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中 정부 전략의지 투영된 ‘잠재적 공세 전략’

2006.03.13 10:12:00

중국의 ‘동북공정’과 동북아 전략

‘고구려사=중국사’ 논리, 단순 ‘고구려사 빼앗기’ 목적 아닌
한반도 정세변화 시 수반될 ‘정치・전략’ 문제 합리화 수단
고구려사 관련 학술문제로 보는 국내 일부 인식 매우 잘못
동북지구, 한반도와 脣亡齒寒의 불가분 관계임을 인식해야

  중국의 국가주의와 만주(동북지구) 중국에서는 개혁개방 이후 자본주의 가치관의 유입과 소련 및 동구 유럽의 몰락으로 사회주의체제에 대한 회의감이 확산되고 있다. 이 상황에서 중국정부는 ‘사회주의 현대화’를 국가의 당면과제로 내세우고, 세부 실천과제로 ‘사회주의 물질문명 건설’과 ‘사회주의 정신문명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후자의 주요내용은 애국주의와 집체주의(集體主義)이다. 애국주의는 중국 내 각 민족의 단결과 ‘사회주의’ 조국에 대한 사랑을 전제로 한 중화(中華)민족주의이다. 이는 위기에 직면한 사회주의이념의 대안적 이데올로기로서 일부 소수민족(특히 티베트족과 신강 위구르족)의 분리 독립 움직임을 차단하고 이완된 체제를 유지・강화하기 위한 중국의 ‘국가주의’라고 할 수 있다. 역사학 방면의 대표적인 국가주의는 ‘통일적 다민족 국가론’이다. 이 이론은 현재의 중국영토 내에 존재했거나 존재하는 모든 민족은 중화민족(중국민족)이고 그들이 세운 왕조나 역사적 활동은 중국역사의 범주에 속하며, 그 왕조들이 관할했던 영토의 총합이 중국의 강역(영토)이라는 것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현재의 중국영토 내에 존재했던 고조선・부여・고구려・발해는 모두 중국의 역사이고 그것을 세운 민족은 모두 중화민족이 되는 셈이다. ‘통일적 다민족 국가론’ 역시 중국의 국가적・역사적 정체성 확립을 통한 온전한 중화민족 국가 확립에 중요한 이론적 작용을 하고 있다.
한편 만주(동북지구)에서는 동북공정(東北邊疆歷史與現狀系列硏究工程, 동북변강의 역사와 현상의 관계를 연속적으로 연구하는 프로젝트)이외에 ‘동북진흥전략’이 추진되고 있다. ‘동북진흥전략’은 ‘서부대개발’과 더불어 중국의 국가적 균형발전을 이룩해서 지역간・민족간 격차를 해소시켜 변강(邊疆)민족을 ‘온전한 중화민족’으로 만들고 그들의 집거지인 변강지구를 ‘온전한 중국의 강역(疆域)’으로 만들어 지역적(영토적)・민족적 통합을 이룩해서 ‘중화민족 대가정(大家庭)’을 만들려는 중국의 국부적인 국가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만주가 지닌 모순으로는, ‘동북진흥전략’의 일환으로 공업진흥과정에서 파생되는 대규모 실업(下崗), 지지 부진한 국유기업의 구조개혁, 은행의 부실채권 해소문제, 동북지구 거주민(특히 조선족)과 주변 민족국가(특히 남・북한) 사이의 연계과정에서 파생되는 탈북 및 불법체류 문제, 그에 따른 조선족의 정체성 동요문제, 북한정권의 불확실성과 그에 따른 한반도정세의 불안정성이 동북지구에 미치는 파장 등을 들 수 있다. 이처럼 현실적으로 많은 문제들을 안고 있는 중국정부는 어쩌면 문제 해결의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러한 강박관념이 동북지구에 투영되면서 도출된 산물이 ‘동북공정’인지도 모른다.
동북공정’의 실체 2002년 2월부터 추진되고 있는 ‘동북공정’은 그 공정의 핵심관계자 말처럼 ‘학술문제’인 동시에, 중국의 애국주의 전통을 드높이고 중국국가의 통일과 안전, 영토주권의 완결, 소수민족지구의 안정 그리고 민족단결을 유지하기 위해 추진되고 있는 ‘정치문제’이자 ‘전략문제’이기도 하다. ‘동북공정’의 최우선 중점과제는 한반도의 정세변화가 중국 동북지구 사회 안정에 미칠 영향과 충격을 예측・완화하고, 조선족의 동태파악과 정체성 확립을 위한 각종 예방책을 수립하는 동시에, 한반도 정세변화에 따라 수반될 동북아 국제정세의 변화를 예측하고 그 정세를 중국 쪽에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 방안들을 마련하는 데 있다. ‘동북공정’의 부차적인 과제는 그 공정에 수반되는 정치적・전략적 문제를 정당화・합리화하기 위해 필요한 역사논리를 개발하고 다듬는 데 있다. ‘동북공정’의 일환으로 수행되고 있는 과제에는 러시아와의 국경문제 및 중・러 이민문제 등 러시아 문제도 일부 포함되어 있기는 하지만, 그것의 대부분은 한반도문제와 직결되어 있다.
‘동북공정’의 최우선 중점과제를 고려해볼 때, 중국의 ‘고구려사=중국사’ 논리는 단순히 ‘고구려사를 빼앗으려는 목적’에서 도출되었다기보다, 향후 한반도 정세변화 과정에서 수반될 여러 가지 ‘정치문제’나 ‘전략문제’를 합리화하기 위한 수단적 논리개발의 필요성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하다. 결국 ‘동북공정’에서 수행되고 있는 ‘기초연구(즉 학술적 성격의 역사연구)’는 ‘응용연구(정치적・전략적 문제를 다루는 사회과학적 연구)’를 역사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이론적 연구인 셈이다. 이렇게 볼 때 ‘응용연구’가 ‘기초연구’보다 상위적 과제임을 엿볼 수 있다. 그렇지만 수단적 위상을 지닌 역사논리는 목적적 위상을 지닌 정치・전략문제의 경중(前?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에서 결코 간과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학술적・역사적 차원에서 볼 때 ‘동북공정’은 ‘공세적 전략’이라기보다는 ‘수세적 전략’ 혹은 ‘방어적 전략’에 가깝다. 그렇지만 향후 한반도 정세변화와 그에 수발될 동북아 국제질서 변동과 연관시켜볼 때, ‘동북공정’을 단순히 ‘방어적 전략’이라고만 평가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동북공정’에는 향후에 초래될 한반도의 정세변화 및 동북아 국제관계 변화에 대한 예측과 대비책 마련이라는, 중국정부의 적극적인 전략적 의지가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동북공정’이 잉태된 만주(동북지구)는 한반도의 통일 및 민족 장래와 연관지어볼 때, 한반도와 순망치한(脣亡齒寒)의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석양을 등지고 서있는 광개토대왕비.

