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연금관리공단 이사장 공모에 청와대가 ‘금융CEO급 임명’ 방침을 교과부에 시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인선 작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달 27일까지 이사장을 공모한 사학연금은 16일 서류심사 결과, 응모자 11명 전원을 탈락시키고 재공모에 나서는 초유의 사태를 연출했다. 임원추천위는 외적으로 ‘10조 자산을 운영할 만한 적임자가 없다’는 이유지만 속사정은 금융기관 CEO급이 한명도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1차 공모에는 공공기관 임원, 인수위 관계자, 한나라 공천탈락자, 지방대 총장 등 다양한 출신의 인사가 서류를 냈지만 ‘기준미달’ 판정을 받았다.
이를 놓고 교과부와 공단 안팎에서는 자연스레 금융기관 임원급 내정설이 돌고 있다. 2차 공모 때는 위에서 미는 금융 CEO급이 출현할 거란 말도 여기저기서 나온다.
사학연금 강태위 노조위원장은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사학연금공단 인사를 대통령이 직접 챙기면서 보건복지부, 행안부, 교과부 등 관할 부처에 금융CEO급 인선을 주문한 상태”라며 “이 기조 위에서 교과부가 움직이고 사학연금 임원추천위가 가동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주장은 국민연금 이사장에 지난 5월 물러난 박해춘 우리은행장이 임명되고, 공무원연금이 은행권 CEO급을 추천하기 위해 3차 공모까지 진행하고 있는 사실에서 뒷받침된다.
하지만 현재로선 특정인이 거론되진 않고 있다. 공공기관, 준정부기관 수장들의 물갈이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면서 굵직한 인사들이 아직 사학연금까지 눈을 돌릴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한편 그간 부처 관료들의 자리로 여겨지던 연금공단 이사장 자리가 민간에 넘어가게 되면서 불만도 나온다. 교과부의 한 관계자는 “청와대 방침이 시달되면서 이번 사학연금 이사장에 공모하려던 2,3명의 국장급이 도로 서류를 서랍에 넣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사학연금은 25일부터 다음달 7일까지 2차 공모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번에는 앉아서 응모만 받지 않고 헤드헌팅사에 의뢰에 금융CEO급을 접촉, 추천도 받기로 했다. 그간 이사장이 정부의 낙하산 자리로 논란을 빚어온 터라 격에 맞는 인사들이 응모하지 않았다는 판단 때문이다. 공단 혁신인사팀 관계자는 “그래서 공모와 함께 헤드헌팅 방식을 병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학연금은 2차 공모를 통해 최소한 3명의 금융인을 포함, 5명의 적격 후보를 확보할 목표다. 이후 8월 중순 이후 서류심사, 면접을 거쳐 교과부 장관에게 3배수 추천하고, 9월 이후 임명 절차를 밟는다는 계획이다.
한편 사학연금 노조는 청와대가 이사장의 조건을 제한해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에 대해 또 다른 형태의 ‘낙하산’이라며 반대 성명을 준비 중이다. 강 위원장은 “금융투자사업보다 더 중요한 업무가 연금사업인 점을 감안할 때, 반드시 금융인사만 능사는 아니다”며 “양자를 조화롭게 운영할 경영인이라면 관료든, 금융인이든 제한을 둘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