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평가를 마친 교사들이 온․오프라인을 통해 통보된 평가결과지에 대해 대부분 “신뢰할 수 없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특히 개별교사를 대상으로 진행된 학부모 만족도조사가 ‘제2의 학생만족도 조사’로 변질되면서 교원평가 전체의 신뢰도를 떨어뜨려 전반적인 수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상반기 동료평가와 만족도조사를 모두 마친 60%의 초중고교는 최근 개별 교사의 평가결과를 홈페이지에 탑재하거나 A4용지 7~9장 분량으로 나눠줬다.
여기에는 학습․생활지도 분야 수십개 문항별로 교원, 학생, 학부모가 매긴 5점 척도 점수와 문항별 학년평균 점수, 문항별 학교전체 평균점수뿐만 아니라 동료평가 평균점, 학생 및 학부모 만족도조사 평균점이 역시 학년평균점, 학교 평균점과 병기돼 있다. 또 교사에 대한 학생, 학부모의 서술도 첨부돼 있다. 점수에 의한 자신의 위치와 자기에게 쏟아진 막말까지 적나라하게 담긴 셈이다.
하지만 소수점 첫째자리까지 점수화된 평가결과에 대해 교사들은 “신뢰하지 않는다”는 분위기다. 오히려 “엉터리 평가로 점수를 매겨 억지 서열화하고 있다”며 분개한다.
광주 K고의 한 교사는 “학생 당 평가 교사 수도 많고 교사 당 평가문항도 많고 모호해 보지도 않고 한줄 찍기로 평가하는 학생들이 허다했다”고 개탄했다. 서울 S초 Y교사는 “기타의견란에 고학년 애들이 써 놓은 막말을 보면 억장이 무너진다”고 토로했다.
충남 S중 모 교사는 “특정 공개 수업일에 한번 온 학부모가 여러 교사를 평가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자녀 의견으로 한 평가를 누가 받아들이겠느냐”고 말했다.
동료평가도 마찬가지다. 경기 S중의 Y교사는 “내 수업과 생활지도, 행정업무 등에 치이다보면 동료교사의 수업을 보고, 판단할 기회가 거의 없다”며 “솔직히 평가 항목을 보며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대충 평가하는 경향이 짙다”고 말했다. 일부학교에서는 교사들끼리 감정적인 점수 부여로 갈등이 빚어지고 있기도 하다.
이러다보니 평가결과가 연수에 연계되지도 않는다. 서울 N초의 한 교사는 “교사들은 평소 계획했던 연수를 적어내고, 학교는 예년대로 편성한 예산 범위에서 연수비를 배분할 뿐”이라며 “평가결과를 분석하고 교사들의 능력개발계획서를 받는 것은 그냥 형식적인 일만 하나 더 늘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S초의 모 교사도 “그냥 학습지도, 생활지도, 진로지도로 나눠 전체교사가 한꺼번에 연수를 받는 것으로 계획했다”고 답변했다.
교사들이 신뢰하지 않고, 그래서 전문성 신장을 위한 연수에도 반영하지 않는 교원평가 ‘無用’론이 그래서 제기된다. 한국교총은 “대폭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며 교과부를 계속 압박하고 있다.
이에 교과부도 뒤늦게 개선시안 마련에 착수했다. 평가결과에 따라 연구년, 의무연수 부과 등을 계획 중인 교과부로서는 ‘수용할만한’ 교원평가가 필요해서다. 이에 따라 평가 주체, 평가 방법, 결과 활용 등 전반적인 사항을 재검토한다는 입장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시도 담당자들과 공동연구단을 꾸려 연말까지 개선안을 확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개별교사에 대해 진행한 학부모 만족도조사는 전체교사를 대상으로 한 만족도조사로 전환이 검토되고 있다. 다만 학부모가 담임 등 일부 교사를 선택해 평가하는 건 허용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서울, 전북, 강원 등 진보교육감들이 교원평가 폐지 등을 주장하고 있어 개선시안 마련이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