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학생의 직업선택이 전통적으로 여성이 많은 분야에 편중되어 있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조사를 통해 밝혀진 바 있다. 직능원의 한국교육고용패널(2005) 자료에도 여성이 30% 이하인 ‘남성 지배적 직업’의 경우, 희망하는 여학생 비율이 남학생의 1/3 이하였고, 여성이 71% 이상인 ‘여성 지배적 직업’을 희망하는 비율은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2배 가까이 높게 나타났다.
한국여성개발원 오은진, 신선미 연구위원은 최근 인문계고와 실업계고, 특성화고 교사와 각 시·도 교육정책 관계자 등 46명을 대상으로 심층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토대로 현장 교사들을 위한 ‘여학생 진로 다양화를 위한 진로·직업지도 가이드라인 개발’ 보고서를 내놨다.
연구진은 “여대생 중 다시 선택할 경우 현재의 전공을 선택하지 않겠다는 비율이 40~50%”라면서 “대학진학을 앞두고 단기간에 전공을 선택하지 말고 중학교 단계부터 점차적으로 여러 전공을 비교해보고 취업률 등을 고려하도록 지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여학생들이 전공과 직업에 대한 정보 탐색이 부족한 상태에서 흥미나 적성 중심으로 진로선택을 계속한다면 진로편중 현상이 쉽게 완화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이번 연구는 여학생의 진로 다양화를 위해 중학교, 일반계고, 실업계고 교사가 제공해야 할 일종의 서비스 목록”이라고 밝혔다.
실업계고는 최근 빠르게 변하고 있는데, 학생과 학부모는 전통적인 이미지에 근거해 학교를 선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교사는 정보 탐색이 어려운 중학생들을 도와줘야 한다. ‘커리어넷’(www.careernet.re.kr)의 ‘중학생용 직업사전’에서는 직업의 특성, 적성과 능력, 준비방법, 전망을 소개하고 있으며 전국 실업계고의 명칭과 유형, 개설학과는 물론 지역별 원하는 학교도 검색할 수 있다.
2001년 이후 일반계고에서 자연·공학과정을 선택하는 비율은 남녀 모두 감소하고 있고, 특히 여학생은 선택비율이 매우 큰 격차를 보인다(표 참조). 전국평균에 비해 여학생들의 인문·사회과정 선택비율이 월등히 높은 학교는 진로 다양화를 위한 교육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 적성이나 흥미와 관계없이 무조건 진로를 유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이공계에 여학생 수가 적어서, 혹은 자연·공학 진로를 잘 몰라서 인문·사회를 선택하는 여학생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진로지도를 해야 한다. 과학에 관심 있는 여학생들과 해당 분야 전문가들을 연결해주는 전국 10개 대학의 WISE 센터나 한국과학문화재단의 중등학생 프로그램 ‘생활과학교실’이나 과학대사 초청강연도 활용할 수 있다. 대학 학과 및 진로정보를 얻으려면 커리어넷 ‘직업의 세계’와 ‘한국직업정보시스템’(http://know.work.go.kr)의 ‘학과정보’가 좋은 참고자료가 된다.
또한 소수이지만 일반계고에서 대학진학을 희망하지 않거나 포기한 여학생들은 직업전문학교에 위탁해 직업교육을 받도록 할 수 있다. 직업전문학교는 전국에 21개교가 있으며 한국산업인력관리공단 홈페이지에서 학교별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교육과정은 대부분 1년 이하의 단기과정으로 전공분야는 학교에 따라 다양하다.
오은진 연구위원은 “현행 교육과정에서도 ‘진로와 직업’을 선택과목으로 정하고 재량·특별활동시간을 통해 진로교육을 하도록 하고 있지만 정작 집행주체인 교사들에 대한 개입이 빠져 있어 학교 진로교육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면서 “관련 교사연수를 활성화하는 한편, 진로활동에 활용 가능한 전문가 인력풀 구성, 학생 현장실습에 참여하는 산업체에 인센티브 제공 등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오 위원은 “여학생들만을 위한 진로교육을 따로 하자는 것이 아니라 교과서에 여학생들이 역할모델로 삼을만한 인물을 싣는다거나 성공한 여성 기업인 사례 동영상이나 직업 안내책자 제작 등 학교에서 활용할 수 있는 자료를 개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