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에서] ‘하나뿐인 내 편’이 있는 학교 만들자

2026.02.09 09:10:00

일란성 쌍둥이는 보통 같은 본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한 명은 우수한 환경에서 좋은 교육을 받으며 성장하고, 다른 한 명은 불우한 환경에서 어렵게 성장한 후 다시 만나면, 외모는 비슷하더라도 사회적 지위나 가치관, 습관 등에서는 상당한 차이가 나타난다. 이렇게 다른 모습으로 성장하는 것은 그동안 살아온 환경 차이 때문이다.

 

믿음 주는 어른이 인생 바꿔

그런데 “믿어주고 사랑해주는 사람이 단 한 명만 곁에 있어도 대부분 역경을 극복한다”는 치료 교육학자 모니카 슈만의 말처럼 환경의 영향보다 더 강한 것은 그 아이를 믿어주고 응원해주는 단 한 명의 어른이다.

 

하와이군도 북서쪽 끝에 있는 카우아이 섬은 지옥의 섬이라 불렸다. 다수의 주민이 범죄자, 알코올 중독자, 정신질환자였고 청소년들은 그런 어른들을 보고 배우며 똑같이 자라고 있었다. 학자들은 ‘카우아이 섬 종단연구’를 시작했다. 1955년에 태어난 신생아 833명이 30세 성인이 될 때까지의 성장 과정을 추적하는 매우 큰 규모의 프로젝트였다.

 

심리학자 에미 워너 교수는 이중 더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고 있는 201명을 따로 정해 성장 과정을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그런데 3분의 1에 해당하는 아이들에게 뜻밖의 결과가 나왔다. 그들은 학교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두고, 장학생으로 대학에 입학하는 등 모범적으로 성장했다. 조사 결과 하나의 공통점이 있었다. 이들에겐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해주고 응원해주는 어른이 최소한 한 명은 곁에 있었다.

 

교육에서 ‘단 한 명의 어른’은 믿음의 눈으로 보아줄 사람, 관심을 가지고 다가와 줄 사람, 힘내라고 응원해 줄 사람, 그래서 아이들이 간절히 찾고 있는 사람을 의미한다. ‘단 한 명의 어른’ 0순위는 대부분 부모겠지만, 여의찮으면 교사가 이 역할을 해줄 수도 있다.

 

하버드대 조세핀 김 교수는 8살에 시카고로 이민을 갔다. 한국이란 나라 자체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그녀는 외계인 취급을 받으며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살았다. 그러다가 초등학교 4학년 때 제닛 캡스라는 선생님을 만나 인생이 역전됐다. 선생님은 쉬는 시간에 어린 조세핀에게 낱말을 가르쳐주고 퀴즈를 내기도 하며, 최선을 다해 부족함을 채워주었다. 어느 날 늘 F성적만 받던 조세핀의 낱말 퀴즈를 채점한 후, ‘100점’과 ‘Wonderful’이라는 칭찬과 함께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가 조세핀에게는 한 줄기 빛이었다고 한다.

 

교내 멘토-멘티 시스템 구축 필요

환경이 아무리 열악하고, 가정과 학교의 교육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도 아이들은 자신을 믿어주고 응원해주는 ‘단 한 명의 어른’으로 인해 희망찬 미래를 꿈꾸고, 바른 길을 찾아간다. 사람의 잠재능력을 꽃피우는 것은 비처럼 스며드는 사랑과 믿음이다. 사춘기 청소년들에게 전적으로 믿고 따를 수 있는 누군가 ‘하나뿐인 내 편’을 만들어 주는 학교의 멘토-멘티 시스템 구축이 절실하다.

정종민 성균관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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