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연구 자금, 이념과 관련한 압박 때문에 유럽 기관으로 자리를 옮기려는 연구자가 늘고 있다고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 정부의 효율화 기조에 항공우주국(NASA)이나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립해양대기관리국(NOAA) 등 공공기관 연구자가 자리를 걱정하는 처지이며 다양성이나 백신, 기후변화와 관련된 연구는 지원이 줄거나 끊길 위기다. 이들은 유럽 기관으로 이동을 시도하는 것으로 포착됐다.
프랑스 엑스-마르세유 대학은 3년간 미국 출신 연구자 20여 명에게 자금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발표했는데 2주 만에 약 100명이 지원했다. 예일대, 스탠퍼드대 등 미국 명문대와 NASA 출신이 포함됐다. 이 대학의 에릭 베르통 총장은 지원자 상당수가 기후와 보건, 사회과학 연구자라고 전했다.
베르통 총장은 "우리는 현재 상황에 분개하고 있다. 미국 동료들이 재난을 겪고 있다고 본다"며 "이런 식으로 연구자를 끌어들일 생각은 없었지만 연구를 방해받는 학자에게 일종의 ‘과학적 망명’을 제공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파리에 있는 세계적 감염병 연구기관인 파스퇴르연구소도 대서양을 건너오려는 감염병 등 전문 연구자들을 채용하기 시작했다.
야스민 벨카이드 소장은 프랑스 신문 라트리뷘에 "프랑스나 유럽인의 복귀 요청을 매일 받는다"면서 "연구를 계속할 수 없다고 느끼거나 자유롭게 연구하지 못할까 두려워하는 미국인들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슬픈 기회"라며 "어쨌건 (인재 확보) 기회이긴 하다"고 덧붙였다.
유럽 각국 정부는 이를 인재 확보 기회로 여기고 있다. 유럽 각국 대학이나 연구기관은 자유롭게 연구할 기반이 흔들리는 미국 동료 학자들에 대해 지원하고 있다.
벨기에 브뤼셀자유대학(VUB)은 최근 국제 연구자를 위한 박사 후 과정 12개를 신규로 개설했는데 미국에 초점을 맞췄다. 얀 당카르트 총장은 "미국 동료를 돕는 게 우리의 의무"라며 "미국 대학과 연구자는 정치적, 이념적 간섭의 최대 희생자다. 그들은 이념적 이유로 수백만 연구 자금이 날아가는 걸 보고 있다"고 말했다.
네덜란드의 에포 브라윈스 교육문화과학 장관은 지난 2월 20일(현지시간) "몇몇 유럽 국가가 인재 유치에 노력 중"이라면서 "네덜란드가 선두에 서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필립 밥티스트 프랑스 고등교육·연구 장관도 최근 연구기관들에 미국 인재 유치 방안을 제시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많은 저명한 연구자가 이미 미국에서 본인 미래에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며 "이들 일부를 맞아들이고 싶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