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폭력·성희롱에 초등학생 시달린다

2010.03.25 08:53:47

어린이재단, 피해 학생 41명과 면담 내용 공개

초등학생들 사이에 고학년생이나 동급생에 의한 '묻지마' 폭력이 빈발하고 있고, 학교 밖에서의 성폭력·성희롱 사건도 적지 않아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25일 어린이재단에 따르면 지난 해 9월부터 4개월간 '아동폭력예방(CAP, Child Assault Prevention)' 워크숍에 참가해 상담을 희망한 초등학생 335명 가운데 41명(12.2%)이 심각한 수준의 학교폭력 또는 성폭력을 당한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35명은 학교폭력, 6명은 성폭력이나 성희롱 피해 경험이 있다고 했다.

지난 해 워크숍에 참가한 전체 1609명에게서 받은 소감문에서도 30건(1.9%)의 성폭력 관련 내용이 발견됐다.

학교폭력 상담 사례를 보면 저학년 학생이 고학년이나 동급생에게 이유 없이 폭행을 당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한 초등학교 4학년 남학생은 상담 과정에서 "6학년 형이 벽 쪽으로 밀면서 주먹으로 때렸다. 그냥 지나가는 중이었는데 기분 나쁘게 쳐다봤다는 이유로 때렸다"고 말했다.

이 학생은 "그 형은 때리면서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라고 해서 그 형이 졸업할 때까지만 참으려고 했는데 CAP에 참가하면서 이런 비밀은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다른 3학년 남학생도 "같은 반에 10㎝ 정도 더 큰 애가 있는데, 쉬는 시간마다 주먹으로 때린다. 그래서 학교에도 가기 싫은 적이 있었다"고 호소했다.

2학년 여학생은 "앞자리에 앉는 아이가 내 돈을 (5차례 정도) 빼앗아갔다. 그때마다 기분이 안 좋았지만, 그 아이들이 너무 가까이 앉아 있어 아무한테도 말하지 못했다"고 했다.

어린이재단은 "이런 일이 교내에서 선후배나 또래 간에 빈번히 발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아동에게 정신적 충격을 줄 정도의 성폭력·성추행 상담 사례도 여럿 접수됐다.

1학년 여학생은 "같은 아파트에 사는 윗집 아저씨가 뽀뽀하고 몸을 만졌다. 너무 무서워 처음엔 소리를 못 질렀는데 아저씨가 또 뽀뽀를 하려 해 울면서 소리를 질렀다. 엄마가 바로 나오자 아저씨는 도망갔다"고 말했다.

5학년 여학생은 "놀이터에서 아빠가 잠시 전화통화하러 간 사이 낯선 사람이 다가와 내 몸을 만지고 갔다. 그땐 너무 무서워서 아빠한테 말 못하고 있다가 집에 와서 할머니에게 이야기했다"고 털어놨다.

4학년의 한 남학생은 10세 때 낯선 아저씨에게서 납치당할 뻔한 아찔했던 기억을 떠올렸고, 3학년 남학생은 하굣길에 중학생에게 성희롱을 당한 경험을 털어놨다.

재단은 "아동들이 뜻밖의 폭력 피해를 당해도 교사나 부모가 화낼까 봐 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CAP 프로그램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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