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 위한 사정관제… 고교, 대학 함께 변해야

2009.03.18 10:41:45

입학사정관제의 문제점과 보완점

주요 대학들이 입학사정관 전형을 확대한다고 발표하면서 고3 교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하지만 입학사정관제를 확대하겠다고 발표한 대학들의 입시안을 분석해보면, 대부분 작년 말 발표한 2010학년도 입학전형과 크게 다르지 않고 다만 전형과정 중 입학사정관이 ‘참여’하는 부분이 추가·확대된 정도인 학교가 많다. 정부의 입학사정관제 지원 예산(236억 원)을 받기 위해 ‘무늬만 입학사정관’인 전형 발표를 양산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것이다. 입학사정관제도가 공정성 시비를 뒤로하고 제대로 정착되기 위해 선결되어야할 조건과 앞으로 필요한 대책 등에 대해 고교 교원 및 입학사정관 등 전문가 의견을 들어봤다. 

학생부가 가장 중요한 전형자료, 꾸준한 활동 증명해야
인증제 등 자격 갖춘 인력풀 구성, 신뢰․공정성 담보를
입시-인성교육 균형 이뤄 학교 교육 정상화 기여할 것
교차․상호평가 등 다단계 심층면접 통해 사교육 진위 여부 밝혀져



- 지난 10일, 교과부는 입학사정관제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먼저, 입학사정관제가 무엇인지, 입학사정관을 통한 학생선발 절차는 어떻게 되는지, 어떠한 전형 요소나 자료가 중요하게 고려되는지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전경원
=입학사정관제도란 대학이 대입전형 전문가인 입학사정관을 채용, 육성, 활용함으로써 대학이나 모집단위별 특성에 따라 학생을 선발하는 제도입니다. 입학사정관제 도입 배경에는 지금까지의 입시제도에 대한 한계 내지 모순을 인식하게 되었다는 점과 이에 대해 일정 부분 사회적 공감대가 마련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입학사정관제도를 실시하고 있는 대학들은 대체로 1단계에서 서류평가를 실시합니다. 가장 기본이 되는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를 통해 학업성취도 평가와 더불어 매 학년 교과목 담당교사가 기록하는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에 기재된 평가내용, 자치활동, 적응활동, 봉사활동, 계발활동, 학년별 담임교사의 종합의견란 등 학교생활 전반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집니다. 또한 자기소개서와 학업계획서, 진로계획서 등을 통해 명확한 비전을 지니고 있는가 하는 점 등도 평가합니다. 2단계에서는 제출한 서류를 중심으로 심층면접이 이루어집니다. 심층면접에서는 1단계에서 제출했던 서류내용에 대한 진위여부를 검증하는 동시에 모집단위에서 요구하는 전공에 대한 준비도와 열정 등을 평가합니다. 따라서 학생부가 가장 중요한 전형자료가 됩니다. 그 외에도 학교교육과정을 통해 체험한 다양한 자료들을 증빙자료로 제출하는 경우 중요한 전형자료로 인정됩니다.

- 입학사정관제 실시로 점수 위주 입시제도 개선, 초․중등교육 정상화, 사교육비 경감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습니다. 입학사정관제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며, 우리나라 초․중등교육에 어떠한 영향을 가져올 것이라고 기대하시는지요.



김기철
=입학사정관제는 대학이나 모집단위별 특성에 맞는 소질과 잠재력을 가진 학생을 선발하기 위해 성적 외 전형자료들은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고교에서 대학진학을 위한 지나친 점수 경쟁을 완화할 수 있으며, 초중등교육 정상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고 고무적 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준순=지금 당장은 해결해야 할 문제점이 많다고 보지만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되면 보통교육, 특히 고교 교육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할 것입니다. 입학사정관제가 확산되고 정착되면 대학이나 모집단위별 특성에 맞는 소질과 잠재력을 가진 학생을 선발하기 위해 성적 이외의 전형자료들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어 대학진학을 위한 점수 경쟁을 다소 완화할 수 있습니다. 또 대학 신입생에 대한 사후관리를 통해 고교와 대학교육을 효과적으로 연계할 수 있어 입시와 인성교육이 균형을 이뤄 학교교육 정상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봅니다.

