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안 작성] 알찬 기획안 작성

2024.12.05 10:00:00

이명호 서울대학교 강사/전 서울석관고등학교 교장

기획과 글쓰기
글쓰기는 도구다. 글쓰기는 우리가 배우고 익혀야 할 수공예 기술과 같다. 글쓰기는 본질적으로 사유하기를 뜻한다. 글쓰기란 종이 위에서 이루어지는 사고 행위다. 글쓰기가 어려운 것은 사유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사유가 가능하다면 글쓰기는 가능하다.

 

글쓰기는 언어 재능을 타고난 특별한 소수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명료하게 사고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어떤 주제에 대해서든 명료하게 쓸 수 있다. 글쓰기는 순차적이고 선형적인 과정이다. 문장은 논리적 정합성에 따라 이어진다. 글을 쓸 때는 수사적 기교 이전에 사유의 명확성과 엄밀성이 요구된다. 생각을 문장이라는 논리적 단위로 잘게 쪼개는 작업을 통해, 한 문장 한 문장씩 써가는 작업을 통해 글쓰기 역량은 제고된다.

 

글쓰기는 나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글을 쓰다 보면 그동안 직·간접적으로 경험했던 것들을 바탕으로 내 생각을 만들고, 끊임없이 사색하면서 진정한 나를 인식하게 되기 때문이다. 글쓰기의 완성은 수정과 퇴고다. 수정과 퇴고는 출력한 후 지면으로 보면서 하는 것이 좋다.

 

색깔 볼펜으로 출력한 글에 표시하면서 수정하면 효과적으로 빠른 시간 내에 수정할 수 있다. 출력한 글을 반드시 소리 내어 읽어보는 것이 좋다. 눈으로 보고, 소리로 들으면서, 입으로 내뱉는 과정을 거치니 세 번의 수정을 한 것 같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또한 핵심주제가 담긴 문장들을 다른 색깔 펜으로 밑줄 치면서 살펴보자. 주제문의 분량이 적당한지, 본문에서 너무 늦게 핵심문장이 나오는 것은 아닌지 그 위치도 파악해 본다.

 

주제나 핵심에서 벗어난 문장은 없는지도 면밀하게 살펴본다. 같은 단어가 반복적으로 사용되지 않았는지 점검하고, 지나친 비약이나 일반화의 오류는 없는지 확인한다. 글의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문단이나 에피소드 구성을 다시 해본다.

 

어떤 문장이 앞에 나오면 좋을지, 어떤 에피소드가 뒤로 가야 글이 더 맛깔나게 읽히는지 글을 옮겨 보는 것도 좋다. 그 외에도 주어와 서술어가 맞게 사용되었는지, 접속사가 지나치게 사용되지 않았는지, 수식어구가 지나치게 사용되어 의미를 왜곡하지 않는지, 진정성 있는 내용인지 등을 면밀히 살펴본다면 수정과 퇴고 후 좀 더 정갈해진 글을 쓰게 된다.

 

결론적으로 잘 쓴 글은 자기 생각이 잘 드러난 글이다. 작가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글로 표현하는 사람이다. 글을 쓸 때는 ‘이 글에서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항상 머릿속에 떠올려야 한다. 이 질문에 스스로 답할 수 있을 때 진정 글을 잘 쓰는 사람이 될 수 있다. 


잘 쓴 글은 친절한 글이다. 불친절한 글은 읽고 나면 불쾌한 감정이 든다. 지나친 일반화, 비약이 심한 글, 내가 아는 지식이 전부인 양 표현한 글, 자기 경험의 극히 일부만을 확대 재생산하여 마치 진리인 양 강요하는 글, 왜곡이 심한 글 등은 불친절한 글의 사례에 속한다. 어렵고 난해한 문장이나 관념적·추상적 단어를 사용하기보다 독자의 입장에서 한 번쯤 생각해 보고 의문이 들지 않도록 쓰는 것이 좋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 새교육에 있습니다]
이명호 전 서울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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