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려 쓸 우리말>㉚‘개기다’ ‘꼬시다’도 표준어

2015.10.29 18:04:04

누군가 내 말을 안 듣고 버틸 때 “너 나한테 개기냐?”고 말한다. 물론 좋은 감정으로 말하는 것도 아니고 점잖은 말도 아니다. 사실 ‘개기다’라는 말은 표준어가 아니었는데 지난해에 표준어가 됐다. 다만, 원래의 표준어인 ‘개개다’와는 뜻이나 어감 차이가 있는 별도의 표준어로 등재됐다.

(1)개개다: 성가시게 달라붙어 손해를 끼치다
¶ 비빌 언덕이 따로 있지 능력도 없는 나에게 개갤 거야?
(2)개기다: (속되게)명령이나 지시를 따르지 않고 버티거나 반항하다
¶ 일도 하기 싫은데 그냥 개기지 뭐.

‘개기다’를 써야 할 상황이 있긴 하지만 속된 말이므로 되도록 쓰지 않는 것이 좋겠다. 또 누군가 자꾸 귀찮게 할 때 “왜 자꾸 추근거리니?”라고 말한다. ‘추근거리다’도 원래는 표준어가 아니고 ‘치근거리다’가 표준어였다. 이제는 ‘추근거리다’도 표준어로 인정됐다.

(3)치근거리다: 성가실 정도로 은근히 자꾸 귀찮게 굴다. ‘지근거리다’보다 거센 느낌을 준다 ≒치근대다
¶ 열심히 공부하는데 치근거리지 말고 네 공부나 해.
(4)추근거리다: 조금 성가실 정도로 은근히 자꾸 귀찮게 굴다 ≒추근대다
¶ 오늘은 바쁘니까 추근거리지 말고 너 혼자 가.

치근거리거나 추근거리면서 귀찮게 하는 것 말고 괜한 사람을 ‘꼬시는’ 경우도 있다. ‘꼬시다’는 원래 표준어가 아니었으나 이것도 지난해 표준어가 됐다. 물론 ‘꾀다’를 속되게 이르는 말이니 점잖은 말은 아니다.




(5)꼬시다: ‘꾀다’를 속되게 이르는 말
(6)꾀다: 그럴듯한 말이나 행동으로 남을 속이거나 부추겨서 자기 생각대로 끌다 ≒꼬이다
¶ 그녀는 돈 많은 홀아비를 꾀어 결혼했다.

꼬시거나 꾀는 행위는 ‘꾐’이다. ‘꾀임’은 틀린 표기다. ‘꼬시다’, ‘꾀다’와 비슷한 말이 ‘꼬드기다’이다.

(7)꾐: 어떠한 일을 할 기분이 생기도록 남을 꾀어 속이거나 부추기는 일
¶ 친구의 꾐에 빠져서 허송세월을 보낸 적이 있다.
(8)꼬드기다: 어떠한 일을 하도록 남의 마음을 꾀어 부추기다
¶ 친구를 꼬드겨 게임을 했다.

주변에는 나쁜 일을 하도록 꼬시거나 꼬드기는 사람도 있지만, 일을 하지 못하게 훼방을 놓는 사람도 있다. 이렇게 훼방 놓는 것을 ‘딴지 건다’고 한다. ‘딴지’도 원래 표준어가 아니었다. ‘딴죽’만 표준어였는데 ‘딴지’도 이제는 표준어다. ‘딴지’와 ‘딴죽’은 약간의 의미 차이가 있다.

(9)딴지: (주로 ‘걸다’, ‘놓다’와 함께 쓰여)일이 순순히 진행되지 못하도록 훼방을 놓거나 어기대는 것
¶ 그 사람이 왜 자꾸 내 일에 딴지를 거는지 모르겠다.
(10)딴죽: 이미 동의하거나 약속한 일에 대하여 딴전을 부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 약속해 놓고 이제 와서 딴죽을 치면 어떻게 하니?
(11)어기대다: 순순히 따르지 않고 못마땅한 말이나 행동으로 뻗대다
(12)딴전: 어떤 일을 하는 데 그 일과는 전혀 관계없는 일이나 행동 ≒딴청

주변에서 누가 말도 안 듣고 개기거나 귀찮게 추근거리고 나아가 나쁜 일을 하도록 꼬시고 사사건건 딴지를 걸더라도 옳은 일은 해내고야 말겠다는 배짱이 필요하다.
김형배 국립국어원 학예연구사·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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