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열풍은 학교교육 실패 탓?…'No'

2011.05.19 17:15:24

한국 사회의 가장 뿌리깊은 병폐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사교육 열풍의 원인이 '공교육 실패'가 아니라 교육 수요자 간의 지위경쟁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오호영 연구위원은 한국교육고용패널 조사 결과를 이용한 '누가, 왜 사교육을 받는가' 제하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 보고서는 20일 고려대학교 백주년 기념관에서 열리는 한국사회보장학회의 춘계학술대회에서 발표된다.

오 위원은 "사교육이 창궐하는 이유가 낮은 학교교육의 질 때문이라는 '학교 교육 귀책론'과 치열한 대학입시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수요자 간 경쟁', 문화 및 제도적 측면을 중시하는 '지위경쟁이론' 등이 대립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교육 결정요인 분석을 위해 ▲사교육 참여 여부 ▲월평균 사교육비용 ▲ 과목별 사교육 참여 여부 ▲참여시간 등을 이용한 다차원적 분석을 한 결과, 학교생활 전반에 대한 만족도, 과목별 교사에 대한 평가 등은 사교육 참여 여부, 사교육 지출비용, 과목별 사교육 참여 여부 등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 못한 만큼 '학교 교육 귀책론'은 근거가 빈약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반면, 성적이 좋은 학생일수록 사교육 참여율, 사교육 비용지출 규모, 사교육 시간 등이 모두 유의미하게 증가해 학업성취도가 높은 학생이 주로 사교육을 받는다는 이른바 '강화전략(enrichment strategy)'이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는 "학교성적 부진아보다는 성적 우수 학생의 사교육 참여율이 높았다"며 "이것은 사교육이 성적향상 혹은 명문대 입학에 효과적이라는 교육 소비자의 믿음과 문화가 사교육의 근본적 원인임을 의미하는 만큼 당국에서는 이를 불식시키기 위한 방향에서 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또 비평준화 지역과 평준화 지역 고등학교 학생의 사교육 현황을 분석한 결과 비평준화 지역의 사교육 참여율이 낮았다.

그는 "이 결과는 교육의 질을 비롯한 학교특성, 가구배경, 개인특성 등을 모두 통제한 상태에서 얻은 결과이기 때문에, 학교가 제공하는 교육의 질적 차이보다는 양 지역간, 학교내 학생간의 높은 동질성에 따른 '동료효과'로 인해 사교육 현황에 차이가 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즉, 비평준화 소재 고등학생들은 지역 또는 학교의 교육이념적 특성 등으로 인해 사교육에 덜 우호적인 문화가 존재할 가능성이 크고, 집단 내 역할모델을 따르려는 학생의 행동이 더욱 활성화돼 평준화 지역 고등학생보다 사교육에 덜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

이 밖에 가구배경과 관련해서는 부친의 학력이 높을수록, 그리고 월평균 소득이 높을수록 사교육 참여, 사교육 비용지출, 사교육 시간 등을 모두 높이는 효과가 나타났다.

특히 과목별로 보면 월평균 소득 증가에 따른 사교육 참여비율, 사교육 참여시간의 증가 효과는 영어→수학→국어 등 순으로 높았다.

결국, 영어 사교육이 가구의 부담을 높이는 주요 요인일 가능성이 큰 만큼 사교육비용 절감을 위해서는 소득탄력성이 높은 영어 과목의 사교육 수요를 학교교육에 흡수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 급선무라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오 위원은 "우리나라 사교육이 학교교육에 대한 불만족에 기인하기보다는 성적이 우수한 학생이 더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한 강화전략의 하나로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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