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참은 아이는 왜 집에서 짜증을 낼까

2026.08.24 13:10:24

학교에서는 조용하고 예의 바른데 집에만 오면 짜증을 내는 아이가 있다. 부모는 상담에서 “친구들과 잘 지내고 수업 태도도 좋습니다”라는 말을 들으면 오히려 더 답답해진다.

 

‘학교에서는 잘하면서 왜 집에서만 이럴까.’

 

현관에 들어오자마자 가방을 던지고,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물으면 “몰라”라고 대답한다. 숙제 이야기를 꺼내면 기다렸다는 듯 목소리가 커진다.

 

부모에게는 자신을 만만하게 여기거나 버릇없이 구는 모습처럼 보인다. 고쳐야 할 말투와 행동도 분명히 있다. 그렇다고 학교와 집에서 다른 모습을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아이가 부모를 가볍게 여긴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학교에서 아이는 생각보다 많은 것을 조절한다. 수업 시간에는 몸을 움직이고 싶어도 참아야 하고, 친구의 말이 기분 나빠도 관계가 틀어질까 봐 웃고 넘기기도 한다. 모르는 문제가 나와도 다른 아이들이 자신을 어떻게 볼지 신경 쓰며 가만히 앉아 있는다.

 

가장 안전하다고 느끼는 집에 돌아오면 하루 동안 붙잡고 있던 힘이 풀린다. 학교에서 참은 감정이 집에서 짜증으로 나타나는 이유다. 집이 안전하다는 뜻일 수 있지만, 안전한 관계가 함부로 행동해도 되는 면허는 아니다.

 

집에서 감정이 터진 뒤에도 아이가 아무렇지 않은 것은 아니다. 자신이 한 말이 마음에 걸리면서도 먼저 다가갈 방법을 몰라 다음 날까지 걱정하는 아이도 있다.

 

월요일 아침이면 아이들의 표정을 살피다가 부모와 다투고 온 사람이 있는지 묻곤 했다. 여러 손이 올라왔다. 한 아이는 크게 소리를 지르고 집을 나왔다고 말한 뒤, 곧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집에 어떻게 들어가요?”

 

나는 아이의 긴장을 풀어 주려고 “무릎을 꿇고 빌어야 할까? 아니면 가방을 싸서 집을 나가야 할까?”하고 일부러 과장된 선택지를 꺼냈다. 교실에 웃음이 돌고 아이의 표정이 조금 풀렸을 때 다시 물었다.

 

“그래서 오늘 집에 가면 어떻게 할 거야?”

“그냥 가야지요. 엄마는 다 까먹었을 거예요.”

 

아이의 대답에 다시 웃음이 났다. 집에 돌아갈 용기는 생긴 듯했지만, 엄마가 잊어 주기를 기다리는 것과 자신이 한 행동을 바로잡는 것은 다른 일이었다.

 

웃었다고 아침에 한 말과 행동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나는 누구의 잘못이 더 큰지 교실에서 판결하지 않았고, 부모와 다툰 이유가 있다고 아이가 해야 할 일까지 지워주지도 않았다. 다만 아이가 집으로 돌아가 관계 안으로 다시 들어갈 한 걸음을 생각하게 했다.

 

거친 말투만 보면 버릇의 문제로 끝난다. 그러나 하루 종일 자신이 한 말을 걱정하면서도 먼저 사과하기 어려워하는 마음까지 보면 질문이 달라진다. 옳은 방법을 몰라서가 아니라, 감정 때문에 돌아가는 길을 어려워하는 아이도 있다. 어른이 해야 할 일은 대신 사과해 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그 길로 다시 들어설 수 있도록 첫걸음을 묻는 것이다.

 

부모도 아이의 감정이 집에서 터지는 이유를 알아주되, 가방을 던지거나 함부로 말한 행동까지 허용해서는 안 된다. 마음을 가라앉힐 시간은 주고, 정한 시간이 지나면 자신이 만든 결과를 바로잡게 해야 한다.

 

“오늘 많이 힘들었던 것 같구나. 조금 쉬고 싶은 마음은 알겠어. 그래도 가방을 던지거나 엄마에게 함부로 말해서는 안 돼. 삼십 분 쉬고 나면 가방을 정리하고 다시 이야기하자.”

 

지친 아이에게 곧바로 학교 일을 캐묻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을 때가 많다. 걱정에서 나온 질문도 아이에게는 또 하나의 과제처럼 느껴질 수 있다. 집에 돌아온 직후에는 간식을 먹거나 잠시 혼자 있을 시간을 주고, 표정이 풀린 뒤 말을 건네는 편이 낫다.

 

“오늘 힘들어 보이는데 지금 이야기할래, 조금 있다가 이야기할래?”

“엄마가 들어주기만 하면 좋겠어, 아니면 같이 방법을 생각해 볼까?”

 

이런 질문은 아이가 자신의 상태를 돌아보고 필요한 도움을 선택할 여유를 준다. 그렇다고 가족이 아이가 학교에서 참아낸 감정을 계속 받아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쉬는 시간이 짜증을 계속 내도 되는 시간이 되어서는 안 되고, 기다려 주는 일이 해야 할 일을 없애 주는 방식이 되어서도 안 된다.

 

문제행동은 하루 동안 참아낸 감정의 마지막 장면일 수 있다. 어른은 그 앞의 시간을 읽고 감정을 풀 다른 길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그러나 이유를 알았다고 행동의 책임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감정은 쉬게 하되, 자신이 한 행동은 아이가 수습하게 해야 한다.

 

전장표 인천해든초 교사 chuntre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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