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걸리더라도 공감대 확산 전제돼야
의견수렴 완충제 ‘교육개혁 상설기구’ 필요
사단법인 한국학교교육연구원(원장 곽병선)은 25일 교육포럼을 개최하고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한 평가와 과제를 제시했다. 주제발표에 나선 서정화 홍익대 교수는 “자율화 및 다양화, 글로벌 기준 충족, 학교교육 정상화 및 사교육 감소, 교육복지 구현 등 이명박 정부의 정책 방향과 원칙은 ‘실사구시(實事求是)’의 실용주의 노선과 잘 연계돼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서 교수는 “평등에서 수월성 중시로의 정책전환에 따른 불만과 비판이 충분히 예견되었음에도 대책과 의견수렴 미비로 혼란을 자초했다”며 “설익은 정책추진으로 인한 부작용을 경계하면서 충분한 검증과정을 거쳐 시행착오를 줄이고 연착륙할 수 있는 교육정책 추진이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서정화 교수는 “교육복지, 균형발전 및 격차해소 등 평등성을 중시하는 교육정책의 가치를 보완하고 영어교육, 기숙형 공립고 등 논란이 많은 정책과제 내용은 보완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서 교수는 영어몰입교육 논란에 대해 “불가능에 가까운 ‘영어몰입교육’ 논란은 이제 그만하자”며 “학교 영어교육 내실화를 위한 실현가능한 대안과 구체적 실행계획 제시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자율형 사립고에 대해서 서 교수는 “사학은 사학에 맡긴다는 방향성은 바람직하지만 자사고 목표치를 한꺼번에 높게 설정해 귀족화 및 위화감 조성 등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라며 “사교육 가중이나 고교 입시부활 등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안전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숙형 공립고는 “학교 선정을 놓고 과도한 경쟁이 유발되고 있는 것 같다”며 서 교수는 “획일․관행적 관례에 묶이지 않고, 교육낙후지역의 발전이라는 정책취지를 살려 창의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서 교수는 “학업성취도 평가는 단계적으로 확대될 필요가 있다”며 “대화와 설득을 통해 교사들의 부담 증가, 지역 간 격차 및 학교의 서열화 등의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서 교수는 “정책은 콘텐츠도 중요하지만 내용을 어떻게 현장에 투입하고 정착시키느냐 하는 것이 성공의 관건”이라며 “이명박 정부는 앞으로 정책추진 과정에서의 속도 조절은 물론 결정 과정에서의 의견 수렴 및 완충 기재 역할을 담당할 별도의 ‘교육개혁 상설기구’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숫자’ 공약 지키기 급급하기보다
예산확보, 기대효과 등 검토․조정 필요
지정토론에서도 국민적 합의 과정의 지속적 시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김재춘 영남대 교수는 “고교 다양화 300 정책, 2011년부터 수능과목 축소 및 2012년부터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 실시, 초3부터 영어수업시수 주당 3시간으로 확대, 영어 전용교사 2만3000명 확보 등 주요 정책 내용이나 정책 실행 년도가 모두 ‘숫자’로 표시되어 있다”며 “숫자공약 지키기에 급급하기보다 예산확보와 기대 효과 등에 대한 체계적 검토와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동래 한국초등교장협의회 회장은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들이 아직 구체적으로 실천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조급한 평가는 경계해야한다”며 내부형 무자격교장공모제 철회, 교원평가제 신중한 추진, 교원 정년 65세 단계적 환원, 교원연구년제 조기 도입, 근무평정기간 재조정, 교원 양성기관의 내실화 및 교원 법정정원 확보 등 구체적 교원정책의 방향을 제시했다.
한유경 이화여대 교수 역시 “정책 아젠다 설정 및 추진에 있어 교육계의 공감대와 신뢰 관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교수는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은 5.31 교육개혁 이후 계속된 이전 정부들의 정책 추진과 연장선상에 있다”며 “지나친 차별성 부각은 국민들에게 오해와 혼란만 야기할 수 있다”고 충고했다.
윤지희 교육과시민사회 대표도 “교육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은 일방적 추진은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대통령 당선이 공약 모두에 대한 지지가 아닌 만큼 교육공약에 대한 철저한 재검토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민석 통합민주당 국회의원은 “교육을 경제의 수단으로만 파악하고 ‘실용’논리를 표방한다면 사회적 갈등은 심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창의력·문제해결력·자기주도적 학습능력 등을 기를 수 있는 초·중등 교육과정 패러다임을 제시, 갈등을 해결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조전혁 한나라당 국회의원은 “학교 자율과 책무성 부과, 교육 소비자 선택권 강화야말로 ‘좋은 학교 만들기’를 위해 국가가 해야 할 일”이라며 “학교평가로 인해 단위학교와 학부모·지역공동체의 노력여부에 따라 매년 서열이 바뀌는 구조가 된다면 그것은 생산적 서열 구조”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