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수가 적은 학교들이 서로 연결되면 아이들의 배움도 넓어질까. 강원 홍천의 5개 학교가 함께 추진한 교육협력 연구에서는 기대와 함께 생각해 볼 만한 결과가 나왔다. 교사들의 협력에 대한 인식은 일부 개선됐지만 학부모 평가에서는 엇갈린 결과가 나타났다.
지난달 29일 홍천 모곡초에서 열린 강원교육청 지정 연구학교 수업 공개 및 운영보고회에서는 이러한 연구 결과가 소개됐다. 개별 학교의 규모를 키우지 않고도 학교 간 협력을 통해 학생의 교육기회를 확대할 수 있는지를 탐색한 자리였다.
이날 연구 결과를 접하며 떠오른 질문은 하나였다. 작은학교를 유지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 안에서 학생들이 충분히 배우고 성장하도록 하려면 무엇이 달라져야 할까. 이 질문은 홍천지역의 일부 학교만이 아닌 강원교육 전체가 마주한 과제이기도 하다.
작은학교 유지 기조 속, 풀어야 할 과제
강원교육청이 공개한 2026년 3월 1일 기준 소규모학교 현황에 따르면 도내 초등학교 355개교 가운데 학생 수 60명 이하 학교는 202개교(56.9%)에 달한다. 중학교 역시 160개교 중 67개교(41.9%)가 같은 규모다.
특히 광역학구를 통해 주소지 이전 없이 전입학한 학생을 제외하면 원학구 학생 수가 60명 이하인 초등학교는 218개교(61.4%)로 늘어난다. 이는 실제 재적 학생 수와 원학구 학생 수를 구분해 작은학교의 운영 여건을 살펴볼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앞으로 학생 수는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도교육청이 지난 8월 19일 발표한 ‘2027~2031학년도 중장기 학생 추계’에 따르면 도내 초·중·고 학생 수는 2026년 13만113명에서 2031년 10만7522명으로 2만2591명(17.4%)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초등학생은 같은 기간 5만8433명에서 4만5661명으로 1만2772명(21.9%) 줄어들 전망이다. 도교육청은 2029년 초등학생 수가 5만 명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학생 수 감소에 대응해 강원지역 작은학교의 교육 여건과 운영체계를 중장기적으로 검토해야 할 필요성을 보여준다.
학생 감소에 따른 학교 운영체계의 변화가 불가피해지는 상황이지만 강원교육의 정책 방향은 단순한 통폐합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
강삼영 강원교육감은 지난 6월 당선인 신분으로 교육부의 소규모학교 통폐합 재정지원 확대와 관련해 예산을 더 주는 방식으로 통폐합을 유도하는 데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학교의 시설보다 교원 등 인적 자원에 투자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반면 교육부는 지난 6월 소규모학교 혁신 방안을 발표하면서 학교 규모에 관한 획일적인 권고기준을 폐지하고 지역별 여건에 맞는 학교 운영을 지원하기로 했다. 동시에 학교 통합과 분교장 개편에 대한 재정지원도 확대했다. 학교의 규모와 운영 방식에 관한 선택의 폭은 넓어졌지만 그만큼 지역의 판단과 책임도 중요해진 셈이다.
작은학교는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세심한 지도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다양한 또래와 함께 학습하거나 문화예술·체육·탐구활동을 운영하는 데 제약이 생길 수 있다. 학교를 유지한다고 해서 이러한 어려움이 저절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작은학교의 장점은 살리면서 부족한 교육기회를 보완할 방법은 없을까.
학교는 따로 있어도 배움은 함께할 수 있을까
홍천 서면지구에서 추진한 ‘위듀(W:EDU) 농어촌유학 클러스터’는 이 질문에 대한 하나의 현장 실험이다. 초등학교 4곳과 중학교 1곳이 참여하는 위듀(W:EDU) 클러스터는 학교별 특색과 자율성을 존중하면서 교육과정과 교육자원을 공유하는 협력체계다. 교사들이 함께 수업을 연구하고 공동 교육활동과 지역 탐구활동을 통해 학생들의 배움과 만남의 기회를 넓히는 데 중점을 두었다.
이날 공개수업에서는 학교 간 공동 체험활동을 교과학습과 연결하고 학생의 성장 경험과 지역의 역사·문화 자원을 활용하는 교육활동이 소개됐다. 이어진 운영보고회에서는 협력의 성과와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도 드러났다.
연구자료에 따르면 모곡초 교원들의 협의와 정보 공유, AI·에듀테크 활용 협력, 학생의 경험과 배움을 연결하는 수업에 대한 인식은 사전·사후 조사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높아졌다.
반면 협력학교 교원들은 전반적으로 높은 긍정적 인식을 유지했지만 통계적으로 유의한 변화는 나타나지 않았다. 학부모 조사에서는 농어촌유학에 대한 이해와 참여 의향의 사후 응답 집단 평균이 높게 나타난 반면, 학교생활에 대한 도움과 다양한 경험·성장 기회에 관한 평균은 낮게 나타났다. 낮은 이유에 관해서는 조사 시점의 차이에 의한 것으로 확인하였다.
