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부는 19일 중장기 대입선진화 연구회를 통해 수능 2회 실시, 국영수 수준별 시험을 골자로 한 수능개편안(2014학년도 적용)을 발표했다. 이에 한국교총은 즉각 입장을 내고 “학생들의 수능부담은 물론 사교육경감, 공교육정상화도 기대할 수 없는 방안”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교총은 “학습부담 완화에 치중한 나머지 진로에 따른 수학능력 검증 같은 대입시험으로서의 타당성을 담보하지 못했다”며 “고교 교육과정을 충실히 반영하고 문제은행식 출제로 전환하는 등 개선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국영수 수준별(A·B형) 시험
개편안은 수험생의 수준과 진로에 따라 국·영·수 시험을 A(더 쉬운)·B(현행 수준)형으로 분리, 선택 응시할 수 있도록 했다. 단 B형은 최대 2과목까지만 응시가 가능하고, 국어와 수학은 동시에 B를 선택할 수 없도록 했다. 예를 들면, 인문계(국B, 수A, 영어 A또는 B), 이공계(국A, 수B, 영어 A또는 B), 예체능계(국A, 수A, 영A)에 따라 달리 선택하는 식이다.
이에 대해 교총은 “대학이 전공별로 전형과목과 수준을 지정하지 않는 한, 되레 과소학습 또는 과잉학습을 초래하고 사교육 경감에 도움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수준별 시험이 전혀 대학 전공별로 필요한 수준을 고려한 개념이 아니라는 분석이다.
교총은 “상위권 대학을 희망하는 학생은 B형 수능을 선택해 불필요한 학습부담에 시달릴 것이고, 대학도 A형을 선택하면 하위권이라는 인식 때문에 꺼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수능 11월에 2회 실시
수능이 치러지는 11월에 15일 간격으로 2회 시행하는 안이 제안됐다. 컨디션 조절에 실패한 수험생을 배려하고 선택권을 확대하려는 취지다. 수험생들은 원서접수 시 1회 혹은 2회 응시 여부를 선택해야 하며, 학생이 원하는 시험과목의 성적을 제출할 수 있다.
이에 대해 교총은 “대부분의 학생이 2회 응시를 택해 학습부담과 비용부담은 더 늘고, 시험장으로 사용되는 학교 교육은 마비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시험 간 난이도와 응시자가 다른 상황에서 점수 동등화를 둘러싼 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동등화를 위한 치밀한 연구와 요건 충족을 위한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탐·과탐 시험과목 조정
사회탐구를 지리(한국지리+세계지리), 일반사회(법과 정치+사회·문화), 한국사, 세계사(세계사+동아시아사), 경제, 윤리(생활과 윤리+윤리와 사상)로, 과학탐구는 물리(Ⅰ+Ⅱ), 화학(Ⅰ+Ⅱ), 생명과학(Ⅰ+Ⅱ), 지구과학(Ⅰ+Ⅱ)으로 통합하고, 통합 과목 중 1개만 선택해 응시하도록 했다. 비교적 넓은 범위에서 핵심적인 내용을 쉽게 출제하겠다는 취지다.
교총은 “단순 과목 축소는 입학시험으로서의 타당성을 해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금도 특정 과목 편식으로 수험생들의 대학 수학능력에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데 선택을 1과목만 하게 되면 문제가 더 심각해 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지리과 교사들은 “서울대가 한국사를 필수로 지정하는 상황을 고려할 때, 나머지 교과목들은 고사위기에 처하고, 교원수급에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제2외국어/한문 수능 제외
연구회는 2009 개정교육과정에서 제2외국어/한문은 기술가정 등과 함께 생활·교양에 해당되는 선택과목이지만 수능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형평성의 문제를 제기했다. 또 가르치지도 않는 아랍어가 제2외국어/한문 영역 응시생의 42.3%나 되는 왜곡현상에 주목했다.
그러면서 “수능에서 분리하되 학생부, 별도의 평가 등을 대입에서 활용하도록 지원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교총은 “제2외국어와 한문 영역은 대학별로 해당 전공에 진학할 학생에 대해 필수로 지정하는 방안이 고려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구회는 여론 수렴을 반영해 8월말까지 최종보고서를 제출하고, 교과부는 연말까지 최종 개편안을 마련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