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인재육성을 위한 ‘미래교육국민대토론회’가 1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한나라당 정책위원회와 국회 박영아의원실이 공동주최한 이날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산업화와 민주화에 기여한 교육의 공과를 평가하고 미래교육과정에 대한 방향설정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박영아 의원은 “10개 교과군 78개 과목으로 돼 있는 현재의 선택중심의 교과과정을 미래형 교육과정에서는 과목을 줄이고 교과서를 통합하는 방안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이런 의미에서 이번 토론회가 우리사회의 인재상과 미래인재로서 갖춰야 할 핵심역량에 대해 지혜를 모으는 과정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주호 교과부 차관은 축사를 통해 “교과부는 그동안 입학사정관제, 학교의 책무성 강화, 학교 자율화 등을 통해 교육개혁을 추진해왔다”며 “교육개혁을 위해서는 교원인사와 교육과정이 중요한데 이번 토론회를 통해 그동안 금기시돼 왔던 교육과정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고 밝혔다.
이원희 교총회장은 “최근 논의되고 있는 미래형 교육과정을 보면 보육적 관점에서 초등학생 수업시수 확대하는 것이나 교과군을 통합하는 것은 논란거리가 있는 만큼 현장 의견을 듣고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곽병선 한국교육학회장과 이덕환 서강대 교수는 미래교육과정의 방향에 대해 주제발표를 했다.
곽 회장은 초․중․고 교육과정을 쉽게 구성하고 대학진학을 용이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 교수는 지나친 과목 축소와 가르치는 학습량 상한 설정으로 학력이 저하됐다며 곽 회장과 견해를 달리 했다. 하지만 두 발표자는 정권차원을 넘는 범국가적인 ‘교육과정위원회’ 설치가 필요하다는 점에는 공감했다.
◆“기본으로 돌아가자”=‘미래학교를 위한 교육과정 구상’을 주제로 발표한 곽 회장은 “우리 교육 현실은 쏟아 붓는 노력에 비해 교육경쟁력이 낮은 고비용 저효율 구조”라며 “이는 오랫동안 간판주의 교육에 영합해 교육당국자들이 편의 위주로 제도를 운영해 오는 동안 교육의 본질이 무시됐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곽 회장은 “그 동안 기본에서 너무 왜곡된 교육은 기본으로 돌아가는 일이 어려워졌다”며 “막대한 세력들의 이해관계로 고착된 현실에서 교육은 쉽게 손댈 수 없게 돼 ‘교육이냐?, 정권이냐?’를 놓고 엄청난 도전을 해야 할 과제가 됐다”고 말했다.
미래교육의 방향을 ‘기본으로 돌아가자’로 설정한 곽 회장은 이를 위해 ▲교육목표 중심의 학력관리체제 ▲상황주도력을 갖춘 인재 육성 ▲한국형 국민역량 자격 체계 구축 ▲쉬운 초․중․고 교육내용 ▲교육과정 추진기구 설치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과목쪼개기’ 학력저하 원인=‘밝은 미래를 위한 교육과정 개편의 방향과 방법’에 대해 주제발표를 맡은 이 교수는 공교육강화를 위해는 이른바 ‘과목쪼개기’부터 없애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7차교육과정에서 학생에게 선택권을 준다는 명목으로 80개 과목을 선택의 대상으로 삼았다”며 “이 같은 과도한 ‘과목쪼개기’로 인해 학생들의 선택권은 오히려 줄어들었고, 감축된 학습내용에 따라 공교육이 붕괴됐다”고 주장했다.
또 이 교수는 “학생들에게 어려운 과목을 쉽게 가르쳐야 한다는 교육의 기본 목표가 ‘쉽고 재미있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로 왜곡됐다”며 “학생들이 자기주도 학습력을 잃어 과외와 학원식 강의가 없으면 공부를 하지 못하는 처지에 이르렀다”고 분석했다.
“반드시 가르쳐야 할 것은 가르치는 공교육이 필요하다”고 밝힌 이 교수는 “교육과정을 통해 공교육을 강화함으로써 사교육을 억제할 수 있다” 강조했다.
◆선택과목 확대, 축소 논란=발제자의 의견이 엇갈린 만큼 토론자의 견해도 다양하게 나왔다.
김명환 서울대 교무처장은 “교육의 본질로 돌아가자는 곽 회장의 의견에 동의 한다”면서도 “교육목표를 높게 설정해야 이를 뛰어 넘는 학생이 나올 수 있다”고 주장해 초중등 교육과정을 쉽게 하자는 곽 회장의 견해에는 반대했다.
김재춘 영남대 교수는 “사교육비 경감 대책이라는 정치적 목표가 교육의 본질보다 앞설 때 학교교육은 붕괴 될 것이라며 5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교육을 통해 정치적 성과를 얻겠다고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말해 곽 회장의 발표에 공감했다.
하지만 김 교수는 “선택과목이 많다고 이 교수는 발표했지만 80개 수준은 선진국에 비해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범 교육평론가는 “선택과목의 문제는 과목 수에 있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학생들이 실제로 선택할 수 있는 과목이 없다는 것이 문제”라며 “학생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주려면 문이과 폐지, 무학년 학점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