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교 140주년 서울 경신고, 기독적 인격 갖춘 인재 양성의 요람

2025.06.05 10:00:00

 

서울 종로구 혜화동에 자리 잡은 경신고등학교. 올해로 개교 140주년을 맞은 우리나라 대표적 민족학교로 꼽힌다. 설립자는 연세대학교 전신 연희전문을 세운 언더우드 박사. 1885년 조선 최초의 근대식 교육기관이다. 경신고의 시초라 할 수 있는 언더우드 학당은 당시 배고픔에 시달리는 고아들을 데려다 교육했다. 이후 1905년 교명을 경신으로 명명하고, 본격적인 교육활동에 나선다. 경신학당을 통해 배출된 인재들은 일제 치하에서 큰 빛을 발한다. 임시정부 부주석인 김규식 선생을 비롯해 도산 안창호, 3·1운동 당시 탑골공원에서 독립선언서를 낭독한 정재용 선생, 민족 대표 33인의 한 분인 이갑생 선생 등이 대표적이다. 


6.25 한국전쟁 당시에는 경신고 학생과 졸업생 등이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싸우다 68명이 전사했다. 이들의 숭고한 넋을 기리는 참전유공자 탑이 경신고 교정에 세워져 있다. 


이들 외에 우리나라 학계·정계·경제계·문화예술계·체육계 등에서 걸출한 리더들을 키워내 명실공히 대한민국 최고의 명문 사학으로 자리 잡았다. 유석창 건국대 설립자, 강성모 전 카이스트 총장, 차범근·박항서 축구선수 등이 모두 경신고 출신이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소설가 김동리 선생은 경신고에서 교편을 잡고 후학을 가르쳤다.

 

경신고의 가장 큰 자랑은 선생님
지난 140년 동안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인성교육과 함께 학문적 역량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는데 힘써온 경신고의 저력은 전통만이 아니다. 최고의 교육환경과 우수한 교사들의 열정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경신고만의 강점이다.


학생들이 학습하는 교실은 물론 강당·체육관·운동장 등은 모두 최신식 시설을 갖추고 있다. 5만 권 이상의 장서를 보유한 도서관은 학생들에게 쾌적한 학습공간을 제공한다. 학교 운동장은 인조잔디로 잘 갖춰져 있고, 체육관은 서울 소재 고등학교 중에서는 가장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학생들을 위한 헬스장도 마련돼 있다. 이 학교 교사 중 미스터코리아 출신이 있어 학생들에게 체계적인 훈련이 가능하다고 한다. 급식실도 깨끗하고 여유로운 공간으로 탈바꿈해 학생들이 가장 사랑하는(?) 핫플레이스가 됐다.


경신고는 또 체계적인 학습지도와 우수한 교사진을 바탕으로 국내외 명문대학에 많은 학생을 진학시키고 있다. 매년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 최상위권 대학과 서울 소재 4년제 대학은 물론 일본 와세다 대학 등 해외 유명 대학에 다수의 학생이 진학하고 있다. 지난 2023년에는 서울 지역 의과대학에도 4명의 합격생을 배출했다. 이러한 괄목할 진학실적은 맞춤형 진학상담 및 특성화된 학습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 개개인의 역량을 극대화한 데 따른 것이다. 무엇보다 교사들의 열정이 가장 큰 원동력이다. 한지민 교장은 <새교육>과 인터뷰에서 “경신고의 가장 큰 자랑은 선생님들”이라고 했다.


“선생님이 학생들을 어떻게 지도하느냐가 그 학교의 모든 것을 좌우합니다. 이것은 인위적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선생님들이 정말 아이들을 사랑하고 내 자식처럼 아끼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죠.” 한 교장은 학교생활기록부만 보더라도 학생 개개인의 특성이 잘 드러나도록 정성껏 작성하고 있다며 수시 전형에서 경신고가 특히 강점을 발휘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삼성전자 연구원들이 지도하는 동아리활동, 만족도는 최상
자율학습시스템 또한 잘 갖춰져 있다. 학생의 니즈에 맞게 방과후학교가 편성돼 있고, 학년별 자율학습실 구축을 통해 밤 11시까지 자율학습이 운영된다. 방학 중에는 방과후학교 프로그램과 자율학습시스템의 연계를 통해 학습의 연속성을 확보하고 있다. 


