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국토 면적이 세계 109위에 불과하지만 세계 속 한국의 위상은 대단하다. 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2015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한국의 삼성과 LG는 ‘양자점 TV’와 ‘올레드 TV’로 일본의 소니, 파나소닉, 중국의 하이센스 등을 제치고 세계 시장 점유율 1, 2위의 앞선 기술과 멋진 디자인을 맘껏 과시했다.
또 지난 7월 태국 치앙마이에서 열린 2015년 제56회 국제수학올림피아드(International Mathematical Olympiad, IMO)에는 총 104개국 577명이 참가했는데, 우리나라가 미국, 중국에 이어 금메달 3개, 은메달 1개, 동메달 2개를 수상하며 합계 161점으로 종합 3위를 했다. 이러한 성과는 무엇 때문일까?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얼마 전 교육에 대해 논의하면서, “한국의 교사는 국민들로부터 존경받는 직업인이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언급은 대통령 취임 첫해인 2009년부터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계속됐으며, 특히 한국의 뜨거운 교육열과 교육제도를 예찬했다. 이는 그에게 한국교육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가 각인돼 있음을 다시금 확인시켜 주는 예증(例證)이다.
‘논어(論語)’ 옹야(雍也)편에, 문질빈빈(文質彬彬)이라는 말이 있다. 그 원문에, “바탕이 외관보다 나으면 촌스럽고, 외관이 바탕보다 나으면 겉치레만 좋으니, 외관과 바탕이 적절히 잘 조화를 이룬 뒤에라야 군자이다(質勝文則野 文勝質則史 文質彬彬然後君子)”라 했다. 여기의 문(文)은 외현적(外現的)으로 나타난 결과물이며, 질(質)은 그 외적 결과물을 만들게 한 본질ㆍ바탕이고, 군자란 남들이 훌륭하다고 인정하는 물건이나 사람 등을 포괄하는 넓은 개념이다.
CES와 IMO에서 이룬 괄목(刮目)할만한 업적은 오바마 대통령의 말처럼, 우리 특유의 교육적 열정이 낳은 결과물일지도 모른다. 훌륭한 결과물이 문(文)이라면 교육은 그 질(質)이며, 이런 교육을 낳게 한 교육제도가 질(質)이라면 제도에 따른 실제 수업의 성과는 문(文)이다. 또 교사의 수업이 질(質)이라면 배움을 통해 학생이 이룬 성과물은 문(文)으로, 문과 질이 조화를 이룰 때 그 값진 결과물을 생성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과연 우리 교육이 오바마 대통령의 말처럼 문(文)과 질(質)이 조화를 이룬 결과물일까? 최근 우리 교육은 인성·창의교육을 강조한다. 입시 위주의 주입식 교육이 밖으로 드러난 문(文)이라면 인성·창의교육은 내면적 성숙을 강조하는 질(質)이다. 이제부터라도 우리교육이 그 본연(本然)에 충실하며 문질빈빈(文質彬彬)의 지혜를 교육입국(敎育立國)의 지표로 삼아 실천한다면, 미래 선진 교육국가로서의 그 위상을 더욱 확고히 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