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서울시교육청은 ‘2016 학교업무 정상화 6대 과제’를 추진하면서 ‘교육지원팀’ 운영·설치 지침으로 학교 현장에서 갈등을 초래하고 있다. 또한 전교조와의 단협 사항으로 학기 중 주번교사, 당번교사 제도와 방학 또는 재량휴업일에 강제적인 근무조 운영을 폐지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어 이해가 엇갈린 교육 당사자들 간에 논란이 예상된다.
병신년 새해에는 현장 교단을 존중하는 우리 교육의 화합과 개혁을 기대하며 ‘생각을 모아 이익을 더 한다’는 뜻을 지닌, 사자성어 집사광익(集思廣益)을 떠올려 본다. 중국 삼국시대 촉(蜀)나라의 제갈량(諸葛亮)은 신기묘산(神奇妙算)의 지략가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나랏일을 독단적으로 처리하지 않았다.
그는 촉나라의 승상이 된 뒤에 ‘교여군사장사참군속(敎與軍師長史參軍屬)’이라는 글을 수하들에게 전해 널리 의견을 구하고 협조를 당부했다. 그 결과,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해 수하들은 우호적이었고 효과적으로 국정을 수행했다. 여러 사람의 지혜를 모으면 더 큰 효과와 이익을 얻을 수 있음에 비유된다.
교육계에서는 교육정책을 계획하고 시행함에 있어 현장의 의견을 얼마나 듣고 있는 것일까? 1995년 5·31 교육개혁 이후 우리 교육의 방향은 큰 틀에서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바른 인성에 바탕을 둔 창의적인 인재육성’에 두고 있다. 올해로 21년째를 맞는다. 그동안 정권이 바뀔 때나 새로운 교육 수장이 임명될 때마다 교육개혁이라는 명분으로 ‘교육현장의 소리를 많이 듣겠다’는 약속을 해왔다.
하지만 행정 처리 중심의 수직적 구조 하에서 선행학습금지, 인성교육 점수화 및 대입반영 등 파급력이 큰 교육정책이 일방적으로 발표됐다. 이후 문제점이 제기되고, 갑론을박 하는 시행착오를 겪다가 여론에 밀려 후퇴하거나 수정, 발표돼 신뢰에 금이 가곤 했다.
최근에도 자사고 문제, 교과서 문제, 자유학기제 운영 등이 논란이 됐다. 교육의 주체인 학생, 학부모, 교원, 정책당국자들이 충분한 의견 교환 및 수렴 없이 교육 이념에 따라 몇몇 교육전문가를 중심으로 정책을 내놓아 벌어진 일이다. 앞으로도 민감한 현안이 수없이 가로놓여 있다. 이를 결정함에 있어 현장의 충분한 의견 수렴이 우선이고 필수적이다.
학교와 교원, 학부모의 의견을 많이 듣고 소통해 결정하는 집사광익(集思廣益)의 뜻을 새겨야 할 것이다. 새해에는 공감과 신뢰를 바탕으로 흔쾌히 교육효과를 극대화 하는 바른 방향의 교육개혁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