이는 교사들이 경험한 협력의 성과가 학부모들이 체감하는 교육적 변화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생각하게 한다. 다만 학부모 조사는 응답 집단의 평균을 비교한 결과이므로 이를 개별 학부모의 만족도가 낮아졌다는 의미로 단정할 수는 없다. 학교별 교육과정과 일정의 차이, 공동활동에 따른 업무 부담도 과제로 확인됐다.
이 결과가 중요한 이유는 학교 간 협력의 가능성뿐 아니라 한계까지 보여주기 때문이다. 협력 활동을 많이 운영하는 것과 학생들에게 실질적으로 더 나은 교육을 제공하는 것은 구분해서 살펴야 한다.
무엇보다 공동교육과정은 단순히 여러 학교 학생이 함께 체험학습에 참여하는 것을 넘어야 한다. 학습목표를 함께 설계하고 공동 탐구와 토론·프로젝트학습을 운영하며 그 경험을 개별 학교의 후속 수업과 성장 평가로 연결할 필요가 있다. 개별화 교육이라는 장점을 유지하면서 다양한 또래와 협력할 기회를 확대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필요한 교통편과 안전관리, 교사들의 공동 연구시간, 전문인력 확보까지 개별 학교에 맡겨서는 협력이 지속되기 어렵다. 교육지원청이 학교 간 교육과정을 조정하고 운영 인력과 행정업무를 지원하는 체계가 필요한 이유다.
학교 유지에서 교육의 질적인 변화로
최근 강원교육에서도 지역의 교육자원을 함께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21일 강원도와 도교육청은 교육행정협의회를 열고 학교와 지역의 시설·자원을 공동 활용하는 방안 등에 협력하기로 했다. 작은학교에서 운영하기 어려운 양질의 공공 방과후학교를 위해 지역 공공시설을 활용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러한 협력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려면 개별 사업의 확대를 넘어 학생의 하루 교육생활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특히 강원도는 지역별로 학교 간 거리와 교통 여건이 크게 다르다. 인접 학교에서는 정기적인 공동수업을 운영할 수 있지만 이동이 어려운 산간지역에는 찾아가는 교육활동과 전문교사 순회지원 등이 더 적합할 수 있다.
농어촌유학 역시 같은 관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강원농어촌유학은 2023년 2학기 33명으로 시작해 2026년 1학기에는 63개 학교에서 535명이 참여하는 규모로 확대됐다.
그러나 앞으로는 유학생 수 증가만큼이나 학생들이 어떤 교육을 경험하고 얼마나 성장하는지, 지역 학생과의 관계는 어떻게 형성되는지, 유학 종료 이후에도 지역과의 관계가 이어지는지를 살펴야 한다. 이는 학교별 학생 모집 경쟁에서 벗어나 지역 전체의 교육적 매력을 높이는 방향과도 연결된다.
교육지원청과 지방자치단체가 교육과정뿐 아니라 돌봄·교통·주거 등을 함께 지원하고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이어지는 교육의 연속성을 마련한다면 농어촌유학은 단기적인 학생 유입을 넘어 지속가능한 교육정책으로 발전할 수 있다.
이제 작은학교 정책의 성과를 판단하는 기준도 달라져야 한다. 학생 수가 얼마나 늘었는지, 학급이 유지됐는지와 함께 학생의 기초학력과 학습 성장, 다양한 교육활동 참여 기회, 또래 관계와 학교생활 만족도를 살펴야 한다. 또한 학교 간 공동교육과정이 실제로 어떤 교육적 효과를 냈는지, 이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비용과 교사들의 부담은 어느 정도인지도 검증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학교별 여건에 맞는 지원 방식을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홍천에서 진행한 이번 연구는 아직 모든 문제에 답을 내놓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학교 간 협력의 가능성과 한계를 함께 확인했다는 점에서 강원교육이 앞으로 무엇을 보완해야 할지 생각하게 한다.
작은학교를 유지하겠다는 정책 방향이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교육의 질 향상으로 이어지려면 교육과정과 인력·예산·지역자원을 연결하는 구체적인 지원체계가 뒤따라야 한다.
학교를 지키는 일은 중요하다. 그러나 지켜낸 학교에서 학생들이 무엇을 배우고 얼마나 성장하는지까지 책임져야 작은학교 정책도 그 의미를 온전히 실현할 수 있다. 학생 수는 줄어들 수 있다. 그렇다고 아이들에게 제공하는 배움의 기회까지 줄어들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강원교육이 이제 답해야 할 질문은 학교를 몇 곳 남길 것인가를 넘어 남아 있는 학교에서 아이들의 미래를 얼마나 충실하게 준비할 것인가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