전경원=맞습니다. 입학사정관제가 정착되면 학교 현장에서는 획기적 변화가 예상됩니다. 가장 큰 변화는 점수 경쟁 시스템이 사라지고 교육이 내실화될 것입니다. 점수에 맞춰 진로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소질과 적성에 따라 진로를 선택하는 교육환경이 조성될 것입니다. 또 진로 및 진학지도가 현재보다 더욱 내실화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아울러 더 이상 국영수 중심의 사교육에 의지하지 않고도 대학 진학이 가능한 환경이 조성된다는 점에서 입학사정관제도가 갖는 의의는 지대하다고 판단됩니다.

- 기대만큼 우려도 큰 것 같습니다. 정량적 평가에서 정성적 평가로 전환되면서 입학사정관에 의한 선발에 대한 신뢰성과 공정성이 문제로 부각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또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이준순
=당연히 걱정이 됩니다. 입학사정관 전형에서 신뢰성과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이 제도는 국민의 불신감만 더할 뿐입니다. 제도의 도입 자체가 유명무실해지는 셈이죠. 궁극적으로는 입학사정관의 육성부터 활용까지 모든 절차가 대학 자율에 의해 시행되는 것이 원칙이겠지만, 부득이 도입 초창기에는 교과부 장관이 발표한 대로 입학사정관인증제 등을 통해 소정의 자격과 능력을 갖춘 인력을 선발, 인력풀을 구성하고 대학별로 채용해 국민의 신뢰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김기철=입학사정관제 실시 확대에 대해 학생과 학부모들의 반응은 ‘막막하다’거나 ‘기준이 너무 모호해 시간이나 노력을 투자하기가 겁난다’, ‘너무 섣불리 추진한다’ 는 등의 부정적 반응이 많습니다. 이는 교과부와 대교협, 그리고 각 대학이 입학사정관제 전형에 대한 사전예고 없이 일방적으로 입시 제도를 전환한데서 비롯되었다고 봅니다. 이러한 혼선을 바로잡기 위해 최근, 입학사정관제 전형에 관한 일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고 하지만, 이보다도 학생과 학부모, 학교 모두가 신뢰할 수 있도록 사전 안내 및 홍보 활동을 전개하고, 이에 맞추어 학생과 학부모, 학교가 중고교 생활 내내 대비할 수 있도록 중장기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습니다. 입학사정관제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서는 입학사정관에 대한 법적 제도적 신분 보장은 물론 전형 결과를 세부 기준별로 공개되어야 합니다.



이화규
=숙련된 입학 사정관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느냐에 이 제도의 성패가 달려 있습니다. 현재처럼 입학사정관의 인원이 절대적으로 한정된 상태에서는 이 선발을 확대하는 것은 분명 무리가 있습니다. 전체 입시 인원 비중으로 보아 최소한의 비중에 따른 인원 선발을 하고 이후에 점진적으로 아주 조금씩 확대해야 합니다. 그러니 대학 당국은 우선은 잠재력이 있는 숨은 인재를 최소한 선에서 선발하는 데에 치중해야 할 것입니다. 선발 인원을 확대하려 한다면 전제적으로 수치화 계량화할 수 있는 선발의 잣대를 제시, 입시 당사자들이 수긍할 수 있는 선발 과정 투명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또 사정관의 주관과 정실이 개입으로 제도의 신뢰성과 공정성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예컨대, 학생이 제출한 서류 내용의 진위 여부를 확인할 수는 있더라도, 제출된 서류를 사교육업자들이 대리 제작했는지 여부까지 확인하기는 힘들 것입니다.

