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교육의원 교육경력 요건 삭제, 교육의원 정당추천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한 교육자치법 개정안을 여야가 2월 1일 처리하기로 합의한 가운데 교육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교총 등은 교육자치 말살법이 처리될 경우 “위헌 법률 신청과 개악 주도 의원 심판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국회 교과위 법안소위도 교육감·교육의원의 교육경력 요건은 살리되 ‘2년 이상’으로 완화하고, 후보등록 전 무정당 경력 요건을 6개월에서 다시 2년으로 제한하는 내용의 타협안을 마련해 물밑 협상 중이다. “이 정도 양보면 교육계도 교육의원 비례대표제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게 소위 의원들의 입장이다.
그러나 교원단체와 학부모단체는 “정당추천비례대표제는 교육의 정치예속화를 초래한다”며 철회를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그간 아무 논의도 없다가 선거일정에 떠밀려 졸속 처리하려는 교과위의 행태도 비판 받고 있다.
교총은 “교육자치의 핵심인 교육위원회의 위상과 기능을 뿌리째 흔들어 사실상 교육자치를 폐기하는 행위”라며 “현행대로 직선하되 교육의원 수를 139명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참교육학부모회도 “교육정책이 정치적 이해에 따라 좌우되고, 교육계 인사들의 정당 줄서기가 초래될 것”이라며 “또 졸속 누더기 법을 만들게 아니라 우선 현행제도로 선거를 치르고 이후 근본적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15일 교육자치 관련 교과위 공청회와 민주당 김영진 의원의 토론회에 잇달아 참석한 김용일 한국해양대 교수는 “교육의원 선거에 정당의 영향력을 극대화하려는 정치적 야합의 냄새를 강하게 풍기고 있다. 이러면 다음에는 교육감 직선도 없어지고 러닝메이트나 임명제로 갈게 뻔하다”며 소선거구제에 의한 직선을 제안했다.
교육감·교육의원 경력 완화에 대해서 교총 등 교원단체는 원칙적으로 반대다. 교총은 21일 교장회, 교사회, 학회 및 연구회 등 45개 단체가 참여한 교육자치실천연대를 구성하고 긴급연석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실천연대는 “교육경력을 없애는 것은 교육자치를 일반자치와 분리한 취지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헌법에 교육의 전문성을 명시하고 있고, 또 헌재도 교육경력 요구를 합헌으로 결정한 만큼 경력 요건은 현행대로 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출마 전 정당 당원 제한기간을 폐지(교육의원)하거나 6개월로 축소(교육감)하는 소위 대안에 대해서도 “교육선거에 정치인을 끌어들이려는 의도”라며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하려면 최소 2년은 돼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한편 교과위 법안소위는 교육감·교육의원의 교육경력 요건을 2년으로 완화하면서 학운위원 경력도 포함시킬 예정이어서 교육계의 우려를 사고 있다. 실천연대는 “교육자로서의 경력 2년과 학운위원 경력 2년을 등가의 전문성으로 보는 자체가 사리에 맞지 않으며, 학운위원을 포함시키려면 교육감 자격 요건보다 몇 배의 경력기준을 설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학운위원을 포함시키기에 앞서 유초중등 교원의 겸직을 허용하는 게 먼저”라고 주장했다.
교육계의 반발에도 국회 교과위는 수정안을 골자로 27일, 28일 교육자치법을 논의, 처리한다는 방침이어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이에 대해 실천연대는 “50만 교육자와 모든 조직력을 총 동원해 교육을 특정 정당의 정치적 색채와 이념으로 물들이려는 행위를 끝까지 저지하겠다”고 결의했다. 당장 사이버시위, 국회의원 항의방문 등의 활동을 펴기로 했다.
교육자치법 개정안이 2월 1일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선거 120일전인 2월 2일 예비후보등록에 들어가야 할 교육감 선거 일정이 변경된다. 이 경우, 부칙에 예비후보 등록일을 뒤로 미루는 조항을 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