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려 쓸 우리말>⑳‘소데나시’는 ‘민소매’로

2015.06.11 18:55:08

봄을 기다린 게 엊그제 같은데 올해는 유난히 여름이 성급히 다가왔다. 날이 따뜻해 농사를 짓고 열매를 맺는다는 여름. ‘여름’의 옛말은 ‘녀름’이었고 ‘녀름’은 ‘농사’ 또는 ‘수확’의 뜻이기도 했다. 이 역사 깊은 우리말 ‘여름’의 자리를 ‘하(夏)’가 차지하더니 어느새 ‘서머’가 파고들고 있다.

(1) 하절기(夏節期) → 여름철
(2) 하복(夏服) → 여름옷

긴소매 옷은 이제 정리하고 반소매 옷을 꺼내 입어야겠다. 여름에 입는 옷은 ‘서머 드레스’가 아니라 그냥 ‘여름옷’이다.

(3) 서머 드레스(summer dress) → 여름옷

여름에도 멋쟁이들은 셔츠를 정장처럼 차려 입는 ‘셔츠슈트’를 입기도 한다. ‘셔츠슈트’는 남방을 정장처럼 입는 것이니까 ‘남방 정장’이라 할 수 있겠다.

(4) 셔츠슈트(shirts suit) → 남방 정장

아주 더운 때는 갖춰 입는 것도 귀찮다. 시원하게 소매 없는 옷을 입기도 한다. 소매 없는 옷을 ‘소데나시’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소데나시’는 일본말이다. 우리말로는 ‘민소매’가 제격이다.

(5) 소데나시(そでなし) → 민소매(옷)



여름에는 옷도 시원하게 입지만 머리도 시원해 보이게 짧게 자르는 사람이 많다. 짧은 머리를 ‘쇼트’ 또는 ‘쇼트헤어’라고 하는데 그냥 우리말로 ‘짧은 머리’라고 하자.

(6) 쇼트헤어(short hair) → 짧은 머리

학생들은 방학 때 모자라는 학점을 채우기도 하고 여러 특강을 듣기도 한다. 일종의 계절학기인데 이것을 ‘서머스쿨’이라고도 한다. ‘하계학교’ 또는 ‘하기학교’라고 할 수도 있지만 ‘여름학교’라고 하면 좋겠다.

(7) 서머스쿨(summer school) → 여름학교

여름에는 해가 길어서 낮 시간을 효과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표준 시간보다 한 시간 정도 앞당기는 일도 있는데 이것을 ‘서머타임’이라고 한다. ‘일광 절약 시간’이라고도 하고 ‘하기 시간’이라고도 하는데 ‘여름 시간’이라고 해도 되고 여름을 알뜰하게 보내자는 뜻이 있으니 ‘여름 알뜰 시간’이라고 해도 되겠다.

(8) 서머타임(summer time) → 여름 시간, 여름 알뜰 시간

여름에는 더위를 식히느라 각종 냉방기기를 많이 사용해 전력 소비량이 많을 텐데, 올 여름에는 갑자기 전기가 나가는 일은 없을지 모르겠다. 이처럼 전기가 부족해 갑자기 모든 전력 시스템이 멈춰버리는 현상, 즉 대규모 정전 사태를 ‘블랙아웃’이라고 하던데 이것은 ‘대정전’이라고 하면 되겠다.

(9) 블랙아웃(blackout) → 대정전

여름은 아무리 무덥고 짜증이 나도 여름휴가가 있으니 그것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즐겁게 보낼 수 있다. 여름휴가를 아직도 ‘바캉스’라고 하는 사람이 있는지 모르겠다. 올 여름에는 자동차를 타고 다니면서 즐기는 ‘오토캠핑’을 계획해 볼까. ‘오토캠핑’은 ‘자동차 야영’이라고 하면 된다.

(10) 바캉스(프, vacance) → 휴가, 여름휴가
(11) 오토캠핑(auto camping) → 자동차 야영

추우면 추운 대로 더우면 더운 대로 계절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몸과 마음으로 느끼며 살아보자.
김형배 국립국어원 학예연구사·문학박사 yrkim@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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