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교사님, C등급입니다”

2010.03.03 15:53:45

수업담임 대신 타 교사 수업코칭 연수 하라더니
성과금 평가서 시수 적고 담임 아니라고 낙제점
수석교사들 “업무특성 고려한 기준 마련해야”

3년째 수석교사로 선발된 초등 A교사는 최근 교무실에서 나눠준 노란 성과금 봉투를 받아들고 고개를 떨궜다. 봉투 속 흰 종이에 쓰여진 ‘선생님은 C급입니다’라는 단 한 줄의 문구에 얼굴이 다 화끈거렸다. 수석교사로서 신임·저경력교사 수업코칭, 연수에 고군분투한 시간이 모조리 무시당한 허탈감에 항변해 보지만 “수석교사는 별 다르냐”는 핀잔만 들었다.

지난해 A등급을 받았던 중등 B수석교사도 올해 C급으로 떨어졌다. 경력점이나 수석교사 가점이 주어지던 것이 올해는 적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연말 3단계(실적-실기-면접) 전형을 통해 최고의 실력과 업적을 인정받은 그는 신임교사보다 낮은 낙제점을 받았다.

이런 사정은 이들 수석교사만의 일이 아니다. 초중등수석교사회에 따르면 B, C등급을 받은 수석교사는 전국적으로 수두룩하다. 그래서 “마음을 비워야 한다”는 자조의 목소리가 나온다.

교사의 교사로서 존경받아야 할 수석교사가 신임교사처럼 대접 받는 이유는 성과금제도와 수석교사제도가 서로 모순되는 행정을 펴고 있기 때문이다.

수석교사는 전문성을 갖춘 교단교사를 우대하고, 이들로 하여금 교직을 수업조직화 해 궁극적으로 모든 교사가 좋은 수업을 제공하기 위해 2008년부터 시범 도입된 제도다. 그래서 역할도 신규, 저경력 교사 등에 대한 수업지원, 적응지도, 연수, 교과연구, 교육과정 및 평가자료 개발, 외부 연수강의 등이다. 수석교사 고유의 활동영역이 많은 부분 ‘교사’를 대상으로 하고 업무부담도 과중한 만큼 교과부는 수석교사의 수업시수를 20~40% 경감하고, 원칙적으로 보직, 담임을 맡지 않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각 시도와 각 학교의 성과금 평가기준표는 이런 수석교사의 업무특성을 무시한 채, 철저히 불리하게 적용되고 있다. 대부분의 학교가 수업시수, 담임과 부장보직 여부를 가장 중요한 평가요소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시범운영 지침대로 담임, 보직을 맡지 않고 수업을 경감 받은 수석교사들은 구조적으로 최하위 점수를 받게 돼 있다. 충남의 한 수석교사는 “수석교사가 되면서 처음 C등급을 받았다”며 “죽도록 고생한 결과라니 잠도 오지 않는다”고 분개했다. 한 서울 초등 수석교사는 “C등급 교사에게 도대체 누가 조언을 받고 지원을 원하겠느냐”고 개탄했다.

이러다보니 A등급을 받은 수석교사들은 그 위상에서 일정거리 ‘일탈’한 경우가 많다. 충북의 한 초등 수석교사는 “학교 사정 상 부장에 주당 25시간 수업까지 맡은 결과 A를 받았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역차별에 성과급 이의신청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수석교사로 활동했던 남정권 경기 부천공고 교사는 “PCK컨설팅 등 4개 교육청 사업지원, 경기도내 학교 특강 및 전문계고 프로젝트 수업 지원, 교내 신임교사 연수, 상담 등 다각적인 교내외 활동과 실적이 있음에도 평교사와 똑같이 담임, 부장교사, 수업시수를 충족하지 못해 B등급을 받았다”며 최근 경기도교육청과 교과부에 성과금 이의신청서를 제출했다.

남 교사는 “그냥 이해해 달라며 희생만 강요할 게 아니라 업무 특성에 맞는 별도 기준으로 공정하게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울산의 한 중학교는 수석교사 업무의 특수성을 인정받은 케이스다. 이 학교 수석교사는 “경감 전 원래 배정받은 수업시수를 인정받고 부장점수를 인정받아 A등급을 받았다”고 말했다. 학교가 30% 범위 내에서 항목과 내용을 조정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교과부가 제시하는 성과금 지급기준표가 학생 대상 활동, 수업시수, 담임 및 보직 여부 등을 강조하는 내용이어서는 한계가 있다. 인천의 한 초등 수석교사는 “교사멘토링, 수업코칭, 연수, 외부강의 등을 평가받도록 교과부 차원의 별도 규정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기교육청의 담당자도 “별도의 지급기준이 적용되도록 교과부에 건의하겠다”고 답변했다.

이에 대해 교과부 담당자는 “수석교사의 업무특성이 반영되도록 시도교육청에 협조 공문을 보내겠다”고 말했다.
조성철 chosc@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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