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서울서이초 교사 순직 사건 당시 전국의 교원들은 거리로 나와 “다시는 동료 교사를 잃고 싶지 않다”고 외쳤다. 그 결과 교권 추락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가 이어졌고, 이른바 ‘교권5법’이 통과돼 많은 교원에게 작은 위안을 주기도 했다. 반면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돼선 안 된다는 절박함을 마음 한구석에 쌓아두었다.
그렇게 약 2년의 시간이 지난 2025년 현재, 또다시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고 말았다. 올 1월 제주교총이 수여하는 ‘2040모범교사상’을 받았을 만큼 열정을 갖고 교육에 임하던 제주의 한 중학교 교사에게 비극이 닥친 것이다.
교육계는 다시 한번 충격에 휩싸였다. 특히 해당 교사가 학생 지도와 관련해 민원에 시달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충격을 넘어 분노마저 일으키고 있다. 고인의 휴대전화와 SNS에는 이를 뒷받침하는 기록이 빼곡하다. 유족에 따르면 고인은 최근 식사도 하지 못할 만큼 극심한 스트레스로 고통받았다고 한다. 제주교육청과 수사기관은 철저한 진상조사와 수사를 통해 안타까운 죽음의 원인을 명확하게 규명해야 한다. 악성 민원이 확인되면 교육청은 즉시 악성 민원 제기자를 고발 조치해야 할 것이다.
왜 이런 비극이 반복되는 것일까. 학교 현장에서는 교권5법에 대한 불신이 가득하다. 지난 3월 교총이 전국 유·초·중등 교원 611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교권5법 시행 후 교권 보호에 긍정적인 변화가 있느냐’는 질문에 79.6%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수업 방해 등 학생 문제행동이 감소했냐는 물음에도 86.7%가 ‘감소하지 않았다’고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제주 교사 사망에 교육계 비통
2년 전과 비교해 그대로인 현실
교육이 희망 되는 대책 시급해
이는 실제 통계로도 나타난다. 2023년 9월 교육감의 교원 대상 아동학대 신고 의견 제출제도 시행 이후 전국적으로 1일 2회 이상 아동학대 신고가 발생하고 있다. 이중 교육감이 정당한 교육활동·생활지도라고 의견을 제출(69.8%)해도 신고를 받은 교사 중 72%가 검찰에 송치된다. 학부모의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로 인해 교원이 장기간 수사를 받는 상황을 막자는 취지가 무색할 따름이다.
여기에 학교 민원대응팀은 ‘학교에서 알아서 하라’ 식으로 대응을 미루고, 교육부가 약속한 학교 온라인(소통) 민원시스템 구축도 아직 요원하다. 이러다 보니 출입 절차를 무시하고 교무실에 들이닥친 학부모가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있을 때 두렵다는 하소연이 나오는 것이다.
다시는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국회는 포괄적인 정서학대 범위를 명확히 하는 아동복지법 개정,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 및 악성 민원으로부터 교원을 보호할 수 있는 교원지위법, 아동학대처벌법 개정에 즉각 나서야 한다. 교육 당국은 학교민원대응체계 실태를 전면 파악해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약속한 민원 시스템을 조속히 구축해야 한다. 그래야 악성 민원으로부터 교원을 보호하고, 학교가 사법기관이나 수사관이 아닌 교육기관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다.
교총을 비롯한 교원단체들은 다음 달 14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공동 추모 집회를 연다고 한다. 이들은 선생님을 지켜야 학교를 지킬 수 있다는 절박함을 광장에서 목놓아 외칠 예정이다. 거리에서 ‘선생님도 사람이다’ ‘더 이상 선생님을 죽음으로 내몰지 말아 달라’ ‘학생들을 가르치다 죽지 않게 해달라’는 외침이 반복되는 교육은 희망을 가질 수 없다. 교육이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이제는 정말 바뀌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