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려 쓸 우리말>㉒ ‘레시피’는 ‘조리법’으로

2015.06.25 18:11:37

우리의 음식 문화도 어느새 서구화됐다. 빈대떡이나 파전 대신 피자를 즐겨 먹고, 더운 여름에는 수박화채에 얼음을 띄우는 대신에 과일 등을 얼려 만든 스무디나 주스 등을 살짝 얼린 슬러시 등을 더 좋아한다.

음식을 만드는 공간도 부엌에서 주방을 거쳐 이제 키친으로 왔다. 부엌에 설거지할 수 있는 싱크대가 놓이더니 이제는 준비대, 개수대, 조리대, 가열대, 배선대(조리된 음식을 상차림을 위해 그릇에 담는 곳) 등이 하나로 연결돼있는 붙박이형 부엌가구인 시스템 키친이 등장했다.

(1) 키친(kitchen) → 주방 → 부엌
(2) 싱크대(sink臺) → 설거지대, 개수대
(3) 시스템 키친(system kitchen) → 일체형 부엌(주방)

요즘은 부엌에서 행주 대신 종이로 된 일회용 키친타월 또는 페이퍼타월을 흔히 쓴다. 세수하고 닦는 타월은 수건이지만 부엌에서 쓰는 타월은 행주다. 키친타월이나 페이퍼타월은 종이로 만든 수건이니까 ‘종이 행주’라고 하면 된다.

(4) 타월(towel) → 수건
(5) 키친타월(kitchen towel)/페이퍼타월(paper towel) → 종이 행주

요새는 주방장이 주방에서 먹을 것을 요리하는 대신에 셰프가 푸드코트에서 레시피에 따라 쿠킹을 한다. 셰프는 요리사나 주방장을 이르는 말이다. 어느새 우리말에 들어와 주방장보다는 더 전문적이거나 고급스러운 행세를 하려 한다. 호텔에서나 동네 자장면 집에서 요리를 하는 사람은 요리사이고 그 우두머리는 주방장이다. 주방장과 셰프는 격이 다르다고 항변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요리를 할 때 쓰이는 재료나 만드는 방법, 보관 방법 등을 설명해 주는 것을 레시피라고 하는데 이 말은 ‘조리법’이라고 하면 된다. 백화점 지하 등 한 건물 안에 여러 종류의 식당들이 모여 있는 구역을 푸트 코트라고 하는데 여러 먹거리를 파는 가게가 모여 있으므로 ‘먹(을)거리 장터’라고 하면 되겠다.




(6) 셰프(chef) → 요리사, 주방장
(7) 레시피(recipe) → 조리법
(8) 푸드코트(food court) → 먹거리 장터 / 먹을거리 장터
(9) 쿠킹(cooking) → 요리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속담이 있듯이 요리는 맛깔스러워야 하지만 보기에도 좋아야 한다. 즉 멋깔스러워야 한다. (사실 ‘멋깔스럽다’는 말은 표준국어대사전에 없다.) 요리에 멋을 더하는 사람을 푸드 스타일리스트라고 한다. 패션 분야에서 스타일리스트는 ‘맵시가꿈이’라고 할 만한데, 요리 분야에서 스타일리스트는 ‘요리 예술사’라고 하면 되겠다. 맛깔스럽고 멋깔스럽게 요리된 음식을 손님에게 제공하는 것을 ‘서빙한다’고 한다. ‘서빙한다’는 ‘낸다’ 또는 ‘내온다’고 하든지 ‘봉사한다, 접대한다’고 해도 된다.

(10) (패션) 스타일리스트(stylist) → 맵시가꿈이
(11) 푸드 스타일리스트(food stylist) → 요리 예술사
(12) 서빙하다(serving-) → 내다, 내오다, 봉사하다, 접대하다
김형배 국립국어원 학예연구사·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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