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을 넘어서자” 세계로 봉사나선 교원들

2015.05.18 09:35:09

탄자니아 중등학교에 간 한지연 교사
“행복한 삶에 대한 깨우침을 얻은 시간”
태국·페루 대학에 간 안경인 교사
“코티칭, 협력수업 국내에서 활용할 계획”


“학생들에게 교과지식을 가르치는 데만 급급하기보다는 폭넓은 시각을 갖고 미래에 어떤 가치관을 갖고 살아야할지를 가르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현직 선생님들이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등의 낙후된 지역에서 교육봉사를 실천하며 한국의 교육을 널리 알리고 있다.

한지연 천안 용소초 교사는 지난 2013년 3월부터 2년간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중등학교에서 생물교과를 가르치며 교육봉사활동을 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해외봉사활동에 관심이 많았던 한 교사는 2011년 아프리카 수단의 작은 마을 톤즈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를 보고 언젠가 아프리카에 가서 교육봉사를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대학원도 해외교육봉사에서 비교적 수요가 많은 과학 교육을 전공으로 선택해 공부했다.

교직에 들어선 지 5년, 한 교사는 교직생활에서 얻은 행복을 어려운 이웃에게 나눠주고 싶다는 생각에 한국국제협력단 코이카에 지원, 연수휴직을 내고 해외봉사를 떠나게 됐다.

한 교사는 “주변에서 왜 오지에 가서 고생하려고 하느냐며 만류하는 분들도 있었지만 어린 시절부터 품어왔던 꿈이었기에 망설임 없이 출국하게 됐다”고 말했다. 탄자니아에 가보니 봉사를 온 현직 교사들이 세 명이나 더 있었다.

학교에 가기 위해 왕복 2시간을 걷고, 교과서를 살 돈이 없어 교과 내용을 모두 칠판에 적어줘야 하고, 전기가 잘 들어오지 않아 기자재를 제대로 활용할 수도 없는 환경. 교사에 대한 처우도 좋지 않다보니 교사가 학교에서 물건을 팔거나 투잡을 하며 수업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학생들도 배움의 즐거움을 알지 못한 채 학교를 빠지기도 일쑤였다. 이런 학생들에게 미래의 꿈에 대해 생각하고 학교에 와야 하는 이유에 대해 토의하게 하면서, 학업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하는 일부터 신경을 썼다.

물론 언어가 다른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영어를 배운지 6개월 정도밖에 되지 않은 중학교 1학년생에게 전문용어가 있는 생물을 영어로 가르치니 이해를 못하는 학생들이 많아 다양한 수업 방식을 동원해야만 했다.

한 교사는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으로 갔지만 소박한 삶에서 행복을 추구하는 모습을 보며 오히려 제가 더 얻은 것이 많고 행복한 삶이 어떤 건지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안경인 전주공고 교사는 해외 교육 봉사의 매력에 빠져 2008년과 2013년 두 차례에 걸쳐 태국과 페루의 대학교에서 교육 봉사를 했다. 선생님을 양성하는 사범대학에서 봉사를 하면 교육 개선에 더 파급효과가 클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안 교사는 “오래 전부터 외국에 나가 공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우연히 코이카를 알게 되면서 50대에 들어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보다는 지금까지 알고 있는 것을 가르치는 것이 더 보람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고 내 삶의 히스토리를 다양하게 만들고 싶어 봉사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교육부에서 코이카를 통한 해외교육봉사를 연수휴직으로 인정해 현직 선생님들이 봉사를 갈 수 있는 토대는 마련됐지만 2년 이상 봉급이 나오지 않으니 국내에 있는 가족들의 생계 문제로 결정이 쉽지만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안 교사도 가장 어려웠던 부분이 바로 언어 문제. 국내와 현지에서 4개월 정도 언어교육을 받긴 했지만, 대학생들을 현지어로 가르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1학년을 가르치면 그 전에 4학년 학생들을 모아 세미나를 하면서 수업 때 쓸 용어를 선택하고 영어교재를 사서 동료 교사나 영어를 잘하는 학생과 수업 전에 태국말로 번역해 두는 등 수업 준비에 많은 시간을 들여야 했다.

안 교사는 “태국에서는 대학만 나오면 취업이 돼서인지 교수나 학생들이 수업에 대한 열정이 없는 편이었다”며 “제가 책을 선정해 일주일마다 교수들과 세미나를 열고, 수업에도 열정을 보였더니 나중에는 학생들이 대학에 와서 저한테 배운 게 전부인거 같다고 말할 정도여서 보람을 느꼈다”고 소감을 전했다.

페루는 지금 교육을 통해 단기간에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한국의 교육 배우기에 관심이 높다. 이곳에서는 우리나라의 교육과정, 교육제도 등에 대해 20여 가지의 발표 자료를 스페인어로 만들어 학생과 교수, 지역사회에 알리는 데 앞장섰다. 페루 북부지역에서 중·고생을 대상으로 수학 올림피아드를 개최하는 데도 힘썼다.

그는 “동료교사와의 코티칭이나 학생 협력 수업이 자연스러운 외국의 교육방식을 경험하면서 오히려 국내에서 수업을 할 때 접목해야 할 것도 배우게 됐고, 그 나라 사람들에게서 받았던 정을 국내의 다문화 가정을 위한 봉사로 되돌려 줘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소회를 밝혔다.
윤문영 ymy@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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