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연천군(漣川郡)은 서남쪽으로 파주시, 북쪽으로는 철원, 동쪽으로는 포천시, 남쪽으로는 동두천시와 맞닿아 있다. 위도상으로 북한의 개성보다 더 북쪽에 위치해 있다. 한탄강이 전곡읍을 가로 질러 흐르며 북한에서 내려오는 임진강과 도감포에서 합수한다.
연천군의 면적은 676.31㎢로 경기도에서는 5번 째로 크며 서울의 약 1.2배에 해당한다. 2개의 읍과 8개의 면, 98개의 리로 이루어져 있다. 2023년 7월 기준으로 연천군의 인구는 약 4만1000명이다. 경기도 전체 시, 군 가운데 인구 수가 가장 적다. 그리고 2017년에서 2021년 사이를 기준으로 연천군의 인구 감소폭은 약 6%로 나타났다.
연천군은 지리적으로도 산지가 많은 경기 이북의 지형적 특성상 인구수가 적고 한적하다. 무더운 여름 휴가철이나 되어야 한탄강 유원지, 동막골 유원지 등에 그나마 사람들이 잠시 놀러 온다. 억측일지 모르겠지만 발전되는 도시라기보다 더디거나 퇴보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이곳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필자로서는 안타까울 따름이다. DMZ 지역은 전쟁과 평화가 공존하는 아이러니한 지역이다. 참으로 무더웠던 지난 여름, 오랜 벗과 함께 한 연천군(漣川郡)의 DMZ 지역을 방문한 후의 여정과 감상을 그려보았다. 경기도 연천군의 명소에 대한 소개를 곁들여 본다.
태풍전망대(연천군 중면 횡산리)
아침부터 무더운 날씨다. 8월의 뜨거운 태양은 온 사물을 녹여버릴 듯 무서운 기세로 며칠 연이어 기승을 부린다. 70여 년 전 연천의 날씨도 이렇게 무더웠을까?
전쟁은 하루아침에 평화로운 모든 일상을 앗아가 버린다. 6.25 전쟁 또한 예외는 아니다. 비록 영화나 다큐멘터리 등 간접적으로 경험한 것이지만 비슷한 상상은 해볼 수 있다. 벌써 휴전이 된 지 70년, 정전이 아닌 휴전, 현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세대들은 6.25 전쟁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 어린 시절 주로 전방 지대에서 생활한 터라 전쟁, 군대, 안보라는 단어가 낯설지는 않다. 내가 살았던 터전이 대부분 부대 인근, 군사 도시이기 때문이다. 연천도 그렇다. 난 아버지가 군인이셨기 때문에 부대 내 관사에서 생활했다. 그래서 군부대의 모습을 어린 시절부터 항상 접하면서 살았었다. 부대 연병장에서 공놀이를 하였고 일요일이나 방학 때면 군 장병 아저씨들과 함께 놀곤 하였다. 그들의 생활을 가까이서 함께 한 것이다. 군부대의 모습이 나에겐 너무나 익숙했다.
DMZ는 분단의 모습을 대변하는 중요한 장소이다. 연천군은 6.25 전쟁 당시 수많은 격전이 이루어졌던 곳이다. 3번 국도는 서울로 들어가는 중요한 길목이다. 따라서 연천지역은 군사적으로 매우 중요하며 많은 전투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 연천지역 곳곳에는 6.25 전쟁 당시 나라를 위하여 전사했던 장병들을 위한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태풍전망대를 가기 위해서는 군 초소에서 신분증을 맡기고 신원확인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DMZ 남방한계선을 따라 위치한다. 우리나라가 정전이 아닌 휴전 상황이라는 사실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언제나 긴장감이 감돈다. 고요하고 적막하다. 그리고 무섭다.
임진강평화습지원/연강갤러리(연천군 중면 횡산리 224/ 중면 군중로 885)
‘연강(漣江)’이란 연천군 지역을 흐르는 임진강의 별칭이다. 임진강 평화습지원은 두루미 먹이인 율무를 재배하는 단지가 잘 조성되어 있다. 임진강평화습지원은 태풍전망대와 마찬가지로 민통선 안쪽에 위치하고 있어서 군(軍) 검문소에서 신분 확인을 받아야 출입이 가능하다. 한 번 확인이 되면 태풍전망대와 함께 모두 관람이 가능하다. 횡산리는 민간인 통제 구역 안쪽에 있는 마을이다.
