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보이는’ 학교…밀실·폭력 사라져

2016.02.04 20:40:09

②변모하는 학교들

경기 동화고 송학관




주요특징
삼각 배치로 건물 중앙을 비워내고 하늘을 향해 열린 중정이 가장 큰 특징이다. 중정을 구성하는 삼각형과 건물 외형의 삼각형은 배치 각도가 평행하지 않고 서로 어긋난다. 이는 중정과 면한 복도에 수직적인 틈을 만들어 교실이 있는 2, 3층을 하나의 공간으로 연결시킨다. 중정의 투명성과 함께 이 틈은 층간 구분을 넘어 건물 내부 어느 곳에서나 학교 구성원 간 열린 시야와 대화를 가능케 한다. 이동을 위한 복도를 넘어 학생들이 일상적으로 점유하는 공간으로 토론하고 떠들며 배움과 놀이를 확장시키는 장소다.

하늘 향해 건물 중앙 비운 중정…‘힐링’의 정원
복도 곳곳 벤치, 쉼‧대화‧배움 잇는 ‘신의 한 수’
삼각형 학교의 파격…혼잡 속 자율‧규칙 내재





동화고 송학관은 소란스럽지만 활기차고, 혼잡하지만 자율의 규칙이 내재된 사회적 공간이자 시장 같은 학교다. 지난해 준공한 후 고3 학생들이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가장 좋았던 공간 1순위로 이 중정을 꼽는다.

“자율학습하다가 답답하고 짜증이 나면 중정으로 나갔어요. 시원한 바람을 맞고 고개를 들면 하늘이 보이니 ‘숨 쉴 수 있다’는 느낌이었어요. 쉬는 시간에 거기서 배드민턴도 치고…. 저희들에게는 최고의 ‘힐링’ 공간이죠. 스승의 날 중앙정원에 선생님들을 모셔놓고 전교생이 2~3층에 둘러서서 스승의 은혜를 불러드린 일도 기억에 남습니다.”(3학년 임재무 군)

3학년 김미정 양은 복도 곳곳에 설치된 벤치가 ‘신의 한 수’였다고 말했다. 김 양은 “공부하다 친구들에게 모르는 부분을 물어볼 때 교실에서 속닥이면 피해를 줄 수 있는데 복도 벤치에 나와서 이야기하면 눈치 볼 것 없이 편안한 대화가 가능해서 좋았다”고 밝혔다.

통유리로 난 창가와 투명중정은 학습 공간 어디에나 균질한 조도를 제공한다. 방음시설을 갖춰 학교 앞 운동장 소리도 완벽히 차단된다. 삼각형 배치 덕분에 중학교에도 별도의 공간을 조성할 수 있었다. 이승구 교장은 “중‧고교가 함께 있어 체급차이 때문에 중학생이 상대적으로 운동장 이용에서 밀리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번에 소운동장을 따로 마련했더니 독립적인 공간이 생겼다며 아이들이 아주 좋아했다”고 덧붙였다.

처음 설계가 나왔을 때 학교는 생소한 모양 때문에 반대도 많았다. 이 교장은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으면 발전은 없다는 생각으로 밀어부쳤다”며 “꼭 삼각형태가 아니더라도 밀실과 폭력이 없는 소통의 학교, 투명한 학교 공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예람 기자 yrkim@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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