동아리활동은 국내 어느 고교에 내놔도 손색없을 정도로 우수하다. 컴퓨터·로봇·전자·공학 등에 특화된 공학 아카데미는 삼성전자 연구원들이 매주 토요일 학교를 방문해 학생들을 지도한다. 산업현장의 최고 전문가들이 직접 가르치는 동아리활동에 학생과 학부모들의 만족도는 최상이다. 일본어 동아리는 국내에 거주하는 일본 원어민들이 직접 와서 학생들을 지도한다. 이들은 단순히 언어교육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일본 유학에도 큰 도움을 준다고 한다.


경신고는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세워진 학교다. 그러다 보니 찬양과 말씀, 그리고 채플 프로그램을 통한 기독적 인격을 갖춘 인재 양성에 주력한다. 지역사회와 연계한 봉사활동이 유독 많은 것도 기독적 인격을 강조한 학풍 탓이다. 서울 시내 유명 교회인 새문안교회와 총동창회의 재정적 지원을 바탕으로 매년 진행하고 있는 미국 동부 아이비리그 대학 탐방 프로그램도 학생의 큰 호응을 받는다.
140년 전통의 민족사학 서울 경신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명문고로 오늘도 우리 사회에 빛과 소금이 되는 인재를 길러내고 있다.


[인터뷰] “‌교장 선생님 저도 태워 주세요” 한지민 경신고 교장
“‘엄마, 학교에서 지하철역으로 등교 미니버스를 보내 준대요.’ 갓 고등학교에 입학한 아들 녀석 말에 무슨 복인가 싶었어요. 반신반의하며 다음 날 아침 정해진 장소로 가니 정말 미니버스가 서 있었습니다. 그런데 운전기사분이 예비 소집일에 뵈었던 교장 선생님이셨어요. 깜짝 놀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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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학부모가 서울시교육청 게시판 ‘칭찬합시다’에 올린 글이다. 매일 아침 등굣길에 학생들을 11인승 미니버스로 학교까지 태워다 주는 교장이 있다. 지난해 가을부터 시작한 것인데 올해도 계속되고 있다. 학교가 언덕배기에 있다 보니 원거리 통학생이나 몸이 불편한 학생들을 위해 교장이 직접 운전대를 잡았다. 화제의 주인공은 한지민 서울 경신고 교장. 그는 매일 아침 7시부터 7시 50분까지 정릉과 혜화동 일대를 서너 차례 왕복하며 학생들을 실어 나른다. 


“우리 학교는 공동학군이어서 멀리서 통학하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지하철역에서 학교까지 오는 길이 제법 되거든요. 그들에게 조금이나마 등굣길 부담을 덜어주고 싶었죠. 마침 서울 시내 한 교회에서 기부받은 미니버스가 있어 이걸 이용해 아침마다 학생들을 태워 주고 있습니다.”


매일 아침 한 교장이 운전하는 미니버스로 학교에 오는 학생들은 줄잡자 30~40여 명. 등굣길 미니버스는 학교까지 오는데 교통이 불편하거나 몸이 아픈 학생들에게는 더없이 고마운 존재다. 행여 지각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학부모들도 마음이 놓인다. 


“남학생들이라 무뚝뚝해요. 그래도 이런저런 학생들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제겐 귀한 시간입니다. 수학여행에 대한 의견이나 체육관 시설 보수 등 소통 창구가 되기도 하죠.”


아침마다 학교 일대를 초시계처럼 서너 바퀴 돌고 나면 힘이 들 때도 있지만, 늘 즐거운 마음으로 학생 승객들을 맞는다고 한다. “어떤 친구들은 나중에 성공해서 꼭 은혜를 갚겠다고 합니다. 그런 말 들으면 기특하고 뿌듯하죠.”
한 교장은 교장으로 있는 동안 등굣길 운행을 계속할 마음이다. 일반 선생님들이야 아침조회부터 너무 바쁘니 교장이 나서서 아이들을 라이딩하는 게 당연하다고 했다. “우리 학교 건학 이념이 기독적 인격입니다. 사랑받는 사람이 사랑할 줄 알고 고마워할 줄 아는 사람이 고마운 일들을 하잖아요. 제가 받은 은혜에 감사하는 것처럼 그들 역시 누군가에게 감사한 마음으로 보답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치열한 경쟁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아이들을 볼 때마다 그들 가슴속 깊은 곳에 자리 잡은 상처가 너무 두렵다는 그는 “자신의 조그만 봉사가 그들에게 따뜻한 위로가 되고 어려움을 극복하는 힘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장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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