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에게는 권한을, 교사에게는 침묵을

2026.07.07 10:00:00

 

6월 3일, 교육감 선거가 끝났다. 언론에서는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진보 10명, 보수 6명이 당선됐다고 평가한다. 수도권 3곳을 포함해 진보가 우세했다는 평이다. 


현장 교사로서 교육감 선거는 볼 때마다 마음이 편치 않다. 교사는 이 선거의 유권자이면서 정치적 금치산자다. 후보자의 정책에 찬성도, 반대도 공개적으로 표명할 수 없다. 다른 공무직·일반직 노조들이 지지 후보를 공개 선언하며 선거판에 뛰어드는 동안, 교원단체는 후보자와의 간담회 형식으로만 만날 수 있을 뿐이다. 교육감 후보자들이 교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것은 교사에게 정치기본권이 없는 현실에서는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발언권 없는 유권자를 진지하게 상대할 정치인은 없다. 교사는 ‘투표는 하지만 목소리는 낼 수 없는’ 존재로, 선거가 끝나면 당선된 교육감의 정책을 충실히 수행하는 일선 관료이다.

 

교사는 침묵해야 하는 교육감 선거
교육감 선거는 정당을 표방할 수 없다. 그런데 언론은 선거 내내 진보·보수로 후보를 구분하여 보도한다. 후보들은 파란색·빨간색으로 정체성을 드러내고, 불리하다 싶으면 흰옷으로 갈아입는다. 선거 용지에 정당과 기호가 표기되지 않는 등 깜깜이 선거라 부르지만, 색깔은 선명하다.


단일화 과정은 지리했다. 선거인단 관련 의혹이 불거지고, 법적 대응과 고소·고발, 여론전이 이어졌다. 그 혼란 속에서 각 후보는 내가 진짜 보수 후보 혹은 진보 후보라며 정통성 경쟁에 열을 올렸다. 교육정책보다 자신의 정치적 선명성을 드러내기 급급했고, 선거 막바지에는 네거티브로 가득했다. 교육감 선거인지 정당 이름만 뺀 일반 지방선거인지 구분하기 어려웠다.


공약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교권 보호, 기초학력 강화, AI 활용 교육을 보수와 진보 표방 후보 모두가 외쳤고, 차별화된 공약은 찾기 어려웠다. 지역마다 처한 현실이 다르고, 해결해야 할 우선순위가 다름에도 공약은 놀랍도록 비슷했다. 그래서인지 각 지역 당선자의 대표 공약이 무엇인지 선뜻 떠오르지 않는다. 이것이 깜깜이 선거의 실체다.

 

선거는 끝나고
선거는 끝났고, 새로운 4년이 시작됐다. 교육자치가 현장 교사에게 가져다주는 이점이 무엇인지 묻는다면, 솔직히 잘 모르겠다.


교육감이 바뀌면 정책이 달라진다. 전임 교육감의 주요 정책 사업을 지우고, 새로운 이름으로 포장하여 다시 현장으로 내려보낸다. 그런데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름만 달라졌을 뿐, 유사한 사업인 경우가 많다. 연구학교 주제가 달라지고, 시범사업 대상 학교가 바뀐다. 현장 교사들은 그 안에서 늘 치적 사업의 집행자에 불과하다. 교육감이 인식하는 교육자치는 학교 현장의 자치가 아니라 ‘교육감 자치’이지 않았을까. 권한은 더욱 교육청으로 집중되었고, 학교는 최하위 교육행정기관으로 전락하고 있다.


전국교육감협의회의 행보를 보면, 교육감들이 자신의 권한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잘 드러난다. 협의회는 교육부의 특별교부금 확대에 반대해 왔다. 특별교부금은 교육부가 사업 목적을 지정하여 교부하는 예산으로, 교육청이 자율적으로 편성하는 보통교부금과 달리 예산집행권이 사실상 중앙정부에 귀속된다. 2023년 말, 국회가 특별교부금 비율을 3%에서 4%로 높이는 교부금법 개정안을 추진하자,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지방교육자치에 역행한다’며 즉각 철회를 촉구한 바 있다.


교육부가 사업을 지정해 예산을 내려보내는 것은 지방교육자치를 훼손한다고 비판하면서도, 정작 교육청은 학교에 똑같은 방식으로 예산을 운용한다. 학교기본운영비로 일괄 교부하면 될 것을, 자신의 치적 사업에 참여하는 학교를 선별해 예산을 배분한다. 교육부의 특별교부금을 비판하는 논리는 교육청 스스로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권한 역시 다르지 않다. 올해 초, 전국교육감들은 초광역 행정통합 논의 과정에서 교육장 공모제와 권한 위임 확대 방안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자신의 권한이 교육장에게 분산될 수 있는 구조에 사실상 반대한 것이다. 결국 교육감의 예산도, 권한도 지역과 학교로 내려오지 못하고 교육청에서 멈춘다.

 

교육자치의 조건
이번 선거가 남긴 것은 무엇일까. 교권 보호와 악성 민원 차단이 전국교육감의 공통 공약이 되었다는 점이다. 반가운 일이지만, 마냥 반가워할 수만은 없다. 교사를 보호해야 한다는 공약이 전국적인 공약이 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지금 대한민국의 교사들이 그만큼 고통받고 있으며 한계에 몰려 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교사가 보호받아야 할 대상으로 선거에 등장하는 이 현실은 그 자체로 씁쓸하다. 


그럼에도 교권을 보호하고 악성 민원을 차단하겠다는 공약은 다행이지만,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바로 교사 정치기본권이다. 선거를 앞두고 진행된 교육감 후보 공개 질의에서 교사 정치기본권 보장에 응답자의 88%가 찬성 의사를 밝혔고, 최근 5,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도 국민의 77%가 퇴근 후 교사의 정치기본권 보장에 찬성했다. 교사 정치기본권 보장은 보수·진보를 막론한 교원단체 전체가 한목소리로 요구하는 사안이며, 당선인 16명 중 12명이 찬성 입장을 밝힌 것5도 같은 맥락이다. 진영 논리도, 국민 여론도 더 이상 핑계가 될 수 없다.


물론 법 개정은 국회의 몫이지만, 마냥 기다릴 이유가 없다. 당선인 절반 이상이 교육청 차원의 교원 정치적 표현 보호 가이드라인 제정에 찬성 혹은 검토 의사를 밝혔다. 조례든, 지침이든, 징계 최소화 기준이든, 교사가 부당한 분쟁에 노출되지 않도록 교육청이 먼저 움직일 수 있는 부분은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선거 때마다 이번엔 다르다는 말을 들어왔다. 그 말이 이번에도 공허하지 않으려면, 교육자치의 환경이 바뀌어야 한다. 교육감이 자신의 권한을 지역과 학교에 더 많이 내려보내고, 교사가 정책의 공동설계자로 서는 구조를 먼저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한 출발점은 교사에게 정치기본권을 부여하는 일이다. 교사에게 발언권이 없는 한, ‘진짜’ 교육자치는 불가능하다.

신창기 경기 신우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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