전경원=입학사정관제도가 우리 사회에 정착되기 위해서는 엄청난 사회적 비용이 요구됩니다. 반세기 이상 계량화된 수치에 의해 당락이 결정되었던 만큼 계량화된 수치로 표현하기 어려운 개인의 성장과 환경적 요소, 잠재력과 발전가능성, 전공에 대한 열정과 적성 등을 학업성적과 함께 종합적으로 평가하고자 할 때 과연 국민정서상 결과에 대해 쉽게 수용하고 승복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는 제기될 수 있습니다. 결국 공정성과 신뢰성, 객관성 등의 문제 해결이 입학사정관제도의 성공적 안착에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이를 위해 한 명의 지원자에 대해 입학사정관 2~3명 이상이 교차평가를 실시하고, 상호 평가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 재심위원회 및 전형공정관리위원회 등의 다단계 전형 및 심사과정을 통해 신뢰성과 공정성을 확보해야 할 것입니다.

- 마지막으로 학생과 학부모, 고교에서는 입학사정관제에 대해 어떻게 대비해야되는지에 대해서 말씀해주십시오.

이준순=학교 차원에서는 자기 학교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공개해 입학사정관이 그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해야 될 것입니다.

김기철=입학사정관제 전형 대비 학원에 쫓아가지 말라고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현재 고3이라면, 입학사정관제 전형과 다른 전형 가운데 유리한 전형을 선택하고 그 전형에 매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입학사정관제는 수시의 수많은 전형 방법 중 하나일 뿐입니다. 자신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전형에 매진해 지원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 입학사정관제 전형을 준비하는 학생들도 대학마다 전형 요소나 방법이 다르므로 현재 자신의 학업 성취 수준이나 향후 예측치를 고려해 지원 대학을 3~4개 선정, 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1,2학년의 경우 평소에는 학교생활기록부 성적, 전국연합학력평가 성적 향상에 매진하면서도 학교 내에서의 리더십 함양을 위한 학생회 활동 실적은 물론, 주말이나 방학 등을 이용해 봉사활동 실적 및 각종 경시 대회 등에도 꾸준히 준비, 실적을 차곡차곡 쌓아가야 할 것입니다.

이화규=그렇습니다. 학교의 입장에서 입학사정관제를 대비한다는 자체가 문제 상황을 낳을 수 있습니다. 특별한 제도로 인식이 되면 또 다른 입시 준비에 대한 부담이 돼 결국 정보싸움으로 변질되게 됩니다. 수시와 같은 일반 입시의 맥락에서 준비하고 사정관제도의 선발 방식을 적절히 홍보하는 선에서 지도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봅니다. 또 학부모의 입장에서는 입학사정관 제도 하에서는 화려하게 서류 내용을 치장하는 것보다는 꾸준하게 활동한 사실 관계를 증명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유의할 것은 이 제도를 또 다른 입시 전형으로 생각하고 목표로 삼아 준비해 결과적으로 학생들에게 입시 부담을 가중 시키면 안 된다는 점입니다.

전경원=선생님들의 지적대로 입학사정관제도는 단기간에 준비해 합격할 수 있는 대입전형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장기간에 걸쳐 자신의 소질과 재능을 계발해 모집단위나 학과에서 요구하는 인재 상에 부합하는 학생들이 현재 각 대학에서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선발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할 것입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은 사교육을 통해 해결할 수 없습니다. 사교육의 도움으로 만들어진 자료는 다단계의 심층면접과정을 거치면서 진위여부가 밝혀지고 있기 때문에 절대로 합격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학생부를 더욱 내실화해야 합니다. 이는 일선 교사들의 평가권을 강화하는 동시에 대학입장에선 지원자에 대한 다양하고 객관적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장점으로 작용합니다. 교과학습발달상황 세부능력 특기사항 기재란을 통해 지원자가 학교에서 모든 교과목 선생님들로부터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지 입학사정관들은 주의 깊게 살펴볼 것입니다. 그리고 이를 중요한 평가요소로 반영함과 동시에 대학은 학생부의 다양한 요소를 고교DB로 구축, 해당 고교에 대한 신뢰성을 판단하는 척도로 삼을 것입니다. 따라서 교사들은 책임감을 갖고 양심에 따라 학생을 정직하게 평가하고 기록해야 할 것입니다.
서혜정 hjkara@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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