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내기 교사들의 고충
많이 준비했다 시간 안배 실패
우등생만 참여하는 교실 고민
내 수업 녹음‧녹화해 분석하고
아이들 어깨 한번 더 두드려야
#. 올해 처음 부임한 대구 A초 B교사는 요즘 과로에 시달리고 있다. 각종 학급업무와 행정업무 등이 처음인데다 처리 속도가 더뎌 정작 수업을 준비할 시간이 부족한 것. 밤 8시 이후까지 학교에 남아 수업준비를 해도 부족해 집에서도 끝나지 않아 매일 밤 12시를 넘겨야 잠자리에 든다. 시간 관리에 대한 고민은 수업시간에도 이어진다. 잘 가르치고 싶은 욕심에 많은 준비를 하다 보니 늘 수업 종이 칠 때 급하게 마무리하게 되는 것이다. 학생들 수준이나 이해 속도도 정확히 모르는 상태에서 수업을 너무 빡빡하게 진행한 것이 도리어 학생들의 흥미를 잃게 할까 우려됐다.
저경력 교사들은 대게 수업준비, 시간 안배에 어려움을 겪는다. 여러 가지 면에서 서툴고 익숙하지 않은 까닭에 근무시간을 넘겨서 일하는 경우가 많고 이런 생활의 지속은 이들을 지치게 한다. 저경력 교사들은 “가르치고 싶은 내용은 많은데 학생들의 주의를 집중시키고, 발문하고, 원리를 설명하고 이해시키기까지 주어진 수업시간이 짧게만 느껴진다”고 말한다. 교육대학에서 교육에 관한 학자들의 이론과 원리에 대해 공부하고 임용고시를 통과했지만 현실과 대학에서 배운 것은 많이 다르다는 것, 자신의 경험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체감하지 않을 수 없다.
#. 서울 C초 D교사는 학습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애를 먹고 있다. 국어, 수학과 같은 주지교과는 아이들이 중요한 과목이라 생각해서인지 대체로 집중하는 편인데 미술이나 체육과 같은 예체능 시간이 되면 ‘노는 시간’이라고 인식해 들뜬 상태로 수업을 진행하게 된다. 그는 어떻게 하면 예체능 시간에도 학생들이 열심히 참여하게 할 수 있을지 고민이다.
#. 경남 E초 F교사는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학생 위주로 돌아가는 토의․토론식 수업지도를 어렵게 느낀다. 주로 모범생인 친구들이 발표를 도맡아 하고 다른 학생들은 무임승차 하거나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려 들지 않기 때문이다. 모둠활동을 하면서도 협동하기보다 항상 하는 학생들만 하니 오히려 수업효과가 떨어진다는 생각도 들었다. 다양한 참여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생각은 들지만 발표나 참여를 강제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는 어떻게 하면 학생들을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만들 수 있을지, 방법을 몰라 답답했다.
선배 교사들은 “대학 생활동안 임용고시 통과를 위해서만 공부하는 현실 속에서 ‘교직’과 ‘교사’에 대해 고민하고 자신의 교육철학을 세워 볼 시간과 마음의 여유를 가질 기회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이들은 “조급하게 생각하기보다는 다른 교사의 수업을 참관하고, 자신의 수업을 녹음이나 녹화로 체크해보는 등 개선을 위한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저경력 교사들은 전직원 수업 공개에 대한 의무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그동안 초등교에는 5년 이하의 저경력 교사들에게 공개 수업을 요구하는 문화가 존재해 왔다. 매년 반복적으로 수업 공개를 하다 보면 결과적으로 수업 능력이 향상된다 하더라도 당사자 입장에서는 수업 능력의 신장보다는 ‘나 자신의 능력 평가’라는 부담을 느끼기에 스트레스가 된다.
김정희 광주 문흥중앙초 수석교사는 “요즘에는 학교마다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어 전직원 공개보다 사전 수업 협의회를 거친 후 동학년 공개 수준으로 시행하는 학교가 늘어나고 있다”며 “수업능력 신장이 목적이라면 동학년 공개 수업만으로도 효과는 충분하다. 부담을 줄이고 자신감을 길러줄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규 저경력 교사들이 이런 고민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수업을 잘 하고 싶다’는 욕심에서 비롯된다. 임광찬 전남 영흥고 수석교사는 “긍정적인 마인드와 몇 가지 주의사항만 유념해도 ‘한 명도 졸지 않는 수업’, ‘재미있고 알찬 수업’, ‘학생들이 기다리는 수업’은 의외로 자신의 발 밑에 있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그는 “완벽한 수업내용을 준비하기 전에 평소 학생들과 인간적인 관계를 맺으라”며 “질문하는 학생에게 최대한 자세히 설명해주고 나갈 때 어깨라도 두드려 주는 등 신뢰를 쌓으면 학생은 선생님의 팬(fan)이 되고 그 선생님을 생각해서라도 수업시간에 집중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메마른 잔디에 골고루 물을 뿌리는 스프링클러처럼 교사는 학생 모두에게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수업시간 조는 아이를 두고 ‘어이, 거기 조는 놈 깨워라’가 아니라 다가가서 깨우고 한 마디라도 말을 건네 보는 관심과 여유가 필요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