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려 쓸 우리말>㉟주릅이 주름잡는 세상

2016.02.04 19:14:39

법무부에서 ‘법조 브로커’ 근절을 위한 대책을 마련한다는 뉴스가 떴다. 원래 브로커(broker)는 ‘중개상인’ 즉 ‘중개인’을 가리키는 말이다. 다른 말로는 ‘거간’ 또는 ‘거간꾼’이라고도 하는데 ‘거간꾼(居間-)은 ‘사이에 있는 사람’이라는 뜻에서 흥정을 붙이는 일이나 그 일을 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1) 거간(居間):「1」사고파는 사람 사이에 들어 흥정을 붙임「2」=거간꾼
(2) 거간꾼(居間-): 사고파는 사람 사이에 들어 흥정을 붙이는 일을 하는 사람 ≒어성꾼

이렇게 상행위에 끼어들어 흥정을 붙이는 사람이 ‘거간’, ‘거간꾼’ 또는 ‘어성꾼’이고 ‘브로커’인데, 이 ‘브로커’라는 말이 부정적인 의미로도 쓰여 ‘사기성이 있는 거간꾼’을 가리키기도 한다. ‘법조 브로커’니 ‘여권 브로커’니 ‘토지 브로커’니 하는 말은 대체로 부정적인 뜻으로 쓰인 경우다.
물건을 사고팔 때 품질이나 가격 따위를 의논하는 것을 ‘흥정’이라고 하고, 중간에서 일이 잘되도록 힘쓰는 일을 ‘중개’라고 한다. 이런 일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이 곧 ‘브로커, 거간(꾼), 중개인’이다.

(3) 흥정: 물건을 사거나 팔기 위하여 품질이나 가격 따위를 의논함
(4) 중개(仲介): 제삼자로서 두 당사자 사이에 서서 일을 주선함

중개나 흥정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 즉, ‘브로커, 거간(꾼), 중개인’을 대체할 수 있는 순우리말이 ‘주릅’이라는 말이다. ‘주릅’의 옛말은 ‘즈름’이었다.

(5) 주릅: 흥정을 붙여 주고 보수를 받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

상행위가 아니라 특히 혼인이 이뤄지도록 중간에서 힘쓰는 사람을 ‘중매인’이라고 하는데 오래 전에는 ‘재여리’라고 했다.

(6) 중매(仲媒): 결혼이 이뤄지도록 중간에서 소개하는 일. 또는 그런 사람 ≒중신

‘중매인’을 낮잡아 ‘중매쟁이’, ‘중매꾼’ 또는 ‘뚜쟁이’라고도 한다. 비유적으로는 ‘산파’라는 말도 쓴다.

(7) 산파(産婆): 「1」아이를 낳을 때, 아이를 받고 산모를 도와주는 일을 직업으로 하던 여자
「2」어떤 일을 실현하려고 잘 주선해 이뤄지도록 힘쓰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다른 사람을 대신해 업무나 교섭을 대행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된 사람을 ‘에이전트(agent)’라고 하는데 이 말은 ‘대리인’이나 ‘대행인’이라고 할 수 있고, 이 또한 넓은 의미로는 흥정을 붙이는 사람이므로 ‘주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런 일을 하면 이른바 ‘커미션(commission)’이라는 걸 받게 되는데 이는 ‘수수료’라고 하면 된다.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이랬다’는 속담이 있다. 나쁜 일은 말리고 좋은 일은 권해야 한다는 것인데, 사람과의 관계에서 주릅이 주름잡고 흥정이 자주 붙는 일이 많을수록 사람 사이에 온정이 흘러 함께 잘 살 수 있지 않을까. 

김형배 국립국어원 학예연구사·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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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배 국립국어원 학예연구사·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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