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학생이 스스로 깨달아야 문제행동 고쳐져"

2015.04.20 09:59:28

엄한 처벌에 낙인론·중도이탈만 늘어
테러 모방 학생에 정학 대신 봉사·토론
사회봉사, 재교육 등 새로운 대안 모색

최근 프랑스 부르고뉴의 디종시 관내의 끌로 드 뿌이(Clos de Pouilly)중학교가 문제 학생들에게 내린 처벌 방식이 교육계 내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 학교의 한 남학생은 복면을 두른 채 급식을 위해 줄을 서있는 여학생들을 상대로 ‘알라는 위대하다’를 외치며 테러리스트들이 인질을 처형하는 장면을 묘사했다. 함께 있던 다른 남학생은 이를 핸드폰 영상으로 찍어 페이스북에 올렸다.

프랑스에서는 지난 1월 언론사에 테러를 범한 샤를리 엡도 사건이 있던 터라 학교에서는 이 같은 행동에 대해 심각한 문제행동으로 인식했다. 테러리스트 행동을 묘사한 학생은 물론 이를 온라인 상에 올린 학생 모두에게 일주일 간의 정학 처벌이 내려질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끌로 드 뿌이 학교의 교장은 예상과는 다른 결정을 내렸다. 교장 자신도 17년간 근무해 오면서 처음으로 내린 결정이라고 한다. 교장이 내린 처벌은 바로 ‘자기 스스로 잘못에 대한 평가를 하라’는 것이다.

이 처벌은 지난해 11월부터 코트 도르(Cote d’Or)지방에서 학생 징계의 방안으로 모색된 ‘새로운 교육을 위한 도전’ 방식이 적용된 것이다. 단기간 동안의 정학 처분을 내리기보다는 사회단체 등과의 연대 활동을 통해 징계의 다른 대안을 찾자는 것이 내용의 골자다.

학생들 스스로 자신이 저지른 실수나 행동에 대해 되돌아보게 함으로써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기회를 다시 한 번 제공하자는 것이 이 대안의 목적이자 효과다.

이는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연결되는 교육시스템에서 학생들이 정학 등의 처분을 받아 문제아로 낙인이 찍히거나 계속된 정학으로 학교를 중도에 그만두는 일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마련됐다.

프랑스에서는 학생이 다른 사람에게 육체적인 피해를 가하거나 물품을 파손하는 등 학교 규칙을 어길 경우에 엄격한 처벌이 이뤄진다. 보통 하루에서 일주일 정도의 정학 처분이 내려지는 경우가 많다. 이런 학생들에게 정학 대신에 사회단체 등과의 연결을 통한 봉사나 재교육의 기회를 주는 것이 새로운 처벌 방식이다. 학생과 학부모의 동의를 얻은 후 사회단체나 봉사단체에서 운영하는 식당에서 음식을 나눠주는 일을 돕거나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위해 책을 읽어주는 봉사활동을 하는 것이 그 예이다.

이 대안 프로그램은 학교 교장과 교육위원회 또는 징계위원회를 통해 제안되고 학부모의 동의하에 진행된다. 학생의 수업 외 시간을 이용해 최대 20시간까지 제공해야 하며 각 교육청과 협력이 맺어진 기관에 의뢰해 진행된다. 만약 학생이 이러한 대안을 거절하게 되면 처벌 대상인 학생은 일반적인 정학처분을 받게 된다.

교육청의 교육 프로그램 담당 책임자 타티아나 디오(Tatiana Diot)는 “우리는 학생의 태도까지 교정하거나 바꿀 수는 없다. 하지만 만약 학생이 주도적으로 임한다면 모든 것이 바뀔 수 있다”라며 이 방식의 장점에 대해 밝혔다.

이 대안프로그램에 의해 2명의 중학생들 중 한 명은 여성들의 인권에 관련된 세미나에 참가하게 됐고 또 다른 학생은 인터넷 범죄 예방과 관련된 봉사에 참여하게 됐다.

또 인종 차별주의와 반유대주의(LICRA)를 배격하는 단체 압델라힘 모자르 (Abderrahim Mozher)에서 두 학생들은 ‘함께 살아가는 방법’에 대한 설명을 듣게 됐다. 또 그들의 행동이 왜 잘못되었는지에 대한 토론을 유도함으로써 스스로 생각하고 잘못된 행동을 반복하지 않도록 하는 시간을 갖도록 했다. 잘못만을 추궁하기 전에 학생들은 사회 구성원의 일원이며 사회를 유지하는데 책임이 있는 존재라는 점을 알려주는 것부터 인식할 수 있도록 했다.

대안 프로그램을 경험한 후 두 학생은 전보다 더 성숙한 자세로 가정에서도 큰 변화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러한 변화는 기존의 ‘제재’만으로는 이룰 수 없는 변화라고 학교는 설명하고 있다.

디종의 에블린 그류사드(Evelyne Greusard)교육감은 “단순한 제재만으로는 문제 행동의 근본적 원인을 해결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상황을 악화시키며 잘못을 저지른 학생들에게 부정적인 이미지가 고착돼 정학과 같은 처벌의 반복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된다”며 새로운 대안의 필요성에 대해 지지했다. 또 “만약 학생 스스로 자신의 잘못된 태도를 바꾸기를 원한다면, 우리는 학교 밖의 자원들을 활용해 학생들이 필요한 부분을 채워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최영순 파리 거주 건축가
ⓒ 한국교육신문 www.hangy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 문의 : 02) 570-5341~2 광고 문의: sigmund@tobeunicorn.kr ,TEL 042-824-9139, FAX : 042-824-9140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 등록번호 : 서울 아04243 | 등록일(발행일) : 2016. 11. 29 | 발행인 : 문태혁 | 편집인 : 문태혁 | 주소 : 서울 서초구 태봉로 114 | 창간일 : 1961년 5월 15일 | 전화번호 : 02-570-5500 | 사업자등록번호 : 229-82-00096 | 통신판매번호 : 2006-08876 한국교육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