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 교장학 개론] 갈등 해소를 위한 학부모의 학교교육 참여 방안 

2026.01.06 10:00:00

 

최근 서이초 사태 이후 교육계에서는 학교에서의 학부모 정체성과 역할이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다. 학부모의 학교교육 참여(이하 학부모 교육 참여)는 가정·교육 환경의 변화, 학부모와 학교 간 양방향 소통의 필요성 증대, 교육공동체 구성원 간 협력 요구에 따라 점차 강조되어 왔다. 우리나라에서 학부모 교육 참여 논의는 ‘5.31 교육개혁’을 계기로 본격화되었다. 


‘5.31 교육개혁’은 YS 정권이 당시 사회적 요구와 국제 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교육의 구조 전환을 도모하고자 추진한 것이다. 지금까지의 교육개혁 중 우리 사회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 이 개혁은 학교 자율화를 명분으로 교육 수요자인 학부모 교육 참여 확대를 위해 학교운영위원회 제도(이하 학운위)를 도입하였다. 그 결과 학교에서의 학부모 역할과 관심이 확대되었다. 이후 MB 정권은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을 본격적으로 도입하였다. 이때 수요자 정책으로 학부모 전담 부서를 교육부에 설치하였다. 이를 계기로 학부모 교육 참여는 한층 활발해졌다. 


학부모 교육 참여를 바라보는 시각은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부정적 시각이다. 이 시각은 학부모 교육 참여를 이른바 ‘치맛바람’이라 칭하며, 일부 여유 있는 학부모가 내 자녀만을 위해 학교에 출입하는 것으로 본다. 이것은 현재까지 학부모 교육 참여를 막는 주요 장애 요인이다. 둘째, 긍정적 시각이다. 이 시각은 학부모 교육 참여를 학교 발전과 교육력 제고를 위한 활동으로 본다. 이런 인식은 그 역사가 길지 않으며 교실 붕괴 이후 일부 학부모 중심으로 점차 확산되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 교육은 국가 주도의 중앙집권적, 폐쇄적 입시 위주 체제로 운영되어왔다. 그 결과 공교육에 대한 학생·학부모의 불안과 우려가 커져 왔다. 공교육을 제대로 복원하려면 학교·가정·지역사회가 함께 학생의 성장과 배움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학교와 학부모 간 신뢰를 회복하는 ‘올바른 학부모 교육 참여’가 필수적이다. 

 

학부모의 학교교육 참여 이해
● 학부모의 학교교육 참여 정의
학부모 교육 참여에 대한 정의는 학자마다 다르다. 용어만 보아도 학부모의 학교교육 참여, 학부모의 학교 운영 참여, 학부모의 학교 참여, 학부모의 교육적 관여 등 다양하다. 대표적인 정의를 살펴보면, 서현석은 학부모 교육 참여를 학부모가 교육활동의 동반자로서 학교와 유대 관계를 이루며, 의사소통을 통해 협력·지원·자문·조언하고, 나아가 학교의 중요한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는 것이라 하였다.

 

 이에 반해 류방란은 학부모의 학교 참여를 활동·조직·역량강화(교육) 3가지 차원으로 세분화하였다. 활동 차원은 학교 경영, 교육활동, 지원 활동, 소통 등 학교 운영에 직접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의미한다. 조직 차원은 학부모 학교 참여의 행위나 활동 그리고 그것의 기반이 되는 조직을 구성하는 것을 말한다. 역량 강화 차원은 학부모 교육 등을 통해 가정 및 학교 기반 참여에 필요한 역량을 높이는 것을 의미한다.


이 글에서는 학부모 교육 참여를 학교교육과 운영 전반에 대해 학부모가 학교교육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학교와 소통·협력하며 학교교육을 지원하고, 학생인 자녀의 건강한 성장과 발달을 도모하는 것으로 정의하고자 한다.

 

● 학부모의 학교교육 참여 방법
학부모 교육 참여의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으나 여기서는 세 가지 차원으로 간략히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개인적 차원의 참여다. 가정에서 자녀 학습을 지도하고, 학부모 대상 수업 공개에 참여하며, 학교 정보공시를 활용하는 것 등이 해당한다. 구체적으로는 학교 숙제 및 독서 지도와 함께 가정통신문·성적표·온라인상담 등을 통해 학교와 지속적으로 소통하는 활동을 말한다.

 

둘째, 학부모 단체를 통한 참여이다. 학부모총회, 학년·학급 학부모회, 기능별 학부모 모임(녹색어머니회·급식모니터단, 책 읽어주기 봉사단 등)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셋째, 학교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방법이 있다. 학운위 등에 참여하여 학교의 중요한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것이다.

 

● 학부모의 학교교육 참여 문제점
•학부모의 과소 참여 문제
학부모 교육 참여에서 과소 참여의 문제는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참여 기회의 불균형이다. 맞벌이 가정, 소외계층의 경우 시간 제약으로 학부모 연수, 학운위, 학부모회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어렵다. 특히 학부모 단체 운영이 임원 중심으로 이루어지면서 일반 학부모의 참여 기회가 제한적이다. 둘째, 역할 인식 및 역량의 한계이다. 학부모를 여전히 교육 보조자로만 인식하거나, 학부모의 역량 강화가 미흡해 학교와의 파트너십 구축이 원활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셋째, 소통의 문제이다. 최근 서이초 사태나 체험활동 중 발생한 안전사고 등으로 교사와 학부모 간 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하면서 학부모 참여를 가로막는 장애가 되고 있다. 넷째, 정책적 소외 발생이다. 학교 정책 결정 과정에서 학부모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으면서 학교 운영의 투명성과 신뢰성이 저하될 수 있다. 

