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려 쓸 우리말>㉛‘말괄량이’와 ‘얄개’들은 어디 있을까?

2015.11.13 14:25:20

예전에 ‘말괄량이 삐삐’라는 연속극이 있었다. 주인공 ‘삐삐’가 머리를 양 갈래로 땋기는 했지만 하도 남자애처럼 굴어서 처음에는 남자인지 여자인지 헷갈렸다. 물론 여자아이이긴 했지만, ‘말괄량이’라는 말뜻을 알았더라면 그런 고민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1)말괄량이: 말이나 행동이 얌전하지 못하고 덜렁거리는 여자

‘말괄량이’에 대응할 말이 ‘개구쟁이’나 ‘장난꾸러기’다. ‘말괄량이’는 여자에게 한정되지만 ‘개구쟁이’와 ‘장난꾸러기’는 남녀 구분이 없다.

(2)개구쟁이: 심하고 짓궂게 장난을 하는 아이
(3)장난꾸러기: 장난이 심한 아이. 또는 그런 사람





‘-쟁이’나 ‘-꾸러기’는 ‘그것이 나타내는 속성을 많이 가진 사람’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이다.
아이들을 가리켜 쓸 수 있는 말에 ‘얄개’라는 말도 있다.

(4)얄개: 야살스러운 짓을 하는 아이
(5)야살스럽다: 보기에 얄망궂고 되바라진 데가 있다
(6)얄망궂다: 성질이나 태도가 괴상하고 까다로워 얄미운 데가 있다
(7)되바라지다: 어린 나이에 어수룩한 데가 없고 얄밉도록 지나치게 똑똑하다

1970년대에는 ‘고교 얄개’, ‘얄개 시대’ 등의 텔레비전 프로그램이나 영화가 유행한 때도 있었다. 얄개는 말썽을 자주 부려 얄밉긴 해도 흉악하지는 않았다. 또 가게 같은 데서 잔심부름을 해주는 아이를 ‘손대기’라고 했다.

(8)손대기: 잔심부름을 할 만한 아이 ¶ 아주머니는 손대기도 없이 혼자서 손님을 맞았다.

관청이나 회사, 가게 따위에서 잔심부름을 시키기 위해 고용한 사람을 가리키는 ‘사환(使喚)’이라는 말이 있지만, ‘손대기’라는 우리말을 살려 써 보는 것도 좋겠다. 남의 밑에서 일하는 사람을 일본말로 ‘시다바리’라고 하는데 우리말로는 ‘밑일꾼, 곁꾼, 보조원’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자질구레한 심부름을 맡아 하는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로 ‘따까리’라는 말이 있는데, 순우리말이기는 하지만 비속어라서 권할 만한 말은 아니다.
주체적으로 행동하지 못하고 어머니에게 의존하는 남자에게 ‘마마보이’라고 한다. 이 말은 ‘응석받이’ 또는 ‘응석둥이’라는 말로 대체할 수 있을 듯하다.

(9)응석받이: 어른들이 귀여워해 줄 것을 믿고 버릇없이 굴며 자란 아이 ≒응석둥이‧응둥이

아이를 돌봐주는 사람을 ‘베이비시터’라고 하는데 이는 ‘보모’라는 말로 대체할 수 있다. 예전에는 ‘안잠’ 또는 ‘안잠자기’라는 사람이 있어서 남의 집 일을 도와줬다.

(10)안잠: 남의 집에서 먹고 자며 그 집의 일을 도와주는 여자 ≒안잠자기

성가시게 구는 사람을 가리켜 ‘애물단지’라고 하지만 이 말은 어린 나이에 죽은 자식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

(11)애물: 「1」몹시 애를 태우거나 성가시게 구는 물건이나 사람
              「2」어린 나이로 부모보다 먼저 죽은 자식
(12)애물단지: ‘애물’을 낮잡아 이르는 말

그밖에도 ‘아이’라는 말이 한자어 ‘-아(兒)’에 밀려 사라져갈 위기에 있다. 다음 말에서 어느 쪽이 더 이해하기 쉬운지 비교해 보자.

(13) 고아 – 부모 없는 아이
결식아동 – 굶는 아이
기아 – 버려진 아이
미아 – 길 잃은 아이
지진아 – 뒤진 아이

말괄량이 삐삐 고교 얄개도 이제는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겠지만 그래도 우리들 마음속에는 삐삐는 아직도 덜렁거리는 소녀이고, 얄개는 짓궂고 귀여운 소년이다.
김형배 국립국어원 학예연구사·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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