게 예측할 수 있고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 제공을 통해 민간의 협력을 이끌어야 한다. 


신입생 모집을 위한 홍보보다 더 중요한 것이 직업계고 졸업 후 성공적인 모델을 많이 창출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알려내는 것이다. 누적되고 관리된 직업계고 취업 성공사례는 직업계고에 대한 인식개선으로 이어지고, 신입생들과 그들의 부모가 가고 싶고 보내고 싶은 학교가 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직업계고 졸업 후 체계적인 커리어 관리가 가능한 다양한 경로의 개발과 이를 대국민에 알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장기적으로는 대졸과 고졸의 임금 격차 해소, 노동시장에서 보이지 않지만 강하게 존재하는 학력과 성별 앞에 놓인 유리천장을 없애 학력과 성별이 아니라 능력에 따라 승진되고 평가받을 수 있는 사회문화적 감수성을 키우는 노력이 필요하다. 


직업계고 졸업자 고용의 양과 질은 결국 민간의 협력에서 나온다. 고졸 취업 장려는민간의 선의만으로 이루어낼 수 없다. 고졸 채용으로 얻는 기대이익을 충족시킬 수 있는 인센티브 제공이 뒤따라야 한다.


나오며
직업계고 입학자의 60% 이상이 대학 진학을 전제로 직업계고에 진학한다는 사실은 직업계고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데 중요한 시사점이다. 그러나 한동안 직업계고는 ‘선취업 후진학’이라는 캐치프레이즈로 선취업에만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었다. 이로 인해 취업률과 학교 재정이 연동되는 시기도 있었으며, 현장실습업체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무시하며 ‘다음 소희’를 양성하는 데 일조했을 수도 있다.


또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로봇·AI·IoT·빅데이터·반도체 등 고부가가치와 고기능 중심의 직업교육을 위해 많은 학교가 신산업 분야의 학과 재구조화, 융합학과 교육과정의 변화, 디지털 대전환 시대의 인재양성을 위한 미래역량강화사업 추진, 혁신직업교육지구 참여 등을 통해 변화에 대응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신산업 분야의 교육은 고등학교 교육과정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러한 미래 먹거리 산업분야의 전문 기능인을 양성하기 위해 산업수요맞춤형고(마이스터고)가 있다.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직업계고를 선택한 학생 중 상당수는 대학에서 계속 학습을 희망한다. 선취업만을 강요하는 교육과정만으로는 직업계고의 적정화 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현재 마이스터고의 취업우선정책은 재고되어야 하며, 평생학습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잠재적 학습역량을 키우는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직업계고 적정화와 함께 직업계고 졸업 후 진로 다양성 확보를 위한 노력도 해야 한다. 선취업의 틀에 갇히지 않고 진학·창업·취업 등 다양한 진로를 차별 없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하여 미래 기술 변화와 사회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미래인재를 길러내는 방향이 필요하다. 직업계고 학생들의 대학 진학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서울지역 대학에서도 조기취업형 계약학과를 신설하여 직업계고 학생들이 우수 취업처 취업과 대학 공부를 함께할 수 있는 일·학습병행을 적극 장려할 필요가 있다.

 

소설가 김승옥의 <무진기행>은 60년대 산업화·도시화의 비가역성을 다루는 소설이다. 4차 산업혁명으로 만들어 놓을 인류의 앞날도 비가역적일 수밖에 없다. 노동해방의 풍요로운 유토피아일지 아니면 노동 종말의 어떤 곳일지… 두렵다. 그래서 <무진기행> 소설 속 여주인공 인숙이처럼 그저 지금이 답답하다. 무진의 안개처럼 직업계고를 둘러싼 안개들이 자욱하기 때문이다.

오성훈 서울로봇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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