 

•학부모 과잉 참여의 문제
학부모 교육 참여에서 나타나는 과잉 참여의 문제는 과거부터 존재해 왔으나 최근 사회의 병리 현상과 맞물리며 심각하다. 일부 학부모의 과도한 개입은 적절한 교육 참여 수준을 넘어 학교 운영과 학급 경영에 큰 혼란을 주고 있다.

 

이는 학부모 교육 참여가 ‘독’인 경우다. 학교장들은 과거와는 달라진 학생과 교직원만을 상대하기에도 벅차다. 그런데 학부모들의 과잉 요구와 민원, 병적인 학부모들을 응대하느라 너무 힘들다. 많은 학교장은 이런 부담을 극복하지 못하고 퇴직하거나 퇴직을 심각하게 고민한다. 그러나 학교장이 학부모를 어떻게 인식하느냐는 학부모 교육 참여와 학교 교육력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기에 학교장들의 고민은 더 깊어지고 있다. 

 

학교 공동체 갈등 해소를 위한 학부모의 학교교육 참여 방안 
● 학교 공동체 구성원의 의식 전환
•학교 재영토화 필요 _ 학교 완결주의 극복
서이초 사태 이후 학부모 교육 참여를 둘러싼 학부모와 교사 간의 갈등은 어쩌면 예견된 일이다. 이것은 ‘학교 완결주의’의 해체 과정에서 발생하는 당연한 성장통이다. 교사 전문성과 권위를 기반으로 했던 과거의 학교는 사교육의 득세와 학교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도입된 각종 제도의 심화로 인해 무너졌다.

 

이제 학교는 교사와 학생만의 영토가 아니라 학부모와 지역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재영토화’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철학적 배경으로 유네스코는 교육을 ‘공공재(public goods)’를 넘어 ‘공동재(common goods)’로 규정했다. 이제 공동재로서 교육은 모든 사회 구성원이 함께 만들고 함께 책임지는 것을 의미한다.4 이는 교육 주체가 다중으로 확장될 수밖에 없음을 말한다. 학교는 더 이상 교직원이 모든 것을 독점하여 결정하는 공간이 아니며, 학교 공동체 구성원 간 협력적 관계를 전제로 하는 곳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학교 공동체 구성원의 공존의식 회복 
지금 학교 공동체에 가장 시급한 과제는 구성원들의 공존의식을 회복하는 일이다. 즉 사람을 통합시켜야만 한다. 공존은 제도화된 신뢰이며, 완벽한 일치가 아니라 서로의 다름을 감내하며 관계를 지속시키는 의지 위에 세워진다. 즉 공존은 완벽한 하나 됨이 아닌 불완전함을 견디는 인내다. 학교 공동체가 지속가능한 공존을 위해서는 벽을 세우지 말고, 소통해야 한다. 갈등이 있더라도 대화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는 절제와 일관성이 요구된다. 성과를 과장하기보다 조용한 성과를 축적하는 문화, 학교 공동체 구성원 간 합의와 공감을 중시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공존은 전략이기 이전에 조직의 문화이며, 서로 다른 의견을 포용하는 내부의 연습이 있어야 외부와의 협력도 가능하다.

 

•학교 공동체 구성원의 공존의식 회복, 그 출발은 교사 전문성 확보
공존의 출발점은 나의 생존이며, 생존은 스스로 지키는 힘에서 온다. 교사의 생존은 전문성에서 출발한다. 고로 전문성이 없는 공존은 공허하다. 또한 공존을 위해서는 일시적 감정 극복도 필수다. 학부모와 담을 쌓는 방식은 일시적이고, 감정 해소에 그칠 뿐이며, 지속성도 없다. 반면에 원칙은 지루하지만, 오래간다. 공존을 위해서는 철학의 확립과 행동 양식의 변화가 수반되어야 한다. 그 가장 중요한 원칙은 교사의 전문성 확립과 확보이다. 

 

● 학부모 단체의 활용
건강한 학부모 교육 참여는 다수 학자가 주장한 바처럼 교육에 ‘약’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 세 가지 방안을 제시하면, 첫째, 학운위나 학부모회 등 정기모임을 활용하는 것이다. 학운위 회의 외에도 1학기에 2회 이상 학부모 정기모임을 통해 민원과 학교 운영 전반에 대해 함께 논의한다. 이렇게 하면 간단한 민원은 학운위, 학부모 정기모임과 수시 소통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둘째, 학교와 학부모 간의 소통 창구로서 학부모회를 제도화하는 것이다. 미국 뉴욕주의 경우 유급 학부모 코디네이터 제도를 두어 학부모와 학교 간 의사소통을 도와 상당한 효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 우선 실현 가능한 방안으로는 매년 반복되는 질문, 개인적 차원의 일상적 민원은 학부모 대상 연수 자료로 안내하거나 학부모회가 자체적으로 답변을 한다. 다만 학교 발전에 필요한 의견이나 학부모회에서 자체 해결하기 어려운 사안만 학교에 정식 안건으로 제안하도록 하는 것이다.


셋째, 학부모 단체 활동이 ‘부모도 함께 성장하는 과정’이 되게 하는 것이다. 독서교육이나 지속가능성 교육 등 다양한 분과 활동을 통해 학부모가 학교교육과 만나고 공동체 역량을 키워나가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이중 역량 강화(dual capacity-building) 프레임워크’을 실시하여 교사와 학부모 역량을 함께 강화하고 있으며,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최근 서이초 사태 이후 한국 사회는 교사에게는 지식노동자와 함께 감정노동자로서의 역할을, 교장에게는 감정노동자와 더불어 생각노동자로서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학교장에게 학부모 교육 참여를 슬기롭게 이끌어낼 수 있는 지혜를 요구한다.
 

한상윤 전 한국초중고교장총연합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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