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입에서는 자기주도적학습전형, 대입에서는 학생부종합전형 등이 확대되고 있다. 이 전형의 핵심 평가요소는 창의성을 갖춘 학업능력과 인성에 바탕을 둔 공동체 의식이다. 이는 단순히 지식을 받아들이는 차원에서 벗어나 지식을 활용해 다양한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응용능력의 함양과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지켜야 할 배려, 나눔, 규칙준수, 타인존중, 관계지향성, 리더십 등 인성적 요인의 성장을 돕는 데 의미를 둔 것이다.
이 전형들은 결국 학교 현장의 교사들에게 새로운 교수법, 개별 학생들에 대한 세심한 관찰 등을 요구한다. 기존의 강의식 수업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인문계 고교 현장에서 이같은 교육 제도의 변화를 체감하면서 도입한 수업 방식이 바로 ‘DNA수업’이다. 이는 학생들에게 잠재돼 있는 고유한 능력인 DNA를 찾아준다는 의미와 함께 토론하고 발표하고 이를 기록하는 일련의 수업 과정(Discussion Narration Addition)을 줄여서 자체적으로 만든 용어이다.
‘DNA 수업’은 단원별 핵심 내용을 교사의 강의를 통해 마무리한 후, 해당 단원의 지식을 활용해 다양한 활동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구성한다. 이 과정에서 단계별로 짜여진 ‘DNA 학습지’를 통해 교과 학습의 목표를 정확하게 달성하고 학습자의 창의성이나 인성 등 잠재적인 요소를 발휘하도록 유도한다.
수업의 핵심은 교과 지식의 원활한 전달과 수용에 있다. 이를 위해서 학습지를 구성할 때 먼저 염두에 둬야 할 부분은 학생들이 수업을 통해서 교사로부터 전수받은 지식을 스스로 정리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교과 지식의 내면화를 ‘개별과제’라는 명칭을 부여해 자기주도적인 학습이 가능하도록 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각자 작성한 ‘개별과제’를 돌려보면서 살펴보고 자연스럽게 확장 학습이 될 수 있도록 한다.
‘개별과제’가 끝나면 ‘공통과제’가 진행되는데 이는 모둠원들이 협력해 과제를 선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적용해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발표할 수 있도록 한다. ‘개별과제’로 내면화된 지식을 ‘공통과제’를 통해 활용하되 새로운 지식을 창조할 수 있을 정도로 범위를 확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통과제’는 대단원에 속한 3~4개의 소단원을 구분해 각각 지도교사가 과제를 부여하되 학생들이 새로운 과제를 설정해 탐구할 수 있도록 자율적인 장치도 마련한다. 과제에 대한 논의나 발표 등 일련의 과정에서 구성원 간의 협의를 중시하고 한 사람도 소외되는 일이 없도록 조율하는 것도 교사의 몫이다.
‘공통과제’는 학생들의 자기주도적인 지적호기심을 협력학습을 통해 구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수업을 진행하면서 학생들이 기발한 생각을 끌어내서 이를 다양한 표현 방법(PPT, UCC, 연극, 뮤지컬, 음악, 게임, 마당극, 뉴스, 춤 등)으로 발표하는 것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학생들은 누구나 자신들의 내면에 ‘숨겨진 재능(DNA)’을 갖고 있으며 수업은 이를 끌어내서 활용할 수 있는 토대가 돼야 한다.
교사는 모둠학습의 전 과정을 조율하면서 학습은 함께 할 때 그 효과가 배가된다는 것을 학습자 스스로 체득할 수 있도록 안내해야 한다. 협력학습의 과정에서 나타나는 인성의 다양한 양상들 즉 배려, 나눔, 협력, 언행, 예절, 질서, 갈등관리, 타인지향성, 타인존중, 규칙준수 등이 학생부에 어떻게 기록되는지에 대한 사례를 미리 제시하면 학생들의 참여를 높일 수 있다. 학습활동은 모둠을 구성해 소규모 의사공동체의 협력을 바탕으로 지식의 수용과 활용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한다. 학생들의 적극적인 학습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수행평가를 활용하되 그 반영 비율이 높으면 효과적이다.
이 과정에서 학생 개인의 인성이 스스럼없이 드러나는 데 이를 모둠원이 서로 발견하고 그 장점을 기록하도록 한다. 이때 자연스럽게 인성교육이 이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교사의 입장에서는 미처 발견하기 어려웠던 학생 개개인의 인성 자료를 확보해 이를 기록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자료를 구축하게 된다. 교사의 시각뿐만 아니라 동료 학생들의 관점도 참고함으로써 기록의 객관성과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수업은 교과 지식의 전수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학생들이 상급학교 진학에 유리한 토대가 되도록 해야 한다. 입시에서 학생부의 중요성은 매년 높아지고 있다. 학교마다 학생부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지만 뾰족한 방법을 찾지 못해 안타까워하는 경우를 많이 보는데 결국 수업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수업이 학생들의 지적인 요소와 함께 창의성과 인성을 모두 구현하는 방향으로 변하는 것이 결국 학교 및 학생들의 경쟁력으로 이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