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권리는 강조하면서 의무 규정은 부재
소지품 검사 등 단위학교 결정 사항까지 규제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구속 수감된 가운데 서울시교육청이 7일 발표한 서울학생인권조례 제정을 강행할 예정이어서 뜨거운 이슈로 부각될 전망이다. 시교육청은 9월 중 최종안을 확정, 11월 시의회에 제출해 연내조례안을 통과시켜 내년 3월 신학기부터 발효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런 입장에 대해 한국교총이 전면적인 인권조례 반대 운동에 돌입하는 등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교총은 서울학생인권조례에 대해 “체벌금지, 경기도학생인권조례 시행으로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 교권 추락, 교실붕괴 현상이 나타나는 등 학교 현장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조례안 발표로 수업과 학생의 생활지도라는 학교의 교육본질 기능이 크게 약화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교총은 인권조례가 상위법인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의 교육벌 허용과 상충되는 내용으로 법체계상 혼란을 야기하고, 학생들의 권리·자유만을 강조할 뿐 의무에 대한 규정은 부재하다고 지적했다. 또 학교의 자율적 운영권 및 교사의 학습권 저해, 교육정책적 사안까지 조례로 규정하고 있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다음은 서울학생인권조례 초안에 대한 쟁점별 교총의 입장이다.
◇체벌 금지…상위법 위배=서울시교육청의 학생인권조례 제8조 체벌 금지조항은 교육벌을 허용하고 있는 상위법인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31조 제8항과 충돌이 불가피해 법체계상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교과부도 같은 이유를 들어 서울시교육청에 반대 의견을 전달했다.
◇집회 허용…학교 정치장화 우려=초안이 보장하고 있는 집회의 자유는 학생들이 학교생활의 문제 외에도 정치·이념·사회적 사안까지 포함해 교육주체들의 갈등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고, 학교가 정치장화 될 우려가 크다. 비록 단서조항으로 교육상 목적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만 학교규정을 통해 제한할 수 있도록 했으나 오히려 이것은 학교와 학생 간의 분쟁을 일으킬 수 있다.
◇복장·두발 자유…빈부격차 심화=학생의 개성 실현도 좋지만 지나친 자율은 학교의 면학 분위기를 방해하고 탈선을 조장하는 등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1983년 중·고교 교복자율화 이후 학생 간 빈부격차 심화 등 심한 홍역을 치른 끝에 2년 뒤인 1985년 복장 선택을 학교장 재량으로 바뀐 후 대다수의 중·고교가 교복으로 선회한 전례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
◇휴대폰 소지 허용, 소지품 검사 금지…단위 학교에 맡겨야=휴대전화 사용으로 인해 정상적인 교육활동이 힘들어짐으로써 교사의 교수권과 학생의 학습권이 침해받고 있는 현실에서 교내 휴대전화 소지 및 사용을 전면 허가하는 것은 학교 어려움을 교육청이 외면하는 것이다. 소지품 검사의 경우 학교는 미성년자인 학생을 유해매체나 위험물품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해야할 필요가 있고, 물품 도난 등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할 경우 학생의 동의를 전제로 물품을 확인할 수 있다. 이것은 전적으로 단위 학교가 결정해야할 사항이다.
◇교내·외 행사 참석 금지 및 정규교과 이외의 학습 선택권…학교 자율성 침해=조례안은 학생에게 임의적인 교내․외 행사 참석을 강요해서는 안 되며 자율학습 및 방과후 학교 등을 강제하거나 이로 인해 불이익을 줄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임의적인 교내·외 행사’의 정의가 불명확해 학교 운영 시 필연적으로 요구되는 학교 행사까지도 제한할 수 있어 학교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이다. 자율학습 및 방과후 학교 등 정규교과 이외의 학습은 학교별로 교원의 교육적인 판단 및 학생․학부모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시행해야 한다. 학생의 건강권 제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도조례 등에 근거해 학교단위로 보충수업 시간 총량제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