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문화] 가족의 비밀 혹은 어느 가족에게나 비밀은 있다

2025.02.17 09:00:27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톨스토이가 쓴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은 유독 많이 회자된다. 가정에서 일어나는 일이 곧 우리 모두의 보편적인 공감대를 이끌어내기 때문 아닐까. 오늘은 한 가정의 비밀과 투쟁을 통해 우리의 모습을 반추해 볼 수 있는 작품들을 소개한다.

 

 

연극 <붉은 낙엽>

 

미국 웨슬리의 작은 마을. 평화로운 가을을 보내고 있는 에릭의 가족에게 이웃집 카렌의 어린 딸인 에이미의 실종 소식이 전해진다. 실종 전날 밤까지 카렌의 집에서 에이미를 돌봤던 에릭의 아들 지미가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다. 그러나 지미는 무엇인가 숨기고 있는 듯 거짓말을 하고, 경찰의 수사 중 새로운 증거가 드러나면서 에릭의 친형이 얽혀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이야기는 에릭의 가족이 가진 과거로 뜻하지 않게 뻗어나간다.

 

연극 <붉은 낙엽>은 평범한 가족이 의심으로 인해 균열을 일으키고 파멸로 치닫는 이야기를 그린다. 작품은 ​미국 추리소설의 대가 토머스 H.쿡의 동명 소설을 각색한 것이다. 원작은 추리극과 심리극을 절묘하게 결합해 미국추리작가협회상, 앤서니 상, 배리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연극은 2021년 첫선을 보였다. 당시 원작의 긴장감과 인물 사이의 혼란, 고뇌를 세심하게 그려냈다는 평을 받으며 대한민국연극대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 동아연극상 작품상, 백상예술대상 연극 부문 남자연기상 등을 석권했다.

 

이번 공연은 배우 김강우의 출연으로 화제를 모은다. 9년 만에 연극 무대에 서는 김강우는 웨슬리 사진관을 운영하는 사진사이자, 실종 사건의 중심에 서있는 주인공 에릭 무어 역을 맡는다. 초연에서 에릭 역을 맡은 박완규, 지현준도 다시 한번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에릭의 아들이자 실종 사건의 용의자로 내몰린 지미 역은 이유진, 장석환, 최정우가 맡는다.

 

1월 8일~3월 1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연극 <만선>

 

남해안 작은 섬마을의 뱃사람 곰치. 평생 배 타는 일밖에 모르는 그는 바다에 부서(보구치) 떼가 가득하다는 소식에 배를 띄우고, 꿈에 그리던 만선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기뻐할 새도 없이 잡아들인 생선은 모두 빚으로 넘어가고, 선주(船主)는 남은 빚을 갚기 전까지는 배를 내어줄 수 없다고 말한다. 가난과 불안에 지친 곰치의 아내 구포 댁은 힘든 어부 일을 그만두고 다른 일을 하자고 설득하지만, 곰치는 만선을 장담하면서 아들과 거친 바다로 향한다.

 

연극 <만선>은 곰치 일가를 통해 1960년대 산업화의 그늘에 가려져 있던 서민들의 무력한 현실을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덕분에 한국적 사실주의 연극의 정수라는 평을 받는다. 동시에 곰치의 시대로부터 6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빈부 격차와 상대적 박탈감, 세대의 갈등 등 작품 속 주제가 현재에도 와닿는다는 사실이 울림을 전한다.

 

연극 <만선>은 우리나라 현대 창작 희곡을 대표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천승세 작가의 희극은 1964년 국립극장 희곡 현상공모에서 당선되어 무대에 올랐다. 이후 국립극단 70주년 기념작으로 지난 2021년 58년 만에 무대에 올랐다. 윤미현 작가의 윤색을 거치면서 여성 캐릭터들의 성격을 원작보다 소신 있고 당차게 설정했다.

 

작품의 백미는 극 후반부에 등장하는 파도. 거대한 파도가 곰치네를 뒤덮는 장면은 무대 위로 쏟아지는 5톤 분량의 거센 비바람을 통해 연출한다. 이는 객석까지 파도가 휘몰아치는 듯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3월 6일~3월 30일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

김은아 공연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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