‘동북공정’이 ‘공세적 전략’인지 ‘방어적 전략’인지를 판단하려면, ‘동북공정’의 일환으로 수행되고 있는 ‘응용연구’의 구체적인 내용을 알아야만 한다. 그런데 ‘동북공정’과 한반도의 상관성 문제를 해명해줄 ‘응용연구’ 분야는 국가비밀로 분류되어 있어서 그것의 구체적인 전모를 알 수가 없다. 그렇지만 여러 가지 정황을 고려해볼 때, ‘동북공정’의 한 축인 ‘응용 연구’가 한반도문제 혹은 향후 한민족 및 한반도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내용뿐만 아니라 향후 전개될 동북아 국제질서 재편문제와도 직결되어 있음을 짐작할 수는 있다. 이것은 ‘응용연구’가 ‘기초연구’를 토대로 현실의 국제관계 속에서 파생되는 여러 가지 문제(역사⋅문화적 방면에서 특정지구의 귀속권 문제와 그에 따라 제기될 수 있는 국경⋅영토분쟁, 외교관계, 관광전략 등)에 능동적이고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국가논리 개발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동북공정’의 전모를 알려면 이 과제를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그러나 ‘응용연구’에 관한 중요문건을 직접 입수하는 것이 곤란한 현실적 제약을 감안할 때, ‘대안적’ 접근방식이 절실하다. 그것은 중국의 한반도 및 동북아 문제 전문가들의 글을 통해서 중국의 한반도 인식과 동북아 전략의 윤곽을 파악하는 것이다.
중국의 동북아 전략 중국의 한반도 및 동북아문제 전문가들의 글에 의하면, 한반도는 동북아의 현상을 유지하고 미국을 견제하는 동시에 미・중간의 완충지대로서 중국에게는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이다. 한반도의 평화통일은 중국의 현대화 건설에 필요한 안정적인 평화환경의 제공, 한・중간의 경제교류 촉진, 대만문제 해결과 미・중 관계의 조정・개선, 대만의 독립시도에 대한 타격, 중국에 대한 군사적 압력의 완화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작용을 할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반면에 한반도의 통일은 동북 영토분쟁(즉 간도문제)과 황해(서해) 경제구역에 대한 이권요구의 가능성, 동북변경의 안정에 대해 부정적인 작용도 할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렇지만 통일 후의 부강해진 한반도는 한반도에서의 미국과 일본의 위상을 저하시키는 반면에 중국과 맹우(盟友)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인식한다. 따라서 한국 주도로 통일되고 강대해진 한반도가 김정일 정권보다 중국에 더 보탬이 될 것으로 중국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중국변강사지연구중심 홈페이지(http://www.chinaborderland.com)에서 동북공정을 소개하는 사이트. 오른쪽 사진은 백두산 천지에서 발원하는 장백폭포의 전경.


