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금솥 묻은 어머니

2005.08.05 10:37:00

"노력없이 얻은 財는 災" 아들에 훈계

오늘에 되살리고 싶은 어머니를 통한 사도(師道)는 비일비재하다. ‘일사유사(逸士遺事)’라는 문헌에 나오는 김학성 어머니 이야기도 그중 하나다. 순조무렵 한양에 한 청년 과부가 아들 둘을 어렵사리 기르고 있었다.


셋방 살면서 품을 팔고 삯바느질을 하여 근근히 풀칠하고 사는데 어느 비오는 날도 마루에 나와 삯바느질을 하고 있었다. 한데 처마에서 떨어지는 짚시랑물 소리가 이상하게 들렸다. 흙위에 떨어지니 울음소리가 나지 말아야하는데 마치 쇠판위에 떨어지는 듯한 소리가 났다. 수상히 여겨 그 소리 나는 곳을 파 보았더니 큰 가마솥이 묻혀 있는지라 그 솥뚜껑을 열어보니 금 패물이 가득 차있음을 보았다.


전화(戰禍)가 잦아 피난을 자주 떠나야했던 한양의 명문 귀족이나 부자집에서는 피난을 떠날때 이 금패물들을 남몰래 땅속에 묻고 떠나는 관행이 있었다. 살아 돌아오면 다시 파내어 가질수 있지만 오고 가는 도중에 죽어 묻은 지도 묻은 곳도 모르게 된 지하자원이 적지 않았다. 김학성 모가 우연히 발견한 이 금패물 솥도 그런것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그러나 김학성 모는 그 솥을 다시 그 땅속에 묻고 전세돈만 받아 오막살이 하나를 구해 이사해버렸다.


이렇게 옮겨가 두 자식을 잘 가르쳐 진사에 급제시키고 임종을 맞았다. 그 벼갯머리에 두 아들을 불러 앉히고 금이 가득한 솥을 취하지 않고 도로 묻은 이야기를 했다. ‘왜 취하시지 않았습니까’라고 묻자 어머니는 말했다. ‘재(財)는 재(災)다. 아무런 노력없이 무고히 큰 재물을 얻으면 반드시 뜻밖의 재앙이 있는 법이다. 그리고 사람이 나서 마땅히 궁핍한 것이 있어야 하는 법인데 너희들이 어릴적부터 의식의 안일에 습성이 들면 공부에 힘쓰지 않을 것이요 만약 가난하고 어렵게 자라지 않으면 어찌 재물이 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겠는가. 그래서 내가 집을 옮겨 스스로 단념한 것이다. 지금 집에 저축된 약간의 재물은 모두 나의 열손가락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니 창졸간에 눈앞에 닥친 재물과는 비할 것이 아니다’하고 숨을 돌렸다. 물론 그 금솥이 묻힌 집을 끝내 알리지 않았던 것이다.


어느 한 홀어머니가 유복자를 서당에 맡기고 아버지를 대신하여 회초리로써 싹수를 바로 잡아주십사하고 매를 꺾어다 받치는 것으로 일과를 삼았다. 마마 보이인데다 스승 무서운줄 모르는 이 아이가 매를 피해 무릎까지 빠지는 고개 넘어 눈길을 도망쳐 집에 왔다. 이를 안 어머니는 방에 들이지도 않고 서당으로 내쫓아 보냈다. 이튿날 아이가 글을 외우지못한 벌칙으로 매를 맞다가 까무러쳤다. 훈장이 이 아이를 업고 어머니를 찾아가 자초지종을 말했다. 사람 못될 놈인데 그것도 약과라 하며 울음을 씹는 것을 보고 감동한 훈장은 물뿌레 회초리를 옆에 놓고 공부를 시켜 대과까지 등과시켰다.


그가 어사화를 머리에 이고 금의환향하면서 마을 앞 물뿌레 나무앞에서 말을 내려 나무에다 큰절을 했다. 그의 모든 영광이 바로 그 물뿌레 나무가 안겨다 준 것이기 때문이다. 논란이 심한 체벌문화를 재고케하는 스승 어머니 고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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