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놀이로 익히는 실용지식

2005.08.16 11:59:00

‘원놀이’로 훈장 자질도 가늠

다양한 지식 터득


놀이를 통한 교육이 꽤나 발달했었다. 서당놀이라 하는데 이 놀이를 통해 지리 역사 수신 사회 등 다양한 지식과 지혜를 터득시켰던 것이다. 이를테면 팔도군현도(八道郡縣圖)란 놀이가 그것이다.


한양을 중심으로 조선 팔도의 고을이 길로 연결되어 있어 주사위나 윷을 던져 누가 먼저 한양에 도달하느냐로 승부를 가렸다. 물론 옆길이나 뒷길로 빠지는 함정이 있어 재미를 돋군다. 이렇게 자주 놀다보면 팔도의 고을 이름과 어떤 고을 옆에 무슨 고을이 있는 등 지리공부가 절로 되게 마련이었다. 군현뿐 아니라 팔도의 명승지와 명산 명찰 서원 특산물 등을 연결시킨 팔도유람도(八道遊覽圖)도 있어 문화 산업지리도 놀이를 통해 터득시켰다.


고을 이름 모둠놀이라하여 짝을 갈라 이편에서 한자하나를 골라 던져주면 저편에서 그 한자를 웃글씨로 한 고을 이름을 있는대로 대게하는 놀이다. 이를 테면 ‘江’자를 던져주면 江華·江陵·江界·江景 하는식으로 대어나간다. 칠언대구(七言對句)라 하여 셋이서 2·2·3자를 연결하여 하나의 문장을 만드는 지식유희다. 이를테면 첫째가 태정(太定)하면 가운데가 태세(太世)하고 맏이가 이를 받아 문단세(文端世)로 마무린다. 동명(東明)하면 온조(溫祚) 혁거세(赫居世)하고 이렇게 역사공부도 하고 유명한 시도 외워 대구를 맞추었으니 놀이를 통한 문학공부가 아닐 수 없다. 가장 널리 번졌던 서당놀이가 벼슬 자리를 적어놓고 주사위를 던져 벼슬을 오르고 내리고 유배도 당하는 승경도(昇卿圖) 놀이다.


9품에서 1품까지의 곡절 많은 자리를 거치는데 풍상도 겪어가며 빨리 영의정에 오르는 겨루기 놀이다. 이 놀이를 익히고 나면 우리나라 모든 벼슬 이름과 그 높낮이를 알게 되었으니 사회공부가 아닐 수 없다.


서당의 법통이 경전위주로 유지되기에 역사 지리 사회 수신같은 실용지식을 이런 식으로 놀이를 통해 가르쳤던 것으로 보인다. 원님놀이라하여 도덕적 심성교육도 놀이를 통해 베풀었다. 원님놀이 줄여서 원놀이 또는 서당놀이라고하는 이 놀이는 명절끝 한가할 때, 노는데 접장이나 성적이 우수한 자를 원님으로 분장시키고 이방 형방 등 서리 그리고 포졸의 배역을 정해 마을 사람이 많이 모이는 동네 사랑에 행차하여 동헌(東軒)을 차린다. 여기에서 백성의 억울한 원정을 듣고 그 원한을 풀어주며 송사를 만들어 권세나 돈의 횡포를 차단하는 팔결을 한다. 또 탐관오리를 잡아다 족쳐 이 원님놀이를 보는 동네사람들의 마음을 시원하게 해주었다.


심성교육도 가능


또 이웃 서당과 합동으로 과거를 치루는 원놀이도 있었는데 그 문장의 우월로 두 서당의 격차를 가눔했다. 곧 그로써 훈장의 자질을 가늠하여 마을이나 계에서 지출하는 훈장의 급료가 오르내리곤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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