임진강평화습지원은 7개의 테마로 꾸며져 있다. 각각의 테마로 이어지는 통로마다 나무데크가 있어 이동이 편하다. 곳곳에는 임진강 유역에서 볼 수 있는 희귀한 식물들이 많으며 평화로운 임진강의 모습도 볼 수 있다. 가을이 되면 형형색색의 꽃들로 가득하다. 한 폭의 그림과 같다. 무엇보다 사람들의 왕래가 적어 잘 보존되어 있다.
연강갤러리는 원래 안보전시관이었다. 2016년 안보전시관 건물을 갤러리로 변경하고, 민통선 내 최초의 예술공간으로 연천의 생태와 문화 예술이 만나는 복합공간으로 자리하고 있다. DMZ와 마주한 최북단인 이곳은 긴장이 몰려오지만 실제 현장에 있다 보면 더 없이 평화롭다. 조용한 시골 분위기와 임진강의 수려한 풍광, 예술적 감성을 함께 느낄 수 있다. 전쟁과 예술, 묘한 어울림이다.
군남홍수조절지 두루미테마파크(연천군 군남면 선곡리 614-5)
두루미는 '학(鶴)'이라고도 한다. 넓은 의미로는 두루미목 두루미과 조류의 총칭이며 좁은 의미로는 그냥 두루미를 의미한다. 옛날부터 몸통과 꼬리의 흰 색깔과 날개와 목 부분의 검은색, 그리고 머리 부분의 붉은 부분의 조화가 절묘하고, 수명이 굉장히 길어 십장생 중 하나로 꼽혔으며, 날아다니는 모습이 아름다워서 사람들이 좋아했었다. 민간 신앙에서는 신령한 새로서 ‘신선이 타고 날아다니는 새’로 흔히 알려져 있다.
연천군에서는 두루미(천연기념물 제202호)와 재두루미(천연기념물 제203호)가 주로 확인된다. 매년 연천에서 겨울을 나고 이듬해 봄이 되면 번식을 위해 러시아, 중국 등지로 이동한다.
군남홍수조절지로 향하는 임진강가 도로에는 임진강 두루미 생태 관찰지가 있다. 꽤 넒은 공간에서 편안하게 임진강의 두루미를 관찰할 수 있는 나무 데크가 있다. 탁 트인 시야로 임진강을 볼 수 있다. 아마 겨울이면 이곳에서 수많은 두루미의 장관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군남홍수조절지와 두루미 테마파크는 함께 붙여서 명명한다. 같은 주차장을 사용하며 바로 옆에 함께 자리한다. 휴전선에서 불과 6km 떨어진 접경 지역에 위치한 군남홍수조절지는 댐 유역의 97%가 북한 땅으로, 임진강 본류의 홍수 조절 능력 확보 및 북측 황강댐에 의한 불규칙한 물 흐름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
이 지역은 우리나라 대표적인 겨울 철새인 두루미(천연기념물), 재두루미(천연기념물), 흑두루미(천연기념물)가 매년 겨울 최대 200마리 이상 월동하는 대표적인 곳으로, 남북한 접경 지역이라는 지리적 여건과 임진강 자연환경이 만들어 낸 특수성으로 인해 수달, 고라니, 두루미, 어름치 등 각종 동식물이 서식하는 천혜의 자연 생태지역이다(대한민국 구석구석).
군남홍수조절지는 주차장에서 차를 세우면 이동 없이 바로 관측이 가능하다. 우측 전망대로 잠시 걸어 올라가면 군남홍수조절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장마가 얼마 지나지 않아서인지 수량이 많다. 거대한 모습에 잠시 놀랐다.
댐을 이렇게 높은 곳에서 내려다 보았던 경험이 없어서일까? 모처럼 본 거대한 건축물이 웅장해 보였다. 길이가 658미터, 높이 26미터로 2012년부터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한국관광공사에서 만든 DMZ 평화의 길(https://www.durunubi.kr) 중 11코스 ~ 14코스가 경기도 연천군 내의 코스이다. 해당 홈페이지를 참고하여 예약, 참가비 입금, 방문QR을 받은 후 해당 코스를 방문하면 된다. 이번 겨울방학을 통해 학생들의 방문이 많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품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