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5월을 보내며

2005.05.26 10:36:00

선생님들에게 5월은 황당한 달이었다. 대부분의 선생님들에게는 해당도 없는 촌지문제가 부각돼 심기를 어지럽히고, 스승의 날을 2월로 이전하자는 법안까지 나왔다.

선생님들은 ‘우리는 촌지를 받지 않습니다’라는 편지를 학부모들에게 보내야 했고, 어느 교육청 관내 선생님들은 촌지 사절 서약을 강요당하기도 했다. 학부모로 위장해 촌지를 수수하는 등 함정단속을 편 교육청이 있었는가 하면 또 다른 교육청에서는 선생님들 소지품까지 뒤져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따지고 보면 촌지문제를 둘러싼 이 같은 비정상적인 과잉 반응과 단속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런가 하면 적지 않은 학부모들은 촌지 또는 선물을 건네지 않으면 자기자녀가 사랑받지 못할 것이라는 막연한 불안심리를 갖고 있는 듯하다. 일종의 사회병리 현상으로 ‘촌지 노이로제’라고 할만하다.

한국교총은 올 스승의 날을 앞두고 선포한 교직윤리헌장에서 ‘학생이나 학부모로부터 사적이익을 취하지 않는다’고 다짐하고 있다. 차제에 선생님들은 대가성이 있느니 없느니 따질 것 없이 학부모가 제공하는 사소한 선물이라도 사양하는 등 실천의지를 확고히 할 필요가 있다. 학부모단체와 행정당국도 한건주의식 고발과 이에 편승한 거친 단속을 지양해 다시는 올해처럼 황당하고 불편한 스승의 날이 되풀이되도록 해서는 안된다.

스승의 날은 사랑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날이어야 한다. ‘촌지 노이로제’를 치유하는 길은 스승의 날을 옮긴다든지 하는 제도적인 처방에서 찾을 것이 아니다. 스승의 날은 학부모들이 자녀의 스승을 찾는 날이 아니라 ‘자신의 스승을 찾는 날’이라는 본래의 의미를 새기도록 하는 게 우선돼야 한다.

나 어린 제자가 전하는 한 송이 꽃, 옛 은사를 찾아뵙는 미풍, 스승의 은혜를 기리는 사회적 분위기는 더욱 조장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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