그렇지만 일부 중국전문가는 통일 한반도가 조선족에 흡인력을 발휘하여 조선족의 자치 혹은 독립요구를 촉발할 것을 우려하기도 한다. 일부는 통일 이후 미군의 항구적인 주둔상황 이외에, 전략적 이익 분배를 둘러싼 미・중 갈등을 우려하여 한반도의 분단상황 유지를 가장 합리적인 선택으로 간주한다. 게다가 어느 전문가는 한국 주도의 한반도 통일로 인한 미군의 중국변경 주둔을 우려하여, 한국의 북한합병을 저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기까지 한다. 그러면서도 중국 전문가들은 한반도 통일을 불가항력의 역사적 필연으로 인식하는 동시에 한국 주도의 통일을 확신한다. 그들은 통일 한반도가 동아시아의 핵심국가로서 동북아 정세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또한 그들은 통일 한반도(사실상의 통일한국)가 중국 및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에 유리한 ‘독립 자주적이고 중립적이며 비핵화(非核化)된 국가’로 남기를 희망한다.
중국 전문가들의 한반도 인식과 전략의 전모를 고찰해보면, 그리고 그러한 인식과 전략이 ‘동북공정’의 ‘응용연구’ 분야에 반영되고 있다고 유추해본다면, ‘동북공정’은 학술적 차원에서는 ‘방어적 전략’의 성격이 강하다. 그렇지만 한반도 및 동북아 국제관계에 대한 인식과 전략적 차원에서는 향후의 한반도 정세와 동북아 국제관계를 중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재편해나가겠다는 중국정부의 거시적이고 적극적인 전략의지가 투영된 ‘잠재적 공세 전략’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 한마디로 ‘동북공정’은 방어적 전략과 공세적 전략이 혼재된, 그러면서도 상황 여하에 따라 양자의 위상과 상호작용이 달라질 수 있는, 현실적・전략적 탄력성을 지닌 중국의 ‘동북아전략’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 ‘동북공정’은 국민적・영토적 통합의 완성을 목표로 한 중국의 거시적 국가전략인 ‘중화민족 대가정 만들기’의 ‘동북판(東北版)’이라고 할 수 있다. ‘동북공정’은 한반도 및 동북아 방면에서의 돌발사태가 ‘중화민족 대가정 만들기’를 방해하지 않도록 사전에 조치하는 동시에 동북아의 지정학적 형세변화를 중국의 국익에 부합하도록 대외문제에 적극 개입하려는 중국의 ‘잠재적인 대외공세전략’이기도 하다.
이제까지의 논의를 살펴보면, ‘동북공정’을 ‘중국의 고구려사 빼앗기’나 단순한 ‘학술문제’로 받아들이는 국내 일부 사람들의 인식이 매우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동북공정’이 잉태된 만주(동북지구)는 한반도의 통일 및 우리 민족의 장래와 연관지어볼 때, 한반도와 순망치한(脣亡齒寒)의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한 의미에서 만주는 우리의 운명과 직결된 중차대한 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만주! 우리에게 무엇인가?’ 다시금 곰곰이 생각해볼 때이다.

윤휘탁
고구려연구재단 연구위원

   * ‘만주! 우리에게 무엇인가?’ 기획을 마칩니다. 애독해주신 독자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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