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정치판화 할 것으로 지목됐던 무자격 교장공모제가 급기야 심사과정에서의 공정성 시비에 휘말렸다. 자녀가 특정 후보자의 제자인 학부모가 무더기로 심사위원에 참여하고, 학부모 심사위원들이 응모자들에게 자택 면담을 요구하면서 집으로 찾아다니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 같은 사실은 전북 지역 일간지인 전북․전주․전라․전민일보가 28일 정읍 S초의 불공정 심사과정을 일제히 보도하면서 드러났다.
이에 따르면 S초(7학급)는 성산초(6학급), 정산중(3학급)과 함께 교장 자격증에 관계없이 교육경력 15년 이상인 교원을 교장으로 선출하는 내부형 공모제 학교다. 특히 S초는 다른 두 학교가 6학급 이하라 교육청 주관 심사를 진행한 것과 달리 유일하게 학교주관 심사유형을 선택해 학운위에서 추천한 교사 3명과 학부모 5명으로 교장공모심사위원회를 구성했다.
이에 대해 지역신문들은 교육청 주관 심사위가 교원 30%, 학부모 50%, 전문가 20%로 구성하는 것과 달리 S초가 교육비전문가인 학부모를 지나치게 높은 비율로 참여시켰다고 지적했다. 이 학교 교장은 “공정성을 위해 지역인사와 교육전문가를 포함시킬 것을 제안했지만 학부모 학운위원들이 투표를 실시해 이를 거절했다”고 말했다.
그 결과 5명의 학부모 심사위원이 선정됐고, 이 중 4명이 자녀가 응모자 A씨의 제자인 특별한 관계로 밝혀졌다. A씨는 지난해 3월 교감으로 승진해 전출하기 전까지 이 학교에서 3년간 근무한 인연이 있는 만큼 당시 학부모였던 심사위원들에게 심사의 공정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신문들은 우려했다.
한 응모자도 “이들은 심사위원 결격사유자로 제외 대상임에도 그대로 심사가 진행됐다”고 항의했다.
그러나 학운위 P모씨는 “지역인사와 전문가를 심사위원에 넣으면 학부모가 목소리를 내지 못할까봐 포함시키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더 큰 문제는 응모자들에게 비밀로 해야 하는 심사위원의 신상과 연락처가 유출되면서 응모자들이 심사위원의 집으로 찾아다니기까지 한 것이다. 응모자 B씨는 “학부모 심사위원들이 2차 면접 심사 전에 집에서 개별 면담을 요구했다”며 “괴씸죄에 걸릴까봐 찾아가 인사를 하지 않을 수 없었고 정황상 일부 응모자는 금품을 건넸을 지도 모른다”며 강한 의혹을 제기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2차 면접심사에 올랐던 5명 중 진주에 근거지를 둔 2명은 탈락했고 정읍에 근거지를 둔 3명이 최종심사에 올라 지역적으로 ‘담합’까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B씨는 “공정성을 의심케 하는 이번 심사는 공모제의 취지에 어긋난다”며 “결과에 승복할 수 없으며 심사의 불공정성에 대해 철저한 규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한국교총 정책교섭국 김무성 부장은 “학교 주관 심사를 진행한 학교에서 어김없이 문제가 발생한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교총이 교육부에 확인한 결과 또 다른 민원들도 제기되고 있는 만큼 전국적으로 불공정 사례에 대한 실사를 실시해 공모제의 폐해를 국민에게 알릴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