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 범죄자 취급, 촌지대책 철회하라”

2015.03.20 14:59:26

교총-서울교총, 규탄 및 자정운동결의 기자회견

촌파라치, 상금 1억 원 내건 어이없는 서울교육청
“학생 앞에 어떻게 서나”…자긍심‧교육력 추락만
관치통제 아닌 자정, 學師母 일체운동 펼칠 것

“힘들더라도 아이들이 진정으로 믿고 따를 수 있도록 조금씩 열심히 노력하자. ‘아이들과 후배교사들을 위해서 정말 노력하는 선생님이 되자’고 학기 초에 모든 선생님들이 함께 결의했는데 너무 허망하네요.”





서울시교육청이 교직사회를 잠재적 촌지 수수 집단으로 매도해 교육계의 공분을 사고 있다. 시교육청은 지난 15일 단돈 1원만 받아도 징계가 가능하고 이를 제보한 사람에게 최대 1억 원까지 포상하는 내용의 ‘불법찬조금 및 촌지근절 대책’을 발표, 교원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지적이 들끓고 있다.

서울의 한 초등교사는 “교원으로서 청렴을 지켜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교사를 범죄자로 바라보게 될 아이들 앞에 어떻게 서겠느냐”고 개탄했다.

특히 포상금 제도는 사건을 조작하고 상금을 챙기는 ‘○파라치’들을 활개토록 만든다는 허점이 따른다. 이런 ‘○파라치’들은 ‘공익제보자’란 신분 상 이점으로 허위제보를 하더라도 처벌받지 않고 금액은 그대로 챙기는 경우가 많다. 결국 애먼 혈세 낭비와 선의의 피해자 양산은 피하기가 어렵다. 심지어 이런 꾼들을 배출하는 불법학원까지 등장하는 등 이미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이 때문에 제도를 재검토하자는 목소리가 쇄도하는 마당인데 되레 ‘촌파라치’를 조장하는 정책을 내놓은 건 너무나 성급하다는 원성이 자자하다.

학부모가 SNS를 통해 기프트콘을 전송할 경우 반환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므로 악용의 소지가 있고, 학교에 상품을 뿌리는 등 ‘함정제보’가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현장의 불만이 들끓으면서 한국교총과 서울교총은 19일 오전 서울교육청사 앞에서 규탄집회 및 50만 교원 자정운동 결의 기자회견을 갖고 조 교육감의 공식사과와 서울교육청의 재발방지책 마련을 촉구했다.

안양옥 교총 회장은 “투명한 교직사회를 만들기 위해 교총이 2005년 ‘교직윤리헌장’을 제정, 자발적인 청렴 문화 조성을 위해 노력한 결과 이제 현장에서 절대다수 교원들은 촌지를 받지 않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서울교육청은 ‘1만원 만 받아도 징계’, ‘촌지 신고하면 1억 원 보상’ 등과 같은 자극적인 내용의 보도자료를 내고 언론을 통한 이슈화로 전체 교원의 자긍심을 실추시켰다”고 비판했다.

이어 “교사 망신주기식 관치통제 방식에 대해 사과하고 교원 스스로 자정에 나서도록 분위기를 조성, 지원하는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 안 회장은 “전국적 자정운동과 함께, 학생·교원·학부모가 함께 가는 학사모(學師母) 일체운동을 적극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자회견 후 안 회장은 자리를 비운 조희연 교육감 대신 박백범 부교육감을 만나 “조 교육감이 본인의 의도와 달리 전달된 정책이라 했는데 그렇다면 반드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에 박 부교육감도 “우리의 본의가 잘못 전달된 것은 맞다”고 수긍했다.

그러나 시교육청 홈페이지에 공개한 1분짜리 ‘청렴홍보 동영상’을 보면 진정 본의가 아니었는지 의문이다. 이번 방안을 발표하기 훨씬 전인 지난해 말 제작된 이 동영상은 교사들을 은밀하게 뇌물 받기를 좋아하며, 이런 비리로 인해 아이들을 울리는 집단으로 묘사하고 있다. 이 영상을 접한 현장 교원들은 “현실을 지나치게 왜곡시키고 교원을 마치 탐욕스러운 인물로 묘사해 낯 뜨거울 정도였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편 안 회장은 조 교육감이 정상 출근하는 때 재방문해 항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또한 교총은 권익위에 서울교육청 촌지대책 개선 권고 청원도 진행할 예정이다.
한병규 bk23@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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