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시론> 교원 양성 체제, 목적형으로 해야

2001.12.10 00:00:00

교원수급에 대처한다는 명분으로 이른바 '중초임용'을 강행한 정부 방침에 반대하여 전국 교대생들이 '동맹휴업' 중인 지금, 일부 사람들이 차제에 초등교사 양성 체제를 개방형으로 전환할 것을 주장하고 있으나 이것은 대단히 무책임한 일이다.

교사 양성 체제를 목적형(제한형)으로 할 것인가, 개방형으로 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교사 양성기관의 책무를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그 책무는 여러 가지 면에서 검토할 수 있을 것이나 우선 고려되어야 할 것이 가르치는 일에 전문성을 가진 교사를 배출하되, 학교현장의 수급에 제때에 응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필자는 개방형보다 목적형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그 구체적인 사례를 우리는 교대 체제에서 본다.

첫째, 교대는 교사의 질과 그 전문성을 확보하는데 있어서 대단히 성공적이다. 교사의 전문성에는 적어도 세 가지 자질이 포함된다고 본다. 교사 자신의 지적 우수성과 학습자의 눈높이에 맞추어서 가르칠 수 있는 교수방법, 교직에 대한 사명감과 적성 및 인성이 그것이다. 교대는 이 세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시키고 있다.

우선 교대는 지적으로 우수한 예비교원을 확보하는 데에 걱정이 없다. 목적형이란 간단히 말해서 그 대학 입학생이 졸업후 임용을 보장받는 체제를 말한다. 교대의 경우 그 덕분에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입학하고 있다. 2000년도 교대 입학성적을 의대와 법대의 그것과 비교해보니 놀랍게도 교대의 경우 예외 없이 그 교대가 속한 지방 국립대의 사범대는 물론 법대 성적을 능가한다.

즉, 교대의 입학 성적을 그 국립대학 내에 대입시켜 보면 의대 다음이 교대이며, 그 다음이 법대이다. 교대는 이처럼 우수한 학생들이 들어오기 때문에 초등학교 교사로서 갖추어야 할 전문적인 식견을 갖추는 데에 부족함이 없다. 교대가 목적형이 아니라면 이것이 가능하겠는가. 교원단체나 정부가 우수교원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하여 장기간에 걸쳐서 논의를 해오고 있지만, 그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우리는 지난 50년간 검증된 모범 사 례를 가까운 교대에서 찾을 수 있다.

또한 교대는 전문적인 교수방법과 교직에 대한 사명감을 갖게 하는 데에도 적합하다. 대다수의 교대생들은 대학이 목적형이기 때문에 입학하는 초기부터 초등학교 교사가 되겠다고 하는 마음을 다지고 입학하며, 대학 재학동안에도 비교적 그 진로에 관해서 흔들림 없이 교사로서의 자질을 연마하는 데에 정진하고 있다. 그러나 개방형인 사범대생들의 사정은 그렇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

교사가 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들어와도 교직만을 생각할 수 없는 처지이기 때문에 대학 재학 중에도 다른 진로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아울러 교직을 원하는 경우에도 그 교직이 요구하는 정상적인 교육과정을 이수하기보다는 임용고시 전문 학원을 전전하며, 암기 위주의 수험공부에만 매달려야 한다. 그렇게 해도 실제로 임용되는 인원은 전체 인원의 5분의 1에 그치니, 개인적인 생의 손실을 물론이고 국가적으로도 인적 자원의 활용 면에서 이것이 과연 바람직한가.

둘째, 현장 수급에 응하는 데에 있어서도 사실은 교대가 탄력적이다. 목적형에서는 그때그때 수급 조절이 원활하지만 사범대는 과잉공급을 면치 못하고 있다. 초등교원양성기관은 이런 이유로 초기 한성사범시절부터 목적형을 유지해 왔다. 이것이 깨진 것은 1990년 국·공립 사대생 우선 임용에 대해서 사립사대생들의 위헌 소송 제기로 정부가 수급조절권을 포기하고 임용고시를 시행하게 되면서부터이다.

그러나 이러한 환경 변화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보면 초등교육계는 교원의 신진대사가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여전히 이 목적형이 유효하였다. 요즘 일부 식자연하는 사람들이 교대가 초등교사 수급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한다고 거친 공세를 취하는 것을 본다. 그러나 초등교사 수급 문제가 그렇게 된 까닭이 과연 교대가 목적형이어서 그런 것인가, 아니면 정부의 성급한 정년단축이나 7.20조치와 같은 무리한 교육 사업 때문인가. 정부 당국의 비정상적인 교원 양성과 수급 정책을 탓할지언정, 그 책임을 교대에 돌리는 것은 부당하다.

차제에 교대를 사범대처럼 개방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사범대를 교대처럼 목적형으로 개편해야 한다. 교·사대에 초·중등 복수 전공을 교차 개설하는 양성기관 규모의 확대방안이나 교대와 사대를 통합하는 방안, 대학원 차원에서 교사를 양성하는 방안 등은 이러한 원칙이 선 다음에야 논할 사안이라 하겠다.
허종렬 서울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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